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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오이스가] 녹여줘 3 녹여줘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 비누꽃 갑작스런 술 제안에 당황한 채로 오이카와는 녹화를 마쳤다. 녹화장이 온통 어수선한 가운데 흘끔, 그의 시선의 끝에 닿은 스가와라의 얼굴은 하얀 찰떡처럼 평온하고 예쁘기만 했다. 무슨 뜻일까. 오이카와는 무심코 팔짱을 끼고 섰다.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오히려 같은 작품을 녹음하게 된 입장에서도 그렇고 개인레슨을 받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어쩐지 스가와라에게 하찮게 자리 잡아 버린 것 같은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랐다. 더 거침없는 사람이었다면 그딴 거 무슨 상관이야, 하며 넘길 수 있었겠지만 오이카와는 그렇지 못한 타입이었다.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가와라는 처음으로 비웃음이 아닌 미소를 보여 주었다. 그건 .. 더보기
[오이스가] 녹여줘 02 녹여줘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비누꽃 이른 아침부터 샵에 들러 메이크업을 받고 오느라 스가와라는 조금 지친 상태였다. 그에게 NKK의 대기실은 이상하게 유독 갑갑하게 느껴졌다. 아직 녹음도 들어가지 않은 라디오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한 녹화라니, 스가와라는 이렇다 할 녹음실 에피소드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방송 분량을 뽑아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 함께 출연하는 성우들과의 지난 이야기나 하고, 드라마 장면이나 좀 보여주는 정도려나. 비타민 음료 한 병을 따 마시고 목캔디의 포장을 뜯으며 그는 대기실 밖으로 나섰다. 복도에 작게 만들어 놓은 휴게 공간에는 이미 누군가 와 있었다. 얼굴을 대본으로 가린 채 다리를 쭉 뻗고 미동 없이 앉아 있는 남자. 스가와라는 그 남자의 길게 뻗은 다리와 .. 더보기
[오이스가] 녹여줘 01 녹여줘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비누꽃 오이카와 토오루는 스케줄표를 보며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NKK 방송국의 간판이자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는 간판 아나운서로서, 스케줄이 빡빡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 잡혀 있는 것을 보며 오이카와는 이미 국장의 책상으로 달려갔다 온 뒤였다. '국장님, 저... 라디오 드라마를 왜 제가...?' '그 프로 좀 띄워보려고 하는 거니까 잔말 말고 들어가. 다른 건 성우들이 알아서 할 거고, 오이카와 씨는 내레이션만 맡으면 돼.' '저 내레이션 약한거 아시잖아요!' '너 입사가 몇년찬데 아직도 그 소리야?' 뉴스면 뉴스, 엠씨면 엠씨, 예능, 교양프로, 녹화방송과 생방송을 가리지 않고 오이카와는 뭐든 자신 있었다. 그.. 더보기
[OO스가] 애 아빠가 누구니 스가른 전력 60분, 주제 '의심' 애 아빠가 누구니오메가버스AU w.비누꽃 저 녀석이 이상하다. 사와무라 다이치의 신중한 눈이 스가와라 코우시를 샅샅이 훑었다. 평소처럼 웃고 있지만 지나치게 창백한 얼굴. 자신이 사주는 고기만두도 제대로 먹지 못하던 방금 전. 무언가를 묻는 듯한 자신의 눈을 어색하게 피해 땅으로 처박히는 시선. 스가와라가 숨기려 해도 언제나 코끝에 느껴지던 잔향조차 없었다. 사와무라는 파악을 끝내고 앞서 걷던 스가와라의 팔을 붙잡았다. "아 깜짝아!""너..." 사와무라는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연습이 끝난 저녁, 다른 부원들은 전부 앞서 걷고 있었다. "뭐야, 왜.""너 임신했지?" 스가와라의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소리가 사와무라의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걸음을 옮기던.. 더보기
[오이스가] 꽃가지 스가른 전력 60분, 주제 '소풍' 꽃가지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 비누꽃 화려한 자수가 놓인 도포 소매 사이로 꽃가지를 건네는 손길이 다정했다. 흰 천으로 눈 아래를 가린 남자는 말없이 꽃을 받아들었다. "오이카와 님, 저는 여인이 아닙니다.""알고 있어.""그런데 왜 꽃을 주십니까.""어떤 여인들보다도 그대에게 어울려." 오이카와라 불린 남자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시야를 방해하는 하얀 천을 잡아당겼다. 부드럽게 머리칼을 휘날리는 봄바람에 얇은 비단천은 공중으로 하늘하늘 날았다. 얼굴이 드러난 남자는 얼마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새하얀 옥면에 그림자를 만드는 속눈썹을 남김없이 눈에 담으며 오이카와는 슬쩍 웃음을 지었다. "코우시. 이렇게 날이 좋으니 좀 걷자꾸나." 그리고 .. 더보기
[오이스가] 첫사랑 오이카와 안나옴 주의; 아, 내가 진짜 너를 좋아했구나.고작 맥주 두 잔에 취해 엎드리며 나는 너의 얼굴을 가슴 아프도록 떠올렸다. 첫사랑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비누꽃 우리는 한 번도 사귄 적이 없었다. 그러니 그에게 나는 한 마디도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그는 내 첫 키스를 가져가고, 내 첫 섹스를 가져가고 그리고 내 마음만은 그대로 돌려주고 떠났다. 내가 더 사랑을 원할 때마다, 확인하려 할 때마다, 관계를 정립하려 시도할 때마다 그는 구실 좋게 빠져나갔다. 더 원하는 내 마음이 마치 쿨하지 않은 어린애의 행동인 것처럼,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게 멋진 것처럼 포장하고 돌려 말하며 우리 사이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티를 내기 싫어서, 지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