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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HQ!!

[카마후타/코가후타] 상식 상실 intro






상식 상실

카마사키 야스시 X 후타쿠치 켄지 X 코가네가와 칸지



w.비누꽃








카마사키 야스시는 이 일대를 관리하는 양아치였다. 후타쿠치 켄지는 그를 죽도록 싫어했다. 그가 나타나는 날이면 온갖 핑계를 대며 방구석에 숨어 있으려 했지만 마담은 꼭 매를 번다며 카마사키의 깍두기들이 그의 방까지 비집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었다. 멱살 잡혀 끌려가는 취미라도 있냐고 혀를 끌끌 차는 소리는 언제나 후타쿠치가 고래고래 내지르는 반항이라기보다 발악에 가까운 비명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여자 손님의 지명은 뚝 끊기다시피 했다. 분명 후타쿠치는 뺀질뺀질한 외모에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먼 정도의 신비감을 유지하는 타고난 성격으로 인기가 좋았다. 그러니 돈이라면 환장한 실장과 마담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갖다 팔 수 있는 그를 포기할 만한 이유는 쉽게 생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왜 손님을 못 받게 하냐고 한바탕 뒤엎다가 업소 옆 직원 숙소 구석에 강제로 처박혀 있던 후타쿠치는 마침내 실장의 사무실에 불려 간 날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니로, 잘 들어. 오늘 VIP가 온다.’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누군데요?’


후타쿠치의 뒤를 따라 들어온 마담은 팔에 걸치고 온 새 정장을 후타쿠치의 가슴팍에 턱하니 안겨 주며 쓸 데 없이 그의 머리칼을 이리저리 정돈했다. 언제나처럼, 사람을 보는 눈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장사 밑천을 뜯어보는 눈빛을 하고서. 후타쿠치는 별 생각이 없다가도 마담의 그 죽은 눈을 보면 괜히 부아가 치밀곤 했다. 그는 이마에 닿은 손가락을 탁 쳐내고 대답을 기다렸다.


특별히 너를 지명했으니까.’

……왜 말을 흐려요, 불안하게.’

‘2차 나갈 준비해.’

그 말을 왜 사무실까지 불러서 하는데요?’


마담은 뻔뻔한 표정으로 휙 돌아섰고, 실장은 곤란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타쿠치는 이쯤 되면 답은 하나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내가 남자랑 2차 안 나간다고 그렇게 지랄을 했는데.’

카마사키 씨가 까라면 우린 까는 거지. 이걸로 갈아입고 있어.’

그 사람이 뭐 돈줄 하나 데려온대요? 어쨌든 나 안 나가요.’

니로, 너 상황 돌아가는 꼴 모르겠냐? 이쁘다 이쁘다 봐줬더니 기어오르네.’

씨발, 나 갖고 벌어먹은 돈이 얼만데 지랄이야! 어떤 미친 새끼가 나한테 박히고 싶다는데?’

카마사키 씨가 너한테 박는 거란다. 빨리 옷 벗어. 핏 봐야 되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게의 넘버원 돈줄인지라 후타쿠치의 성격을 잘 받아 주던 실장도 그날은 져주지 않았다. 문 밖으로 휘휘 내밀어 저은 마담의 손짓 한 번에 들어온 웨이터 나부랭이들에게 팔을 꺾인 채 탁자에 얼굴을 처박으며 후타쿠치는 목이 쉬도록 고함을 내질렀다. ‘? 카마사키? 그 사람이 날 팔아먹는 게 아니라 날 깐다고? 미쳤어? 미쳤냐? 씨발, 놔 보라고!’ 그러든지 말든지 마담은 억지로 벗겨진 등에 셔츠를 갖다 대며 고개를 갸웃했고 실장은 어두침침한 실내에서도 끼고 있는 선글라스 너머로 후타쿠치를 느리게 훑으며 지독한 연기만 내뿜을 뿐이었다. 카마사키가 봐주는 덕에 돈맛을 보는 인간들이었다. 후타쿠치는 저 밑바닥에 처박혀 있는 자신의 서열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만 했다. 그리고 곧 깍두기 네 명에게 양팔과 다리를 붙들린 채 룸으로 끌려갔다.


정중하고 깔끔하지 못한 그의 등장에, 테이블에 깔린 술과 안주에는 조금도 관심 없다는 듯 무료하게 앉아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카마사키는 터질 듯 팽팽한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이었다. 그의 팔에 채워진 금시계가 번쩍였다. 양아치 새끼. 후타쿠치는 피가 배어나오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내동댕이쳐지다시피 한 그를 놔두고, 허리를 꾸벅 숙여 보인 깍두기들이 룸의 방음문을 닫고 사라졌다. 음악도 틀어 놓지 않은 룸 안에 둘만 남아 정적이 흘렀다.


