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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HQ!!

[리에야쿠] 존경하는 주장님



*리에야쿠 연령반전

*야쿠->쿠로오 짝사랑 소재 있음

*완전 합의되지 않은 관계 있습니다








존경하는 주장님

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몇 번이고 몰아붙여진 탓에 참지 못하고 크게 신음을 터뜨렸다. 곧바로 커다란 손이 머리 뒤에서 뻗어와 입을 틀어막는다. 그 손이 닿는 게 너무 끔찍해서, 위아래 입술을 잔뜩 입 안으로 말아 넣고 꾹 꾹 눌러 참았다. 분명히 다 눈치 채고 비웃고 있을 거다. 등 뒤에서 한숨처럼 터진 나직한 신음에 등줄기에 소름이 찌릿하게 돋았다. 입에서 떨어져 나간 손은 내가 참았던 숨을 내뱉기 무섭게 턱 밑으로 내려와 천천히 목을 쓸었다. 무게를 지탱하던 팔꿈치를 무너뜨리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 악 하고 내뱉는 신음은 베개에 묻혀버렸다. 소리가 새어나가길 바라면서도 바라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들키길 바라면서도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나를 구해내고 이 짓을 끝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이바는 여전히 내 등 뒤에 있었다. 둘 다 옆으로 누운 채로 그는 나를 뒤에서 안고 있었다. 나도 주장도 아직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이바의 손은 쿵쿵거리는 내 심장 때문에 위로 솟았다 내려가기를 반복했고, 내 등에 닿은 주장의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이 팔에서 벗어나려 하면 더 단단히 나를 붙잡아둘 거다. 눈을 감고 몸을 늘어뜨렸다. 여전히 주장과 몸을 맞댈 때마다 두려웠고 나를 만질 때마다 소름이 돋았지만 지쳐 쓰러질 때까지 몰아붙이는 그와의 관계가 끝난 후에는 그럴 기운조차 없었다. 감은 눈 밑으로 습관처럼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보다 더 뜨거운 손가락이 다가와 눈물이 따가울 만큼 지나간 자리를 매만졌다.


아직도 울어?”


만족한 듯 낮게 잠긴 목소리는 살짝 쉬어 있었다. 코트에서 항상 호쾌하게 소리치는 평소의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그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열혈 주장의 모습을 싹 감추고 나를 협박해서 거칠게 헤집고 굴욕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웠다.


아니요, 아니에요.”


얼굴에 닿은 손 때문에 나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기운이 없어 무너지려는 찰나 그가 내 어깨를 잡아당겨 똑바로 눕혔다. 순식간에 다시 몸 위로 올라온 하이바의 얼굴은 평소처럼 웃는 듯 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모리스케.”


처음 몸을 섞은 이후로 하이바는 나를 성 대신 이름으로 불렀다. 이름이 불리는 걸 듣고 그를 올려다보는 내 눈에 두려움이 섞인 걸 확인한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주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나를 이런 눈빛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깊이 욕망이 섞인 눈, 내게 욕정하는 눈이 내 얼굴을 찬찬히 훑었다. 그리고 입술이 맞닿았다.


관계 후에 하이바가 느리고 천천히 내게 키스하는 게 싫었다. 나른한 정적 속에서 이뤄지는 입맞춤은 마치 주장과 내가 섹스 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감정이라도 나누는 것처럼 느껴져 거북스러웠다. 물론 이런 생각은 절대로 입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멍청히 벌린 입 안으로 혀가 들어와 천천히 입 안을 돌아다녔다. 하이바 리에프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고, 잘근잘근 씹고, 혀를 끌어당겨 빨아들였다. 깊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턱이 아프도록 버거웠다. 조용한 방 안에 쪽쪽거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


숨이 차서 나도 모르게 나간 콧소리에 주장의 입맞춤이 거칠어졌다. 아프게 혀를 잡아당기고, 잡아먹듯 깊이 입 안으로 침범해 왔다. 코로만 숨을 쉬는 게 힘들어서 어깨를 비틀자 양쪽 팔목을 두 손으로 잡아채 쾅 내리눌렀다. 이미 부어 있던 입술에 금세 피가 비쳤다. 피 맛을 느끼고 입술을 뗀 주장은 그와 마찬가지로 거친 숨을 내쉬는 나를 내려다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얼굴 양쪽으로 움켜잡은 손목을 더 세게 틀어쥐었다. 금요일 밤이었고, 손목을 잡아 쥔 자국 정도는 월요일 연습 전까지는 사라지고도 남을 것이었다. 아파서 눈썹을 찡그리며 신음하는 내 얼굴을 하이바의 눈이 샅샅이 살폈다. 그리고 곧바로 고개를 내려 내 목덜미를 약하게 씹으며 자국을 남겼다.


