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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HQ!!

[우카스가] 아이스크림은 이용당했군요

스가른 전력 60분, 주제 '이사'



아이스크림은 이용당했군요

우카이 케이신X스가와라 코우시



w.비누꽃







타케다 선생이 새로 이사한 연립주택은 나름 널찍했다. 어느 날엔가 이사 준비로 바쁘다며 지나가듯 흘린 말을 잽싸게 주워들은 카라스노 배구부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모였다. 막 여름에 접어든 미야기는 습하고 더워서, 짐 정리가 얼추 끝나자 너나할것없이 바닥에 널부러져 음료수를 들이켰다.


"여러분 너무 고생 많았어요. 일단 아이스크림 먹고 저녁도 먹고 가요!"


우오오오. 타케다의 말에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다들 신이 나서 박수를 쳤다. 전부 윗옷을 벗어던진 채로 아이스크림 가위바위보를 했고 단번에 져버린 스가와라를 제외하고 다들 실실 웃으며 다시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선풍기 한 대를 차지하고 있던 우카이는 지갑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 저녁 장은 이따가 볼거지?"

"네. 그냥 계세요, 아이스크림 사러 제가 돈 줘서 보낼게요."

"됐어, 이 정도는."


바닥에 던져 놓은 땀 젖은 티셔츠를 주워 입던 스가와라는 옷 냄새를 킁킁 맡으며 우카이 코치에게 물었다.


"우카이 코치님, 같이 가시는거예요? 더운데..."

"아아, 됐어. 바깥바람이 더 시원하겠다."

"코치, 그거 실례 아니에요...?"


조금은 우울하게 이어진 타케다의 말을 뒤로한 채 둘은 집 밖으로 나왔다. 말 한마디 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골목길을 돌자마자 자연스럽게 둘의 손이 맞잡아졌다. 스가와라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큭큭 웃자 아무렇지 않게 앞만 보며 걷던 우카이도 씩 웃었다.


"손에 땀 차겠다."

"뭐 어때, 네 손인데."

"하하하."


스가와라도 소심하고 빼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우카이의 직설적인 행동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그는 우카이가 너무 어른스럽지도 그렇다고 철없는 어른같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는 언제나 코치로서 자신의 최선을 다하면서도 배구부원들에게 그 외의 쓸데없는 잔소리나 참견을 하지 않았다. 스가와라는 어른이라면 무턱대고 멋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저 우카이의 그런 쿨함이 마음에 들었다.


"난 아이스크림 두 개 사줘요."

"그으래."


좋았던 분위기가 깨진 건 금방이었다. 골목을 벗어나 마트가 있는 거리로 나오자마자 우카이는 잡았던 손을 놓아버렸다. 스가와라가 확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안 우카이도 스가와라와 눈을 마주했다.


"여긴 동네 사람들 많잖아. 학교 애들도 그렇고."

"아... 괜찮은데..."


우카이는 마트로 들어서며 대답 대신 스가와라의 머리를 매만졌다. 그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내내 스가와라는 기분이 더 상해 있었다. 웃음기가 하나도 없는 얼굴을 보다 못한 우카이가 조용히 물어왔다.


"아까부터 왜 그렇게 얼굴이 안 좋아."

"아니에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니라고 말한 것과는 다르게 스가와라는 가리가리군을 손에 쥔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날이... 날이 더워서 그래요."

"아닌 것 같은데."


우카이가 웃으며 손등으로 볼을 부비자 스가와라는 얼굴을 홱 돌려 그 손을 뿌리쳤다.


"내가 애예요? 왜 아까부터 애 대하듯이 그래요!"


우카이는 바구니에 담았던 아이스크림을 다시 아무렇게나 와르르 쏟아버렸다. 그리고 누가 봐도 마음 상한 얼굴로 뛰어나간 스가와라를 쫓았다.

