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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HQ!!

[다이스가] 어느날 갑자기


트위터의 브로맨티스트(@bromentist_)님의 썰에 치여 쓴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와무라 다이치 X 스가와라 코우시




w. 비누꽃










쾅쾅쾅. 다급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자마자 스가의 얼굴과 마주했다. 다이치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친구에게 당황감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스가..? 무슨 일이야?"


스가는 대답하는 대신 얼른 다이치를 지나쳐 현관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현관에 나와 있는 신발이 다이치의 것 뿐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일단 문을 닫으면서도 다이치는 얼떨떨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왜..."


그리고, 코끝을 찌르는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


"나, 나 좀 도와줘, 다이치."


조금 아까 갈림길에서 헤어졌던 모습 그대로, 스가는 져지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린 채 양 팔로 몸을 감싸안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다이치에게 등을 돌린 채로 덜덜 떠는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주먹을 휘두르던 평소와는 너무 달라서, 갑자기 안쓰러워 보였다. 다이치는 상황 파악을 마치고 차마 손도 대지 못한 채로 헛웃음을 웃었다. 


"...하, 하하... 당황스럽네..."

"미안... 생각나는 알파가 너 뿐이라..."


우리 이러면 안 되는거 아니야? 입 밖으로 나가지 못한 말은 생각으로만 남겨져 다이치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아냐, 생리현상인데... 약, 약은?"


그리고 생각을 거치지도 않은 채로 다른 말이 빠져나갔다.

없어. 못 챙겼어. 벌써 늦었어. 빠르게 읊조리며 스가는 이성을 빼앗으려 자신을 침식해 오는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는 채로 눈을 꾹 내려감았다. 어깨에 둘러멨던 가방이 발치로 툭, 떨어졌다. 그리고 아직도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다이치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미안한데... 나 힘들어서... 빨리..."


가장 친한 친구를 올려다보는 스가의 얼굴은 이미 발그스름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다이치는 처음으로 그 얼굴을 보며 가슴이 찌릿해지고 아래가 뻐근해지는 충동을 느꼈다. 


"어어... 알고 있는데... 나도 마음의 준비를 좀..."


그 말에 대꾸하는 대신 스가와라는 고개를 내려 다이치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얼굴을 비비적거릴 때마다 얇은 티셔츠 한 장을 타고 열기가 전해지며 알파를 홀리는 오메가의 페로몬이 진하게 피어올랐다. 꽃인지, 아니면 달콤한 과일이나 디저트의 냄새인지. 다이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처음 마주한 스가의 히트사이클은 그 하얀 얼굴과 떨리는 몸을 보며 지극히 본능적으로 욕정하도록 만들었다. 혼란스러워 하면서도, 살짝 떨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알파의 본능대로 다이치는 차마 마주안고 있지도 못한 채로 어정쩡하게 들어올리고 있던 손을 그대로 내려 스가의 허리를 감았다. 아, 얘 허리가 이랬나. 손 안에 잡히는 몸은 아무렇지 않게 맞부딪히던 평소와는 또 너무 달라서, 어지러워지는 머릿속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그를 들어올렸다. 한 손은 그대로 허리를 감은 채로 다른 한 손은 엉덩이 밑을 받쳐 안고 빠르게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둘이 몇 번이나 앉아 게임을 했던 침대 위로 함께 무너졌다.




"빨리..."


눈을 가리려 했지만 힘없이 옆으로 떨어지는 손을 힐끔거리며 스가는 울먹이듯 재촉했다.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다이치는 이미 그의 몸 위에 올라타있는 자신을 마지막으로 다잡아보려 애썼다. 


"......참... 냄새부터 꼴린다지만 친구랑 하려니 이거 참..."

"......"

"...냄샌 좋네."


스가와라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다이치의 시선을 받아내며 떨리는 손을 들어 스스로 져지의 지퍼를 내렸다. 수없이 같은 부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의도하고 싶지 않았어도 그 동작 하나하나에 지극히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흐려지며 멀어지는 이성을 배웅하면서도 스가는 참 이런 상황에서도 다이치는 다이치답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척 그냥 덮쳐 주면 좋을텐데, 급해 죽겠는 남의 속도 모르고 중얼거리고나 있으니까. 근데 너 선 거 다 티나거든. 발정한 오메가를 앞에 두고도 고민하는 알파는 정말 너 밖엔 없을거다.


