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에야쿠] Enchanted 01 아침이 오는 게 싫다.늦잠을 자지 못하는 거의 평생의 습관대로, 창 밖에 희끄무레한 여명이 밝아오면 눈을 뜬다. 그리고 그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제일 먼저 변함없는 내 손을 확인한다. 허리를 일으켜 앉으면 보이는 침대 맞은편의 거울에 변함없는 내 얼굴이 비친다. 여전히 십 년 전 그대로이다.손톱만한 정의감과 충성심에 너무도 쉽게 불타올랐던, 어린 왕자를 껴안았던 그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대답은 ‘아니’다.나는 그 순간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그런 선택을 했던 나 자신을 원망하고 저주한다. 멈추어 버린 내 시간과 그로 인해 어떤 방향으로도 성장하지 못하는 내가 미워 견딜 수 없다. 제발, 날이 밝아도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루를 정리하고 침대에 들어 눈을 감은 채로, 그렇게 이.. 더보기
[리에야쿠] My fair king 계간리에야쿠 12월호 My fair kingw.비누꽃 “하아, 하…….” 거친 숨소리가 차가운 겨울 공기를 갈랐다. 하이바 리에프는 무릎을 꿇지 않으려 버티며 저를 둘러싼 검은 정장의 사내들을 훑어보았다. 저 각목에 팔을 정통으로 맞은 게 세 번, 저 쇠파이프로 등짝이 후려쳐진 게 방금이었다. 칼바람에 건조해진 입술은 빗겨나간 주먹 한 번에도 잔뜩 터져버렸다. 찝찔한 쇠맛을 혓바닥으로 느끼며 리에프는 천천히 눈을 내리감았다. 모히칸 헤어의 험상궂은 사내가 그를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제때제때 돈을 갚아야 할 거 아니야. 너희 집 넘어간 지 오래고, 늬 아부지 날른 지 오래고. 누나고, 엄마고 하나씩 싹 다 튀었네?” 리에프의 뒤에 서 있던 사내가 그의 무릎을 뒤에서 걷어찼다. 마침내 바닥에 .. 더보기
[리에야쿠] 네 마음속으로 퇴근시켜줘 계간리에야쿠 9월호네 마음속으로 퇴근시켜줘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N인터내셔널 종합상사 영업팀의 에이스는 누가 뭐래도 야쿠 모리스케였다. 그는 영업1팀의 대리로, 겉모습은 언뜻 대학생으로 착각할 만큼 귀여운 외모였지만 자신의 손에 들어온 계약 리스트는 성사시키거나 개박살을 만들어 버리거나 둘 중 하나라는 다소 거친 소문이 따라붙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 성사시키는 쪽에서 끝났으니 그리 흉흉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야쿠는 언제나처럼 전날 야근의 여파로 핏발이 선 눈을 비비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 회사 수면실에서 잘 때마다 가위에 눌리는 통에 어쩌다보니 찜질방에서 편한 고무줄 반바지 차림으로 눈을 붙이고 뜨거운 물로 목욕까지 한 터라 차림새는 생각보다 깔끔했다. “대리님, 어디 다녀오세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