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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Love 소장본 미리보기


*웹페이지 가독성을 위해 문장 간격을 임의로 조정하였습니다.

인쇄판에는 전부 수정되어 나갑니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Give Love

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목 차


본편. Give Love

1. 소중한 건 소중하게 다뤄야지

2. 좋아하지 말아줘

3. 너는 더 어른이니까

4. 자꾸 착각하면 안 되는데

5. 야광별

6. 타이밍

7. 하고 싶은 대로 해

8. 시간이 필요해

9. 주고 싶어

10. 확신

11. 질투가 좋아

12. 너에게 사랑을 준다


외전. Make Love






 

내일 가면 언제 와?”

목요일.”

너무 길다.”


고등학교 2학년 초의 수학여행 전날 밤, 리에프는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엄마가 바닥에 이불을 깔아 준대도 리에프는 부득부득 베개를 껴안고 내 침대 위로 올라왔다. 별 수 없이 그 좁은 데 대충 함께 눕자 이번에는 내게 억지로 팔베개를 했다. 리에프의 팔은 딱딱하고 가늘어서, 베개가 더 편한데. 그러나 싫은 티라도 내면 상처받은 얼굴로 밤새 붙잡고 늘어지겠지.


어둠 속에서도 리에프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시선이 따가워 나는 얼른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 그게 오히려 실수였을까? 리에프의 손가락이 불쑥 뻗어 나와 내 입술을 살살 매만졌다.


키스또 해 보면 안 돼?”


얼굴이 간지러워서 나는 그만 눈을 떠 버렸다. 안 그래도 어떻게 말을 할지 타이밍을 보던 참이었다.


나 만나는 사람 있어. 안 돼.”


보지 않아도 분한 얼굴일거다. 그러나 내가 미안한 마음 반, 안심하고 잠에 들려는 마음 반으로 다시 눈을 감았을 때, 기습처럼 리에프의 입술이 나를 덮쳤다. 누운 채로 꽤 단단하게 내 어깨를 붙든 리에프의 손은 예전처럼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리에프는 나를 한참동안 밀어붙인 뒤에야 입술을 떼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네가 좋아할 사람은 나야.”


처음으로 리에프에게 밀린 날이었다.

 





(.....)







리에프는 야쿠의 팔을 붙들고 품에서 확 떼어냈다.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맞춰오는 야쿠의 눈은 어떤 동요도 없었다.


아무도 거절 안하면서 왜 맨날 나는 시작도 못하게 해.”

넌 내 동생이잖아.”

동생 아니야! 친구잖아! 그리고 이제 친구도 아니야!”

너 말하는 거 어릴 때랑 똑같아. 그래서 귀여워.”


야쿠는 리에프를 가볍게 밀어내고 가방을 집어 들었다. 일그러진 얼굴을 외면하고 발걸음을 옮기자 리에프가 더 빨리 걸어 야쿠의 앞을 막아섰다.


왜 나랑은 안 만나? 넌 내가 그렇게 싫어? 하찮아?”

아니, 넌 너무 소중해.”

근데 왜!”

소중한 건 소중하게 다뤄야지.”


리에프는 잠시 말문이 막혀 서 있었다. 곧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눈을 가렸다.


그런 말로 내 입 막지 마나 안 속아.”

왜 또 울어. 울지 마, 리에프.”

다정한 척 하지 마……!”


리에프는 눈앞에 서 있는 야쿠를 다시 껴안고 엉엉 울었다.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그의 머리칼을 쓸어주며 야쿠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왜 나는 안 돼? 내가 널 제일 잘 알잖아. 나 좀 봐 줘. 나 너무 마음 아파. 왜 날 안 좋아해줘. 끅끅대는 울음소리에 섞이는 말들이 너무 알아듣기 쉬워서 마음이 쓰렸다.


그만 울어, 나중에 머리 아파.”

애새끼 취급하지 마.”

애처럼 굴고 있잖아. 지금도 봐, 바로 욕하지.”

진짜 냉정해…….”


허리를 잔뜩 수그린 채 어깨에 묻었던 고개만 든 리에프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야쿠는 볼에 가득 흐른 눈물을 양손으로 닦아주다 무심코 입을 맞췄다. 짧게 맞닿고 떨어지는 입술에 놀란 리에프는 그대로 굳어 있었다.


, 그만. 나 누구 기다리고 있어.”

누구 기다리는데? 방금은 뭐야?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야?”

……리에프.”

너 방금 나한테 키스했잖아.”

그냥 울지 말라고 뽀뽀한거야. 어릴 때처럼.”





(.......)




