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귀접 미리보기


3월 11일 리에야쿠 배포전 냥냥마켓에서 발간되는 

새밤님과의 리에야쿠 성인글 트윈지 <야화>에 수록될 단편입니다.

현판 및 통판 선입금 폼 : http://naver.me/xu8cVbDf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또한 미리보기의 수위는 성인본으로 발간될 회지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귀접

w. 비누꽃





, 하아…….”


야쿠 모리스케는 이불을 밀어젖힌 채 아직 가쁜 숨을 고르며 누워 있었다. 채 가시지 않은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핸드폰 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 새벽 네 시 반. 아쉬움과 자괴감이 동시에 찾아드는 시간이었다.

조금 더 느끼고 싶었는데. 아니, 벌써 이 시간이라니 내일 하루도 망했구나.

밀려드는 복잡한 감정들을 애써 뒤로 한 채 야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또 한 번 그 꿈이 찾아들든, 이대로 다 잊고 푹 잠에 빠져버리든 상관없었다. 자신이 잠의 주인이 되지 못한 지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에.

 

 



꿈에서 자꾸만 누군가와 섹스를 한다는 거죠?”

목소리 좀 낮춰.”


야쿠가 다급하게 속삭였다. 맞은편에 앉은 하이바 리에프는 어깨를 으쓱하며 콜라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일 뿐이었다. 야쿠의 시선이 빨대를 문 그의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았던 것인지, 아무튼 얼굴도 모르는 꿈 속 남자에게서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입술이었다. 꼭 저렇게 생겼었는데. 야쿠는 멍하니 생각에 빠져들다 곧 머리를 내저었다. 확실히 해 두고 싶은 점이 있었다.


아직, 아직 그끝까지는 안 했거든?”


. 리에프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제 앞에 놓인 햄버거의 포장을 뜯었다. 한 입 가득 빵과 치킨을 베어 물고 우물거리는 얼굴이 갑자기 못미덥게 느껴지려 했지만, 지금 야쿠가 기댈 사람은 리에프뿐이었다.


그는 그저 평범한 야쿠의 후배만은 아니었다. 고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같이 온 인연에 대한 믿음이기라도 한 건지, 리에프는 언젠가 야쿠에게 제 은밀한 비밀에 대해 털어놓았다. 어릴 때부터 주술에 관심이 많았고, 혼령과의 대화를 여러 번 시도했으며 지금은 제법 그 바닥에서 이름을 날리는 혼령술사가 되었다고. 그런 믿기 어려운 발언에 대한 야쿠의 의심은 그가 야쿠에게 제 메일함에 빼곡히 들어찬 각종 의뢰 리스트를 보여줌으로써 깨끗이 날아갔다.


그러니 이런 일이 생긴 후에 야쿠가 제일 먼저 생각했던 사람은 리에프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냅킨으로 소스가 묻은 입술을 훔치며 깔끔하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아무래도 제가 직접 봐야겠어요.”

, 어떻게?”

선배 집에 가 봐야죠. 방에 어지러운 기운이 가득할 수도 있거든요. 사진만 봐서는 정확하게 알기 힘들어요. 그만 일어나요.”

 


(.......)


 

그 꿈은 어떻게 진행된 건데요?”


리에프가 침대에 앉아 야쿠에게 손짓했다. 분명 제 집인데 무언가 뒤바뀌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야쿠는 스르르 그 옆에 주저앉았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처음엔 어디를 만졌다고요?”

……꼭 말해야 돼?”

선배.”

, 알겠어. 그러니까잠에 들었다가 누가 내 아래를만지는 느낌이 들어서 깨는 거야. 그러면 희끄무레한 형체가 거기를……. 그러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형체가 뚜렷해졌어.”

더 자세히 말해야죠. 못 알아듣겠어요. 아니다, 여기 누워 봐요.”


, ? 야쿠가 당황해 좀 전보다 더 말을 더듬었지만 리에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야쿠의 팔을 잡아당겨 눕혔다. 저를 바라보며 멍하니 깜박이는 눈을 내려다보던 그는 한 손을 들어 야쿠의 뺨을 쓸어내렸다.


이렇게 했다고요?”

아니, 아니, 아래를 만졌다고. 그보다 너, 지금.”

어떻게 했는지 알아야 어떤 놈인지 알아내죠. 별 거 아닌 조무래기일 수도 있고,”


아주 악질인 놈일 수도 있어요. 말을 끊고 귓가에 속삭이며 리에프의 손이 야쿠의 바지춤으로 내려갔다.


섹스 했어요?”

, 안 했다고 했잖아.”


야쿠는 리에프의 집요한 물음에 잠시 눈을 꾹 감았다 떴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거의 매일 밤, 몇 주를 찾아온 꿈속의 귀신에 대해 전부 털어놓았다.

 



(.........)

 



그거 정말 악질인데요? 그런데 보통 귀접은 당하는 인간 쪽이 거절하면 거기서 끝낼 수 있는데. 왜 이지경이 될 때까지 놔뒀어요?”

…….”

아아. 좋았나 봐요. 꿈 속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귀신이랑 그런 짓 저런 짓 하는 게. , 자주 있는 일이긴 하죠. 그놈이 솜씨가 좋았나 봐요?”

그렇게 말하지 마!”

그게 아니면 일이 이렇게 커질 수가 없으니까 그렇죠. 전 그냥 사실을 말하는 거예요. 선배도 저한테 거짓말 할 필요 없어요. 그럼 지금부터 선배를 힘들게하는 그 악령을 없애볼게요.”


힘들게,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리에프는 피식 웃었고, 야쿠의 얼굴은 활활 타올랐다. 리에프는 그 얼굴을 내려다보면서도 못 본 척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이 상황에서 방법은 딱 하나예요.”

뭔데?”

불러내고, 지켜보게 하고, 사라지게 하기.”

그게, .”


리에프가 야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에게 입을 맞췄다. 처음부터 여러 단계를 뛰어넘은 농밀한 입맞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