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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2차

[리에야쿠] Enchanted 02 * ‘내가 애들을 가르쳐야 된다니, 진짜 미치겠다.’‘켄마… 용서 못 해….’ 스물이 되자마자 쿠로오와 야쿠는 나란히 왕립학교에 교사로 보내졌다. 그 때 이미 쿠로오는 근위대 부대장이었고, 야쿠는 지금과 같은 궁정대마법사였다. 궁 안의 일만 해도 산더미인데 이른 오전과 저녁에는 학교에 와서 강의까지 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둘 다 툴툴대며 발로 돌멩이를 걷어찼다. ‘야쿠, 조심해. 넌 어려 보여서 애들이 만만하게 볼지도 몰라. 어째 나만 늙는 것 같냐.’‘…….’‘하긴, 네 마법 실력은 온 나라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괜한 걱정이네. 먼저 간다.’ 야쿠의 성장이 멈추었다는 걸 켄마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그 말만 남기고 쿠로오가 검술 훈련장으로 휘적휘적 걸어가 버리자 야쿠는 그의 등.. 더보기
[리에야쿠] Enchanted 01 아침이 오는 게 싫다.늦잠을 자지 못하는 거의 평생의 습관대로, 창 밖에 희끄무레한 여명이 밝아오면 눈을 뜬다. 그리고 그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제일 먼저 변함없는 내 손을 확인한다. 허리를 일으켜 앉으면 보이는 침대 맞은편의 거울에 변함없는 내 얼굴이 비친다. 여전히 십 년 전 그대로이다.손톱만한 정의감과 충성심에 너무도 쉽게 불타올랐던, 어린 왕자를 껴안았던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대답은 ‘아니’다.나는 그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그런 선택을 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고 저주한다. 멈추어 버린 내 시간과 그로 인해 어떤 방향으로도 성장하지 못하는 내가 미워 견딜 수 없다. 제발, 날이 밝아도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루를 정리하고 침대에 들어 눈을 감은 채로, 그렇게 이.. 더보기
[카마후타/코가후타] 상식 상실 intro 상식 상실카마사키 야스시 X 후타쿠치 켄지 X 코가네가와 칸지 w.비누꽃 카마사키 야스시는 이 일대를 관리하는 양아치였다. 후타쿠치 켄지는 그를 죽도록 싫어했다. 그가 나타나는 날이면 온갖 핑계를 대며 방구석에 숨어 있으려 했지만 마담은 꼭 매를 번다며 카마사키의 깍두기들이 그의 방까지 비집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었다. 멱살 잡혀 끌려가는 취미라도 있냐고 혀를 끌끌 차는 소리는 언제나 후타쿠치가 고래고래 내지르는 반항이라기보다 발악에 가까운 비명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여자 손님의 지명은 뚝 끊기다시피 했다. 분명 후타쿠치는 뺀질뺀질한 외모에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먼 정도의 신비감을 유지하는 타고난 성격으로 인기가 좋았다. 그러니 돈이라면 환장한 실장과 마담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갖다 팔 수 .. 더보기
[리에야쿠] HAPPY SAD 上 HAPPY SAD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야쿠 형?”“어?”“형이라고 부르면 돼요?”“아… 아무도 그렇게 안 부르는데. 너 편한 대로 해!” 야쿠의 눈앞에 선 키 큰 애는 그냥 그렇게 빙글 웃었다. 나한테 아무도 존댓말도 안 하는데….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을 듣고 그 웃음이 더 커졌다. 아버지의 해외 지사 발령으로 갑작스레 오른 호주 유학길은 딱 일 년 만에 끝났다. 야쿠는 외국 생활도 싫었고, 영어를 배우고 싶지도 않았으며 거기 뿌리를 내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돌아가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서. 그러나 일 년 잘 놀았다고 생각해야지 뭐, 하면서 돌아왔을 땐, 학력 인정이 되지 않아 일 년을 유급해야 한다는 소식만이 야쿠에게 .. 더보기
[리에야쿠] Give Love 11 Give Love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 비누꽃 내 사랑은 가장 크고 환한 길로 왔다. 외면할 생각 같은 건 해 볼 수도 없게. 야쿠가 내게 걸어올 때는 빛, 바람, 그림자 같은 자연마저 뒤바뀌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부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모든 감정을 함께 겪고 싶었고, 함께 자라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너무 행복하다. 여행 이야기를 꺼낸 건 야쿠였지만, 당장 다음 날 여행지 정보를 수십 장 프린트해 내민 건 리에프였다. 분명 둘은 같은 집에서 같이 잠들었는데, 어느새 준비한 건지. “새벽에 안 잤어?”“응. 빨리 골라.” 졸린 눈을 비비는 야쿠의 옆으로 리에프가 파고들었다. 그 어느 날, 공부하다 잠든 야쿠의 옆에서 제멋대로 잠들었던 때처럼. 종이를 넘기는 야쿠의 손을 채간 리에프.. 더보기
