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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야쿠/야쿠른] 아홉 마디 꽃 03 아홉 마디 꽃 w.비누꽃 황묘족과 흑묘족의 소공자들이 모여 사는 가옥은 도성 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축에 속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전각을 사용하는 것은 부족의 후계들이었다. 가장 안쪽에, 가장 아름다운 뜰을 가진 전각에는 큰 방이 두 개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야쿠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흑묘족의 소공자가 기거하고 있었다. "한 해 동안이나 태자전하와 글을 읽었으면서, 너도 참 매몰찬 게 아니냐." "시끄럽다." 야쿠는 책장을 넘기며 말을 붙여 온 쪽에 눈길도 주지 않고 대꾸했다. 그가 앉아있는 방은 뜰을 향해 창이 나 있었다. 여름임에도 쾌청한 밤바람이 열린 창으로 불어들었다. 또 한 사람, 야심한 시각임에도 뜰에서 밤공기를 맞는 남자는 창틀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다. 키 크고 다부진 체격에 머리는.. 더보기
[오이스가] 녹여줘 02 녹여줘오이카와 토오루 X 스가와라 코우시 w.비누꽃 이른 아침부터 샵에 들러 메이크업을 받고 오느라 스가와라는 조금 지친 상태였다. 그에게 NKK의 대기실은 이상하게 유독 갑갑하게 느껴졌다. 아직 녹음도 들어가지 않은 라디오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한 녹화라니, 스가와라는 이렇다 할 녹음실 에피소드도 없는데 대체 어떻게 방송 분량을 뽑아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 함께 출연하는 성우들과의 지난 이야기나 하고, 드라마 장면이나 좀 보여주는 정도려나. 비타민 음료 한 병을 따 마시고 목캔디의 포장을 뜯으며 그는 대기실 밖으로 나섰다. 복도에 작게 만들어 놓은 휴게 공간에는 이미 누군가 와 있었다. 얼굴을 대본으로 가린 채 다리를 쭉 뻗고 미동 없이 앉아 있는 남자. 스가와라는 그 남자의 길게 뻗은 다리와 .. 더보기
[리에야쿠] Give Love 05 Give Love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일기처럼 글로 기록하지 않아도, 어떤 기억을 생생하게 가져다 주는 것들이 있다. 언제든 이어폰을 꽂으면 그 노래를 처음 듣던 겨울날을 생각하게 해주는 음악이라든가 늦가을 매일 같은 길을 걸을 때 먹었던 사탕을 보면 그때마다 밟았던 낙엽의 바삭거리던 감촉이 느껴지는 것 같은, 바로 지금처럼. 여름 축제의 등불 밑을 걸을 때마다 나는 이 노란 불빛과 노점마다 피어오르는 연기,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언제나 여섯 살의 여름밤을 기억해냈다. 더 정확히는,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손을 꼭 잡고 사람들 틈을 헤치던 여덟 살의 야쿠 모리스케의 뒷모습을. 물론 나는 일상에서 보는 거의 모든 것에서 모리스케를 떠올리지만, 쇼윈도에 걸린 니트를 보고 그에게 선물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