, 주장! 하지마세요, 남기지 마세요.”

뭐 어때. 금방 없어져.”


짧은 배구복이 감싼 부분을 제외하고 몸을 전부 드러내야 하는 종목의 특성상 하이바 리에프는 평소에 내 몸에 자국을 남기는 데 항상 욕망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는 걱정하며 안달하는 내 모습을 보며 즐거운 듯 웃었다. 이럴 때마다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움츠리고 눈치를 살피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모리스케. 화내는 거야?”


귀에 속삭이고 그대로 귓불을 입에 물었다. 저릿저릿한 팔목을 놓아준 손은 그대로 가슴으로 내려갔고, 주장은 하체를 내려 내 아래에 밀착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비볐다.


아으, , 주장잠깐만, 잠깐만요,"


내 얼굴이 붉어져 있다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주장은 이대로 몇 번이고 더 몸을 섞을 작정일 것이다.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뱉으며 애원하는 목소리에 그는 내 귀를 놓아주고 눈을 맞췄다.


쿠로오가들어오면 어떡해요."

쿠로오는 집에 갔어. 같은 방 쓰면서, 쿠로오, 쿠로오 하면서 쫓아다니는 네가 그걸 모를 리 없는데.”

…….”


하이바의 손이 땀에 젖어 이마에 흩어진 내 머리칼을 넘겼다.


수작부리지 마. 화나려고 하니까.”


그는 이미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포기하고 눈을 꾹 감았다. 하지만 하이바는 그대로 머리채를 움켜쥐고 내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아악!”

쿠로오가 보고 싶으면 지금 불러 줄까? 보는 앞에서 할래?”

아니요, 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주장.”


하이바는 대답하지 않고 내 뒤통수를 내리눌러 침대에 처박았다. 들린 허리를 잡아채고 이미 서 있던 자신의 것을 그대로 밀어 넣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번에는 입을 막지 않았다. 어차피 옆방도 비어있을 것이다. 이미 몇 번의 정사로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주장의 체액이 다리 사이로 흘렀다. 그가 내는 낮은 신음소리와 내 억눌린 울음소리, 찌걱대는 마찰음이 뒤섞였다. 언제나 그렇듯 비참했다.

 





꿈도 꾸지 못하고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잠에 빠졌다가 문득 눈을 뜨니 방 안은 이미 아침나절의 햇빛으로 환해져 있었다. 간밤의 기억 중 마지막 토막이 끊겨 있었다. 손 끝 하나 까딱할 힘도 없이 바로 누운 채로 옆을 돌아보니 고른 숨소리를 내는 이방인은 하이바 리에프였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쿠로오가 없는 날이어도 아침까지 같이 있었던 적은 없었는데. 내 방에서 정사가 끝난 후에는 항상 나는 비틀대며 화장실로 들어갔고,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하이바는 축축해진 시트를 걷어들고 창문을 열어 둔 채로 방을 나갔다. 그의 방에서는 난 그가 붙잡아 욕실로 데려가지 않는 이상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도망쳐 나오곤 했었다. 주장이 깨는 게 싫어 숨소리도 못 내고 누워 있는 내 기분 같은 건 상관없이, 어느새 열린 창으로 바람이 불어드는 토요일 아침은 너무 맑고 쾌청했다.


다시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한 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몸에 밴 훈련 습관 때문에 주말에도 의지와는 상관없이 금방 눈이 떠지곤 했다. 몸집이 작긴 해도 나도 배구를 하고 있는 몸인데 주장이 놔주지 않는 주말에는 이렇게까지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내가 눈을 뜬 건, 턱을 괴고 나를 내려다보며 내 머리칼을 헤집고 있는 하이바의 손길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가끔은 이렇게 너랑 푹 자는 것도 괜찮잖아.”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 아무 말도 못하고 외면하는 나를 보며 몸을 일으킨 주장은 기지개를 쭉쭉 폈다. 보기 드물게 이마를 전부 덮고 있던 앞머리를 다시 슥슥 넘긴 채로 그는 상쾌하게 웃었다.


