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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HQ!!

[리에야쿠] Give Love 12 (完)






GIve Love

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12. 너에게 사랑을 준다

 

 


사랑이 온다면 가장 크고 환한 길로 들이닥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 사랑은 나도 모르는 가장 좁고 어두운 골목을 지나 뒷문으로 들어서서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렸다. 그 길에 불도 켜주지 않았는데. 그렇게 어렵게 곁에 올 때까지 나는 사랑이 시작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느새, 리에프는 내 마음을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기차에서 도시락을 먹고 먼저 잠든 쪽은 야쿠였다. 전날 밤 당연하게 한 침대에서 잠들 때에도 계속 뒤척이더니, 결국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모양이었다. 리에프는 이때다 싶은 마음에 아낌없이 야쿠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광대뼈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꾸만 솟았다.


같이 먹으려고 아까 산 건데.”


역에서 야쿠가 화장실을 간 사이 샀던 비싼 초콜릿은 리에프의 입으로 먼저 들어갔다. 진한 씁쓸함 뒤에 찾아오는 깊은 달콤함. 입 안에서 전부 녹아 사라진 초콜릿의 맛을 느끼며 리에프는 야쿠의 머리를 제 어깨로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우리의 앞으로도 그런 달콤함이길. 리에프는 마음속으로 꽤 진지하게 소원했다.


……안 잤어?”


잠이 가득한 목소리로 야쿠가 물었을 때는 이미 기차가 오타루에 닿았을 때였다. 마지막 남은 초콜릿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채로 리에프는 야쿠에게 키스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야쿠는 리에프의 머리를 붙잡으며 웃었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워 왔어. 아무도 없는 객실에 숨죽인 웃음소리가 퍼졌다.


숙소는 제법 좋은 개인 온천이 있는 료칸이었다. 둘 다 아직 학생인 상태에서 이렇게 좋은 곳에 묵을 수 있었던 것은 야쿠의 덕이 컸다. 무사히 혼자 대입 시험까지 치른 아들에게 어머니가 주는 졸업 선물이었다.


졸업. 야쿠는 그 단어가 주는 무게를 입 안에서 굴려 보았다. 졸업 여행, 고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추억. 하지만 그는 자꾸만 감성적이 되려고 하는 마음을 탈탈 털어 버렸다. 기쁘게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었다. 이 끝 뒤에는 시작이 기다리고 있었고, 옆에는 리에프가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괜한 슬픔에 눈시울이 시큰해질 일 같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있다면 무사히 자신의 미성년을 마무리했다는 안도감 때문이겠지. 야쿠는 거실에서 창밖의 온천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는 리에프를 뒤에서 껴안았다.


뒤에서 보니까, 너 갑자기 어른 된 거 같아.”

뭐야. 혼자 어른 되는 건 너잖아.”


용케 그 투정을 안 부리고 참나 싶었다. 리에프는 야쿠가 먼저 꺼낸 그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휙 몸을 돌려 야쿠를 꽉 마주 안았다.


그래도전엔 너 먼저 어른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내가 또 2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진짜눈앞이 깜깜했는데이제는 괜찮아. 덜 서운해.”

엄청 서운한 목소리로 그런 말


야쿠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리에프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기습처럼 입 맞추고 떨어져나갔다. 뭐야, 하고 웃음이 터지는 새에 리에프가 야쿠의 어깨에 걸려 있던 가방을 끌어내렸다. ? 하고 묻는 말에도 행동으로 대답한다. 단단히 껴입은 패딩을 벗겨내고, 허리를 끌어당겨 이마를 맞댄다.


온천 먼저 할래, 운하 먼저 볼래?”

운하 먼저,”

아니야. 온천이 먼저야.”


야쿠가 졌다는 듯 양팔을 들어 올리자 티셔츠가 머리 위로 벗겨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목욕하자면서, 왜 침대로 가?”