나 쟤 누군지 알아, 1학년."

? 리에프 알아?”


저도 모르게 계속 리에프의 움직임을 좇던 야쿠의 시선이 옆자리 친구의 말에 다시 돌려졌다.


뭐야, 너랑 아는 사이야? 쟤 완전 유명해. 우리학교에서 제일 크다는데? 혼혈이라 얼굴도 잘생겼다고 입학할 때 엄청 말 많았어.”

. 동네 친구야. 난 왜 몰랐지?”

너 입학식 날 하루 종일 없었잖아.”

아 그랬네. 쟤 때문에 강당 간 건데.”


야쿠는 무심코 볼펜 끝을 질겅질겅 씹으며 다시 리에프가 앉은 쪽을 바라보았다. 입학식 날에는 일주일 전부터 리에프가 매일 밤 전화해서 졸라대는 통에 아침 일찍부터 꽃을 들고 강당에 가 있었다. 그리고 야쿠가 교복에 달아주는 꽃을 받으며 리에프는 치아가 다 보이도록 환히 웃었다. 주변의 시선이나 수군거림 같은 건 알아채지도 못했다. 리에프와 함께 있으면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길에서 리에프를 한 번씩은 돌아본다.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색 옅은 머리카락에 높은 콧대가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 시선을 의식할 만도 한데 리에프는 항상 야쿠를 붙잡고 야쿠에게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래서 야쿠는 가끔 궁금해졌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리에프는 어떤지.


사실 야쿠는 리에프와 함께 들어온 여학생을 이미 알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애가 분명했다. 그래도 리에프가 자주 어울려 다니는 애들의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이 시점에서 리에프의 안쓰러운 작전은 이미 실패했지만 그건 야쿠에게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주었다. 앞에 앉은 친구나 자신에게 아는 척을 해오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리에프의 눈빛과 표정은 야쿠는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차갑고, 감흥 없고, 조금은 거만하고 지루해보이기까지 하는. 물론 리에프가 사회성 없이 구는 타입은 절대 아니었지만 야쿠에게 보여주는 얼굴에 비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야쿠는 마음이 쿵 하고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 같아 애써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찾는 책도 없으면서 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람실의 빼곡한 책장 사이로 몸을 숨겼다.




(......)




어쩐 일로 왔어?”


이미 알고 있는데도 리에프는 질문을 했다. 일부러 더 가슴에 꽂히라는 듯이. 그리고 야쿠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성큼성큼 그 앞으로 걸어왔다.


……나 기다리고 있었어?”

해명하러 온 거면 그럴 필요 없는데, 모리스케.”


야쿠의 말을 못 들은 것처럼 대꾸하는 말투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투정부리듯 화낸 적은 있어도 야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리에프는 잠시 야쿠를 바라보다 현관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야쿠에겐 어쩐지 낯설었다. 리에프는 비켜 선 채로 문을 당겨 열어 야쿠가 들어가도록 했다.


너희 집 오랜만이다.”

너는 날 찾아올 일 없었으니까.”


작게 웃으며 말하는데도 어쩐지 날이 서 있었다. 야쿠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다른 가족들이 전부 러시아에 가 있음에도 리에프의 집은 온기를 품고 있었다. 리에프는 거실 소파를 가리켰다. 야쿠는 자리에 앉으며 또 차갑게 식으려는 손을 맞잡았다.


미안해. 얘기할 거 있어서 왔는데, 안 될까?”

그냥 좀 속상하네. 화도 나고. 그날 네 앞에서 그렇게 멋지게 돌아서는 척 했는데, 알잖아, 나 그런 거 잘 못하는 거.”


리에프는 한 자리 떨어져 앉으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야쿠는 리에프가 자신을 보려 하지 않는 게 너무 낯설었다.


할 말이 뭔데?”


야쿠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가 자신을 보지 않는데. 야쿠는 이 무거운 공기가 숨 막히도록 괴로웠다. 둘 사이에 긴 침묵이 흘렀다.


……그것 봐, 넌 그냥 내가 삐진 거 같아서 달래보려고 온 거야. 사실은 나한테 할 말 같은 거 없잖아.”


리에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


그리고 그 한 마디만 남기고 성큼성큼 자신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 야쿠는 곧바로 벌떡 일어나 리에프의 뒤를 허둥지둥 쫓아갔다.


리에프, 잠깐만!”


방까지 따라 들어온 야쿠는 등을 돌리고 선 리에프의 옷자락을 자신도 모르게 붙들었다. 할 말이 많은데, 손이라도 붙잡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신을 외면하고 선 리에프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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