늦은 오후의 해가 전봇대를 따라 긴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위 전선에 쭈르르 앉은 까마귀들이 까악 하고 울었다. 스가와라는 마트 앞에 그냥 서 있었다. 주위를 휙휙 둘러본 우카이는 스가와라의 손을 잡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어둡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미안. 이제 안그럴게."

"아...진짜..."


손을 놓고 뒤돌아서자마자 이어지는 우카이의 사과에 스가와라는 쭈그려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 그 얼굴은 더위와 후회로 찡그려져 있었다.


"코치님 잘못한 거 없는데 왜 사과해요. 내가 성질 내서 미안해요. 내가 진짜 애같이 굴었죠."

"스가."

"아, 나 원래 이런 애 아닌데 진짜... 이 좁은 동네에서 우리가 손 잡고 돌아다닐 수 없는 것도 알고 코치님 말이 다 맞는거 나도 아는데..."


우카이는 말없이 서서 스가와라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난... 굳이 내가 어린애고 코치님은 어른이라는 그런 생각 안 해요! 근데도 진짜 아무것도 아닌걸로 내가 애취급 받는것같이 느껴지고, 괜히 자존심 상하고. 그냥 속상하다구요. 그래서 성질부렸어요... 미안해요. 솔직히 맨날 몰래몰래 그것도 겨우 만나는 것도 화나고..."


우카이는 스가와라의 어깨를 당겨 안았다. 팔에 힘이 들어가자 스가와라도 우카이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스가와라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붙인 우카이가 작게 말했다.


"네 앞에서 괜히 어른인 척해서 미안해. 나도 계속 손잡고 걷고 싶고 매일 만나고 싶다. 너랑 똑같아."

"알아요...알겠어요."

"넌 나한테 어린애도 뭐도 아니야. 그냥 너야.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너한테 배운 점도 많아. 의지하고 있어. 그러니까... 좀만 더 참자, 우리."


스가와라의 어깨로 우카이가 내쉰 한숨이 닿았다. 더운 것도 잊고 둘은 한참동안 조용히 끌어안고 있었다. 별로 걱정할 것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둘 다 불안해하고 있었나 싶었다. 문득 우카이와 스가와라는 고개를 들어 각자의 어깨 너머를 확인했다. 골목은 여전히 좁고 어두웠고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았다. 스가와라의 등이 천천히 차가운 콘크리트 벽에 달라붙었다. 껴안았던 자세 그대로 우카이의 손이 스가와라의 뒷머리를 감쌌다. 입술이 가까워지는 동안 둘 다 웃고 있었다. 






"아, 왜 이렇게 늦게 와요 선배!"


달려와 스가의 등에 매달린 니시노야가 바람처럼 비닐봉지 속에서 가리가리군을 낚아챘다. 다들 한바탕 물을 끼얹었는지 머리는 촉촉하고 얼굴은 보송보송했다. 


"미안. 다들 씻었어?"

"응. 스가 너도 대충 물이라도 끼얹고 나와. 지금도 땀 줄줄 흘리네."


스가와라가 부원들과 시덥지 않은 말을 주고받는 동안 주방에 서 있는 타케다에게 대충 눈인사를 건넨 우카이는 하품을 하며 욕실로 걸어갔다. 막 씻으러 들어가려고 자연스럽게 티셔츠를 벗던 스가와라는 문득 그대로 굳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다이치가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코치님, 먼저 씻으실래요?"

"어어, 그러네. 그러네. 먼저 씻으세요!"


우카이는 덤덤한 얼굴로 눈도 안 마주치고 등을 돌리는 스가와라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스가와라를 부르며 손짓했다.


"그냥 들어와."


자신을 부르는 그를 돌아본 스가와라의 얼굴이 이번만은 참지 못하고 빨개졌다. 하지만 타케다와 부원들은 자신들을 등진 그 얼굴을 보지 못했다. 우카이만이 그를 보고 씩 웃었다. 둘이 함께 들어간 욕실 문이 닫히고, 물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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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이래도 19금이 ㅇㅏ니랍니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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