눕혀진 스가와라의 얼굴 양 옆으로 침대를 단단히 짚은 다이치의 팔이 무너진 것은, 오랜 친구가 열로 뜨거워진 얼굴을 돌려 입술을 그의 손에 대고 부빈 순간이었다. 스가, 나도 이제 못 참겠어. 그 말은 그대로 스가의 입술로 꽂혀들어가 삼켜졌다. 정신없이 맞춰진 입술 사이로 혀가 얽히고, 가슴과 배가 순식간에 맞붙었다. 스가의 티셔츠 밑으로 다이치의 손이 들어가 뜨겁도록 달아오른 살을 매만졌다. 스가는 몸에 닿아오는 다이치의 큰 손에, 그에게서 숨김 없이 빠져나오는 알파의 페로몬에, 감각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 열렬하게 반응하는 것을 느끼며 이리저리 허리를 뒤틀었다. 


셔츠가 밀려 올라가고 바지가 잡아내려진 길을 따라 입술이 내려가고, 곧이어 터진 신음소리에 둘 다 이성을 놓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으응, 아, 더 해줘... 다이치의 손으로 알몸이 된 스가의 양 팔이 그의 목에 감겼다. 어쩌지 못하는 미성숙한 쾌락이 쥐어짜낸 눈물이 눈물점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스가의 무릎 뒤를 잡아 자신의 허리에 걸치고 세게 끌어당겨 몸을 더 깊이 맞붙이는 다이치의 손도 데이도록 뜨거워져 있었다. 너무 좋아서, 그래서 아무리 맞닿고 비벼져도 모자란 것 같아 안달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자신의 욕구를 해소시키면서도 끝없이 이성을 잡아먹는 손길과 함께 스가와라는 몸 안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것을 몇 번이고 느꼈다. 숨소리, 신음소리, 살이 맞붙는 소리가 아무리 방 안을 채워도 둘에게는 부족했다. 그래서 더 허리를 흔들고 입 안에서 혀와 타액을 섞으며 서로를 안고 또 안았다.  








팔을 베고 누워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겨주는 손길을 받으며 스가와라는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아, 미친 거 같아. 진짜로, 내가 잘못했어."

"왜. 후회돼?"

"어. 엄청."

"...그래?"


다이치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걸 얘한테 어떻게 전달하지.


"왜그래? 나, 나 지금 그냥 집에 갈까?"


답지 않게 약한 소리를 하는 걸 듣고 있으려니 진지하게 굳어 있던 다이치의 입꼬리가 살짝 풀어졌다.


"아니, 그게 아니고. 스가. 난 아까도 좋았고 지금도 좋은 거 같아서."


땀에는 젖었지만 열기를 가라앉혀 차분하고 하얗던 스가와라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후회같은 건 생각도 안 들었어."

"...야, 다이치..."

"어쩌면 언젠간 이렇게 될 일이었는지도 몰라. 오늘 학교에서 헤어질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었는데... 원래 이런 감정은 한순간이라잖아."

"......"

"그도 그럴 게 넌 오메가고 난 알파였으니까... 그러니까,"


자, 잠깐만. 그만 말해봐. 스가와라는 후다닥 얼굴을 가렸다. 그래도 우직한 목소리는 이어졌다.


"내가 책임질게."

"......"

"......"


......야, 다이치. 스가의 목소리가 울먹거리는 걸 듣고서야 다이치는 고개를 돌려 얼굴을 마주했다.


"왜, 왜? 스가, 너 울어?!"

"너... 좋은 친구인 건 알았지만..."


다이치는 허리를 반쯤 일으켜 곧바로 스가와라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그 손길을 느끼며 스가는 푸르르 떨리는 눈물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좋은 알파인 줄은 처음 알았어..."


그 말을 듣고 다이치는 그냥 허허 웃었다. 그래도 기쁨이 그대로 드러난 얼굴은 숨기지 못하고 스가와라의 머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가만히 안긴 채로 스가와라도 웃었다. 그리고 남은 힘을 끌어모아 다이치의 배에 주먹을 꽂았다.


"억!"

"고마워."


둘은 킥킥거리고 웃었다. 그러다 눈을 맞추고, 다시 입맞추고, 또 껴안고,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씻고, 둘 다 새로 빨아놓은 다이치의 옷으로 갈아입고 그리고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한 침대에서 꾸벅꾸벅 잠이 들었다. 밤이 깊어지고, 커튼을 치지 않은 창으로 마음대로 들어온 가로등 불빛이 잠든 두 얼굴을 비춰도 그대로 깊은 잠을 잤다. 날이 밝아 깨어나도 둘은 오늘 밤처럼 사랑할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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