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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2차

[우시시라] 열정 월간 우시시라 [우백] 1월호 열정우시지마 와카토시 X 시라부 켄지로 w.비누꽃 단 한 번도 선배의 앞에서 약한 소리 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시련을 겪게 마련이고, 그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이 나의 오만함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어린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나 역시 그런 약함을 이해한다. 다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었을 뿐이다. 누구나 기대하고 의지하고 싶을 때가 있대도 나만은 그럴 수 없었다. 그럴 여유 따위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순간, 내가 다루는 그 남자, 나의 에이스는 나를 내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시지마 와카토시와 함께한 2년 동안 줄곧 그런 마음으로 긴장을 유지하고 나를 채찍질해 왔다. 중학교 때는 꼭 따라잡고 싶은 우상이었고, 고등학교에 .. 더보기
[리에야쿠] Give Love 07 Give Love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사랑하기 힘들다. 나는 처음으로 지쳐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하지 않게 된 것도 아니었다. 하루종일 모리스케의 얼굴이 눈 앞에 떠다녔고, 가슴이 갑갑해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얼굴을 실제로 마주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상처받지 않았을 것이다. 야쿠는 보고 있던 책을 그만 덮어 버렸다. 이 감정을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듯했다. 리에프가 그를 남겨 두고 떠난 자리에서 어렵게 몸을 일으키면서 야쿠는 자신이 곧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처음이었다. 며칠 내내 책을 볼 수도 없었고 밥을 .. 더보기
[쿠로야쿠] 한여름 청춘 한여름 청춘 쿠로오 테츠로 X 야쿠 모리스케 w. 비누꽃 한여름의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유일하게 그늘졌던 수돗가. 나는 오랫동안 그 애의 뒤로 비친 그 햇살과 물 흐르는 얼굴에 진 그림자를 탓했다. 그 애를 좋아하게 된 게 아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뭘 봐?" "어?" "씻을 거면 씻던가. 금방 종 치는데." 우린 일학년이었고 그애는, 야쿠 모리스케는 아직 나에게 별로 살갑게 굴지 않았다. 나 역시 아직 그와 별것도 아닌 일로 말싸움을 하는 일이 잦았다. 같은 반에 앞뒤로 나란히 앉은 자리, 그런데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도 맞지 않는 성격이라니. 그러니 그 때의 우리는 매일 이래저래 입씨름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인 줄 아는 애들이었다. "야, 쿠로오." 나를 부르는 야쿠의 .. 더보기
[리에야쿠] Give Love 06 Give Love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 비누꽃 여섯살의 리에프는 초등학생이 된 나보다 이미 더 컸다. 나는 반에서 제일 작았고, 리에프는 또래 중에서 가장 크고도 남았다. 그러니 내가 그 애를 이것저것 챙기는 모양새는 아마 옆에서 보기에 좀 우스웠을 거다. 하지만 리에프는 분명 내가 붙어서 챙겨 줘야 하는 동생이었다. 함께 다니다 뭘 잃어버려도,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도 리에프는 나만 바라보며 멀뚱멀뚱 서 있었다. 사실 나는 그 어릴 때부터 내가 리에프가 따르는 형이라는 자부심에 우쭐해 있었다. 그래서 리에프가 점점 더 자라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는 게 서운했다. 처음에는 리에프도 내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듯 일부러 나에게 조르고 달라붙었다. 나는 그게 단 한 번도 .. 더보기
[리에야쿠] MIRAGE 2016 리에야쿠 교류회 원고 MIRAGE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 비누꽃 형은 성격이 밝고 착했고, 동생은 공부를 아주 잘 했다. 누구도 그들을 친형제라 믿지 않았지만 분명 그들은 형제였다. 그 증거로 형은 동생을 아주 끔찍이 챙기고 돌보았고 동생은 꼭 성공해 호강시켜 주겠다고 몇 번이고 형을 끌어안고 맹세하곤 했다. 그들이 사는 낡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연립주택 앞을 지날 때면 동네의 꼬마들은 부모의 옷자락을 붙들고 물었다. ‘왜 저 집엔 형하고 동생 둘만 살아?’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그래. 착한 형들이니까 너 혹시라도 놀리지 마라.’ ‘근데 왜 둘이 성이 달라?’ 부모는 그저 아이를 붙들고 그 집 앞을 빠르게 벗어날 뿐이었다. 형의 이름은 야쿠 모리스케, 동생의 이름은 하이.. 더보기