[쿠로야쿠] You know how I feel You know how I feel쿠로오 테츠로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1.이상한 일이 생겼다. 처음 그걸 알아챈 건 교실에서였다. 나는 평소처럼 쿠로오의 뒷자리에 앉아 책상서랍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오 분 정도 남은 쉬는 시간을 확인하고 책상 위의 우유를 집어 들어 뜯었다. 편의점에서 챙겨 준 빨대의 비닐을 벗기고 우유팩에 꽂아 한 입을 빨자마자 앞에서 수학 숙제를 하던 쿠로오가 몸을 돌려 나를 마주보고 앉았다. 나는 분명 서랍을 정리하기 전 빵을 두 개나 먹은 상태였다. 그러나 쿠로오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난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파졌다. 아마 그도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쿠로오는 내가 잠시 내려놓은 초코우유를 가져가 말도 없이 쭈욱 빨아 마셨다. “야!”“배고파.”“어… 나도.”“너 .. 더보기
[카마후타/엔노후타] 각자의 겨울 각자의 겨울카마사키 야스시 X 후타쿠치 켄지 X 엔노시타 치카라 w. 비누꽃 1. 별로 춥지도 않은데 자꾸만 따뜻하게 입었냐고 물어보는 게 귀찮았다. 후타쿠치는 현관 앞까지 나와 이런저런 걱정을 늘어놓는 엄마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최대한 빠르게 집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겨울이었다. 사실 후타쿠치가 원래 날씨에 좀 무딘 편이긴 했다. 아직도 가을이겠거니 하고 대충 교복 재킷 바람으로 집을 나섰지만 어느새 싸늘해진 바람은 매섭게 그의 뺨을 할퀴고 얇은 교복 셔츠 사이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게 낯설어 아, 하고 멍하니 입을 벌린 순간 차가운 공기가 입 안으로 한가득 들어왔다가 흰 입김이 되어 빠져나가 버린다. 겨울 냄새에 코가 시렸다. 학교에 도착했을 즈음엔 이미 시리고 건조한 겨울 공기를 자꾸만 들이.. 더보기
[리에야쿠] 하이바 리에프는 매일 종례를 빠진다 하이바 리에프는 매일 종례를 빠진다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리에프는 야쿠를 자주 졸랐다. -선배, 저 지금 부실이에요. 우리 여기서 키스해요. 그런 메시지를 받으면 야쿠는 항상 액정을 괜히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다른 부원들이 오기 전에 빈 부실에서 몰래 키스했던 적이 꽤 많았다. 수업이 끝나면 서로 보고 싶어서-야쿠는 아닌 척 했지만-빨리 달려왔고, 문 닫힌 좁은 공간에 둘만 있다 보면 자연스레 분위기가 그쪽으로 흘렀던 것이다. 야쿠는 시계를 슬쩍 보았다. 그리고 뒷자리에 앉아 담임의 종례를 한 귀로 흘려듣는 쿠로오의 눈치도 한 번 살폈다. ‘쟤, 분명 오늘 당번이었지. 종례는 우리 담임이 제일 짧고. 청소 안 하고 전속력으로 달려가면 몇 분이나 같이 있을.. 더보기
[리에야쿠] Give Love 08 Give Love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야쿠는 그 날 이후로 며칠 동안 리에프를 만나지 못했다. 만나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눈을 떴을 때 리에프는 없었고 야쿠는 어느 틈에 머리 밑에 푹신하게 받쳐져 있던 베개와 잘 덮인 이불에서 리에프가 다녀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코를 파묻고 있으면 리에프의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새삼스레 자각한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해서 몰랐던 것…. 야쿠는 시큰거리는 눈가를 얼른 이불자락으로 꾹꾹 눌러 닦았다. 일어나 둘러본 리에프의 방은 몇 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니까, 책상 앞의 벽에 잔뜩 붙어있는 야쿠와 찍은 사진들, 그게 몇.. 더보기
[오이스가] 녹여줘 3 녹여줘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 비누꽃 갑작스런 술 제안에 당황한 채로 오이카와는 녹화를 마쳤다. 녹화장이 온통 어수선한 가운데 흘끔, 그의 시선의 끝에 닿은 스가와라의 얼굴은 하얀 찰떡처럼 평온하고 예쁘기만 했다. 무슨 뜻일까. 오이카와는 무심코 팔짱을 끼고 섰다.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오히려 같은 작품을 녹음하게 된 입장에서도 그렇고 개인레슨을 받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어쩐지 스가와라에게 하찮게 자리 잡아 버린 것 같은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랐다. 더 거침없는 사람이었다면 그딴 거 무슨 상관이야, 하며 넘길 수 있었겠지만 오이카와는 그렇지 못한 타입이었다.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가와라는 처음으로 비웃음이 아닌 미소를 보여 주었다. 그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