오랜만에 보네. 니로.”

당신 변태지? 매번 불러 앉혀 놓고 뚫어져라 보기만 하는 거 기분 드러웠는데, ? 2?”

주제 모르고 까부는 것도 여전하고.”


. 후타쿠치는 잠시 입을 열었다 다시 닫았다. 테이블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카마사키는 분명 일대의 이거였다. 형님, 보스, 호칭은 뭐든 상관없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껏 후타쿠치가 제 앞에서 제멋대로 구는 것을 묵인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몇 대 얻어터지려나? 후타쿠치는 슬쩍 눈치를 보며 그와 더 멀리 떨어져 앉았다. 그러나 맞은편에서 그를 응시하던 카마사키는 피식 웃었을 뿐, 더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단지 술이나 따라보라는 듯 손짓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날 후타쿠치는 카마사키에게 몇 번이고 뒤를 뚫렸다.



…….”


룸 안이 아니었다. 후타쿠치는 호화로운 호텔방 침대 위에 엎드린 채로 까무룩 기절하듯 잠들었다 깨어난 참이었다. 재수 없게. 밑바닥이면 밑바닥답게 굴지 여긴 또 뭐람. 그는 그대로 베개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어차피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었고, 일어나려고 해도 허리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억지로 여러 잔 들이부었던 거 같은데, 비싼 술답게 별다른 숙취는 없었다. 후타쿠치는 그냥 다른 문제로 골이 아팠다. 고분고분하게 뒤를 내줬으면 등허리 어디가 피멍이 들어 죽어라 쑤시진 않았겠지. 얼굴만 장사 밑천인 건 아닌데, 엿 같게. 반항하다 한 대 얻어맞았던 몸이 욱신거렸다. 목소리는 어차피 나오지 않을 걸 알고 있었다.


마셔.”


당신이 왜 아직도 여기 남아 있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물론 그가 내미는 물컵을 받아 들 힘도 없었고. 그러자 카마사키는 별 배려 따위는 섞이지 않은 동작으로 후타쿠치의 맨 허리를 붙잡아 일으켰다. 그리고 메말라 갈라진 채로 신음하는 그의 입술에 컵을 대 주었다. 물은 생명수처럼 달았다. 꿀꺽꿀꺽 거칠게 물을 삼키는 후타쿠치의 입가로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카마사키는 그 모습을 빈틈없이 눈에 담고 있었다.

 

 


* * *




저 프로필 다 외우고 있는데. 형이 니로죠?”

어따 대고 형이래.”


후타쿠치는 대충 한 번 시선을 준 뒤 곧 고개를 돌려 버렸다. 쪼그려 앉은 그의 옆으로 코가네가와가 슬금슬금 가까이 붙어 앉았다.


제가 더 어리거든요.”


형이라는 호칭 자체가 싫다는 말은 굳이 하지도 않았다. 후타쿠치에겐 모든 게 다 귀찮았다. 코가네가와에게 뭐라 대꾸를 해 주는 대신 바지 뒷주머니를 더듬었는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까지 없어 이제는 짜증마저 치밀었다. 후타쿠치는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코가네가와에게로 쓱 시선을 돌렸다. 그의 가슴팍에 웬일인지 명찰은 달려 있지 않았다. 영업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그 말 대신 후타쿠치는 그냥 이름을 물었다.


넌 이름이 뭔데?”

칸지요! 코가네가와 칸지.”

, 비슷하네.”

뭐가요?”


코가네가와는 키는 홀쭉하니 후타쿠치보다도 훨씬 큰데 금세 웃으면서 대답하는 데서 어린 티가 났다. 본명을 대는 순진해 빠진 멍청이. 이름이 비슷한 것도 잠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뻔 했지만 지금 후타쿠치의 머릿속엔 단 하나 뿐이었다. 관심을 받아 기쁘다는 기색이 대놓고 섞인 대답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며 후타쿠치는 필요한 말을 곧바로 꺼냈다.


아무것도 아니야. 담배 있냐?”

. 여기 형들이 맨날 담배 뜯어 가는데. 안 그러시면 안 될

내놔. 나 오 분 안에 들어가야 돼.”