[리에야쿠/야쿠른] 아홉 마디 꽃 03 아홉 마디 꽃 w.비누꽃 황묘족과 흑묘족의 소공자들이 모여 사는 가옥은 도성 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에 속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전각을 사용하는 것은 부족의 후계들이었다. 가장 안쪽에, 가장 아름다운 뜰을 가진 전각에는 큰 방이 두 개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야쿠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흑묘족의 소공자가 기거하고 있었다. "한 해 동안이나 태자전하와 글을 읽었으면서, 너도 참 매몰찬 게 아니냐." "시끄럽다." 야쿠는 책장을 넘기며 말을 붙여 온 쪽에 눈길도 주지 않고 대꾸했다. 그가 앉아있는 방은 뜰을 향해 창이 나 있었다. 여름임에도 쾌청한 밤바람이 열린 창으로 불어들었다. 또 한 사람, 야심한 시각임에도 뜰에서 밤공기를 맞는 남자는 창틀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키 크고 다부진 체격에 머리는.. 더보기
[오이스가] 녹여줘 02 녹여줘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비누꽃 이른 아침부터 샵에 들러 메이크업을 받고 오느라 스가와라는 조금 지친 상태였다. 그에게 NKK의 대기실은 이상하게 유독 갑갑하게 느껴졌다. 아직 녹음도 들어가지 않은 라디오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한 녹화라니, 스가와라는 이렇다 할 녹음실 에피소드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방송 분량을 뽑아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 함께 출연하는 성우들과의 지난 이야기나 하고, 드라마 장면이나 좀 보여주는 정도려나. 비타민 음료 한 병을 따 마시고 목캔디의 포장을 뜯으며 그는 대기실 밖으로 나섰다. 복도에 작게 만들어 놓은 휴게 공간에는 이미 누군가 와 있었다. 얼굴을 대본으로 가린 채 다리를 쭉 뻗고 미동 없이 앉아 있는 남자. 스가와라는 그 남자의 길게 뻗은 다리와 .. 더보기
[리에야쿠] Give Love 05 Give Love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일기처럼 글로 기록하지 않아도, 어떤 기억을 생생하게 가져다 주는 것들이 있다. 언제든 이어폰을 꽂으면 그 노래를 처음 듣던 겨울날을 생각하게 해주는 음악이라든가 늦가을 매일 같은 길을 걸을 때 먹었던 사탕을 보면 그때마다 밟았던 낙엽의 바삭거리던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은, 바로 지금처럼. 여름 축제의 등불 밑을 걸을 때마다 나는 이 노란 불빛과 노점마다 피어오르는 연기,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언제나 여섯 살의 여름밤을 기억해냈다. 더 정확히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손을 꼭 잡고 사람들 틈을 헤치던 여덟 살의 야쿠 모리스케의 뒷모습을. 물론 나는 일상에서 보는 거의 모든 것에서 모리스케를 떠올리지만, 쇼윈도에 걸린 니트를 보고 그에게 선물해.. 더보기
[오이스가] 녹여줘 01 녹여줘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비누꽃 오이카와 토오루는 스케줄표를 보며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NKK 방송국의 간판이자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간판 아나운서로서, 스케줄이 빡빡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잡혀 있는 것을 보며 오이카와는 이미 국장의 책상으로 달려갔다 온 뒤였다. '국장님, 저... 라디오 드라마를 왜 제가...?' '그 프로 좀 띄워보려고 하는 거니까 잔말 말고 들어가. 다른 건 성우들이 알아서 할 거고, 오이카와 씨는 내레이션만 맡으면 돼.' '저 내레이션 약한거 아시잖아요!' '너 입사가 몇년찬데 아직도 그 소리야?' 뉴스면 뉴스, 엠씨면 엠씨, 예능, 교양프로, 녹화방송과 생방송을 가리지 않고 오이카와는 뭐든 자신 있었다. 그.. 더보기
[리에야쿠/야쿠른] 아홉 마디 꽃 02 *동양고전AU 아홉 마디 꽃w.비누꽃 리에프 태자는 고작 열 셋이었으나 몇 년 사이 놀라울 만큼 성장하여 제왕의 재목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문무를 갖추고 있었다. 황상의 절대적 총애를 받는 귀비의 소생인 리에프를 태자로 앉힌 것에 조정의 누구도 반발하지 못했고 그저 숨죽이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리에프 역시 궁중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 넘는 역량을 가진 왕자였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새로운 태자는 기본적으로 뜻을 굽히지 않는 성격으로, 그 대단한 고집 역시 제국의 2인자라 부를 만 한 것이었다. 물론 그때문에 늘 쩔쩔매야 하는 것은 리에프 주변의 궁인들이었다. "태감. 나는 기다리는 게 싫다." 금빛 용포를 두른 리에프는 태자궁의 보현각에 눕듯이 앉아 조강 뒤의 아주 잠시간의 휴식을 즐기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