아파?”


그가 평소 다른 부원들과 있을 때처럼 보인다고 해도 나는 감히 그에게 솔직하게 싫은 티를 내거나 할 수 없었다. 그의 호쾌한 웃음 뒤에 얼마나 잔혹한 성정이 숨겨져 있는지 이미 질릴 만큼 겪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어젯밤 그렇게 나를 혹사시키고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다.


아니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좀 웃어라. 신입 땐 그렇게 리시브 한다고 빨빨거리던 애가.”


그는 내 허리 밑으로 손을 넣어 나를 일으켰다. 침대 시트는 새것이었고 하이바와 내 몸에서는 바디 클렌저 냄새가 났다. 아마 기억나지 않는 마지막은 욕실 이었나보다.


넌 쿠로오 테츠로 앞에서만 웃고 떠들지.”


주장도, 쿠로오도 절대로 모를 거다. 내가 좋아하는 쿠로오 앞에서 웃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같은 방을 쓰는 쿠로오가 무언가 눈치를 챌까봐 얼마나 필사적으로 연기하고 숨기고 있는지.


아니에요.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조심해, 모리스케.”


네가 자꾸 날 서운하게 하면, 쿠로오가 존경하는 내가 어떤 말을 걔한테 흘릴지 모르잖아.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 때문에 또 끝없이 서러워졌다. 마르지도 않고 또 눈물이 지나가버린 내 뺨에 입술을 대며 웃는 하이바의 모습이 꼭 발톱을 감춘 사자 같았다.

 





네코마에 입학하고, 배구부에 입부한지 한 달도 안 되어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무뎠기 때문에 눈치 채는 게 느렸으리라고 생각된다. 연습이 끝나고 혼자 남아있던 샤워실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발정하는 짐승에게 뒤를 뚫렸다.


나는 그때 이미 쿠로오를 좋아하고 있었다. 엉엉 울며 샤워실 바닥에 쓰러진 내게 하이바는 쿠로오가 나를 경멸하는 게 싫다면 앞으로도 계속 입을 다물라고 했다. 미숙하고 멍청한 나는 차마 쿠로오에게 말을 꺼낼 용기를 내지 못했다.


4월의 흐드러진 벚나무 밑에서 울고 있던 나를 찾아낸 쿠로오는 헝클어진 검은 머리를 더 휘날리며 시원하게 웃었다. 그리고 내 머리칼을 마구 흩뜨리며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자기나 하이바에게 말하라고 했다. ‘울지 마, 모리스케! 리에프 주장도, 나도 널 아낀다고!’ 하이바의 이름을 꺼내는 쿠로오의 웃음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처음으로 나를 모리스케라고 부르는 쿠로오의 목소리에 나는 그냥 참기로 했다.


쿠로오는 진정한 동료를 찾아 견고한 팀워크를 가진 팀을 꾸리고 싶어 했다. 배구부를 나가려고 했지만 그의 마음을 얻을 그 기회를 외면하기 힘들었다. 그걸 전부 눈치 채고 쿠로오의 이름을 꺼내며 특별지도를 해주겠다고 한 건 주장이었다. 쿠로오의 앞에서 꺼낸 그의 말에 나는 거절도 하지 못하고 웃었다. 그리고 쿠로오는 존경을 담은 눈빛으로 하이바를 보며 웃었다. 주장은 실제로 연습이 끝난 뒤 나와 단둘이 남아 훈련을 봐주었고 지도가 끝난 뒤에는 다른 것도 가르쳤다. 가장 무서운 독이 하이바 리에프인지 쿠로오 테츠로인지 알지도 못했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고 끌려갔다. 바로잡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았다. 빠져나갈 용기를 내려 할 때마다 주장은 무섭게 나를 짓눌렀다. 내 몸과 정신을 다 그 사람이 쥐어 잡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면, 3학년들은 배구부를 떠나 입시에 전념하게 될 거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주장 역시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을 거다. 그때까지만 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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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