네에, 하고 순식간에 목소리가 작아져서는 뜯은 지 얼마 안 된 티가 나는 담뱃갑을 건넨다. 낚아채듯 가져간 담뱃갑에서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는 얼굴을 몰래 바라보는 코가네가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말은 틱틱 거칠게 하는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곱상한 외모다. 라이터 불빛에 순간 밝아졌던 얼굴은 창백한 듯 하얗고 결이 좋아 보였다. 코가네가와의 눈동자가, 이마 위로 흩어져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후타쿠치의 옅은 갈색 머리칼을 따라 멍하니 움직였다. 그러자 문득 시선을 느낀 후타쿠치의 눈길이 내리깔렸던 채로 느릿하게 코가네가와에게로 돌려진다. 필터 끝을 물고 있는 알맞게 도톰한 입술 사이로 연기와 함께 살짝 갈라진 목소리가 샜다.


어딜 질척대려고, 이게.”

, 아닌데요.”


코가네가와의 대답은 조건반사처럼 터져 나왔다.


아니긴 뭐가 아냐.”


후타쿠치는 피식 웃으며 담뱃재를 탁탁 털었다. 눈이 아프도록 번쩍대는 간판들과 온통 술 취한 거리의 소음 속에서도 어두운 뒷골목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게 느껴지곤 했다. 후타쿠치에게는 여기가 나름대로 바짝 조이고 있던 영업용 긴장을 휘휘 풀어 내던져버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 목소리는 솔직하게 낮아지고, 얼굴은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후타쿠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코가네가와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 키스해봐.”


여전히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얼굴로 하얀 연기가 뿜어졌다. 후타쿠치는 그 얼빠진 얼굴이 웃기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코가네가와가 입을 떼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담배를 든 손으로 그의 뺨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


코가네가와는 코끝으로 훅 끼치는 담배 냄새를 맡았다. 귓가에 열기가 느껴졌다. 술 냄새도 났다. 그는 그만 취한 듯 땅바닥에 양 손을 짚었다. 어떤 순수함이나 설렘 같은 건 일말도 없이 노련하게 훅 치고 들어온 후타쿠치의 입술 사이로 시작부터 혀가 밀고 나와 얽혀들었지만, 멍하니 입을 벌린 코가네가와의 귀는 소년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후타쿠치는 그를 데리고 장난치듯 혀를 섞었다. 뜨겁게 질척이는 소리에 순식간에 코가네가와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더니 무언가 뚝 끊어졌다. 늘 힐끔거리며 훔쳐보기만 했던 가게의 넘버 원 이었다.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들었다. 너 같은 건 상대 안 해, 하는 기색이 너무나 뚜렷해서. 그런 그가 지금 술에 취해 있든 어쨌든 상관없었다. 코가네가와는 코로 거친 숨을 내쉬며 후타쿠치의 뒷목을 붙들고 다가들었다. 후타쿠치의 손에서 거의 다 타버린 담배꽁초가 떨어져 반짝였다.


, ,

…….”


쭈그려 앉았던 후타쿠치의 엉덩이가 차가운 아스팔트에 닿고, 등이 벽에 가볍게 밀려 부딪혔다. 숨 막히게 밀어붙이는 서툰 키스가 버겁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이 바닥에선 좀처럼 느껴볼 수 없었던 순진함이 섞여 있었다. 후타쿠치는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제 한쪽 팔목을 꽉 붙든 코가네가와의 큰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가 잠시 입술을 떼고 흔들리는 시선으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후타쿠치는 그의 가슴팍을 가볍게 밀어내고 담벼락에 몸을 제대로 기대앉았다.


비켜, 임마. 넌 정도를 모르냐?”

제가, 제가.”

너 섰지? 빨랑 꺼져.”


그러나 코가네가와는 물러나는 대신 손등으로 무심코 입을 슥 닦았다. 그리고는 후타쿠치의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앉았다. 자신의 얼굴에 눈을 고정한 그의 얼굴을 무심코 올려다보다 아래로 시선을 내린 후타쿠치는 곧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 씨발. ! 너 돈 내.”

빨리 끝낼게요.”


헛웃음을 뱉으며 고개를 돌린 후타쿠치의 귓가로 자꾸만 코가네가와의 거친 숨소리가 섞여들었다. 후타쿠치는 그가 정신이 팔린 사이 바지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가로챘다. 불을 붙이며 올려다본 하늘엔 별이 하나도 없었다. 밤공기가 진득했다.


……카마사키 형님, 완전 잘해주세요. 우리한테요.”

미친, 뻥 치지 마.”


어울리지 않게 뒷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에 대충 손을 닦으며 코가네가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벌써 세 대 째 담배를 태우며 후타쿠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러나 코가네가와는 조금 억울하다는 듯 대꾸했다.


진짠데요?”


근데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 그렇게 개같이 구는 거? 술기운이 남은 얼굴에 거칠게 마른세수를 하며 머리를 헝클어 버린 후타쿠치가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코가네가와의 대답도 덩달아 중얼거리듯 작아졌다. 전 잘 모르죠. 후타쿠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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