온천을 보면서 하자는 거지. 웃음 섞인 야쿠의 물음에 리에프는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

 




아까 했던 말 진짜야? 이제 내가 먼저 어른 돼도 괜찮다는 거.”


오타루 운하는 땅에 잔뜩 쌓인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온통 눈이 부셨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좁고 긴, 얼어붙은 강의 양 옆으로 만들어진 산책로와 오른편에 위치한 옛 창고들. 그리고 이제는 클래식으로 자리 잡아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영화 러브레터까지. 크고 웅장한 자연 경치는 아니었지만 오타루에는 사랑스러운 멋이 있었다. 리에프는 장갑을 끼지 않은 맨손으로 야쿠의 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모리스케가 먼저 대학생이 되고, 내가 모르는 것들을 먼저 해보는 거, 그거 여전히 질투 나고 솔직히 안달나지만. 지금은 우리가 확실히 함께 있으니까. 사귀고 있잖아. 너도, 나 좋아하잖아.”


마지막 말에 운하를 바라보고 있던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 맞아.”

헤헤.”

나조차도 놀랄 만큼내 생각보다 더 많이 널 좋아해.”

…….”

요즘 진짜 많이 느껴. 나답지 않게, 라고 생각했었는데. 네 덕분에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밝고 행복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자신감 넘치는 소린가?”


민망함을 감추려는 듯 야쿠는 살짝 장난치며 웃었다. 그러나 곧 리에프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보고 후다닥 손을 빼 리에프의 뺨을 감쌌다.


! 너 또 울지! 누가 보면 한 명이 곧 죽을 거라서 마지막 여행 온 줄 알겠다!”

그런 말은 하지 마!”


말끝에 울음을 숨기지 못하고 리에프는 다리 난간 위에 확 엎드렸다. 조금 전까지의 어른스럽고 진지했던 눈빛은 어디 갔는지. 야쿠는 그의 팔 밑으로 기어들어가 가슴팍 아래서부터 고개를 쑥 내밀었다.


넌 진짜 울보야. 네 친구들도 너 이렇게 맨날 우는 거 알아?”

말하기만 해봐.”

말 안 해. 이건 나만 알고 싶거든.”


리에프는 머리를 확 쳐들었다. 그리고 제법 뻔뻔한 표정으로 제 양 팔 안에 들어와 있는 야쿠를 내려다보았다.


진짜? 그럼 또 뭐? 너만 알고 싶은 내 모습이 또 뭐가 있어?”

……. 우는 건 귀엽고, 아까 방에선.”

방에선?”

솔직히요즘 너 멋있어 보이고.”


리에프의 눈이 더 커졌다. 한 번도 야쿠에게서멋있는 남자다라는 칭찬은 들은 적이 없어서, 언제부턴가 그렇게 보이길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잘 보이려고 계획을 짜도, 야쿠의 눈엔 어릴 때랑 똑같다고 했었으니까. 그랬었는데, 그랬었는데! 지금은 멋있다고? 내가? 리에프는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는 사람처럼 웃었다. 너무 좋아서 마음이 다 아팠다.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모리스케, 있잖아.”

?”


우리 저 강 위로 떨어져 버릴까. 지금 눈에 파묻혔다가 강에 빠져서 죽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


다리 난간과 자신의 몸 사이에 낀 야쿠를 더 밀어붙이듯 껴안으며 리에프는 야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재밌게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는데 억울하게 왜 죽어.


야쿠가 대꾸하며 손가락으로 리에프의 코에 가볍게 딱밤을 날렸다. 점심은 스프카레 어때? 리에프는 가볍게 화제를 돌리며 빠져나가는 야쿠를 뒤에서 꼭 껴안고 걸어가며 비로소 크게 소리 내 웃었다. 그럼 저녁은 양고기! 아이스크림도! 우리 먹으러 온 거야? 아니. 차디찬 겨울 공기를 깨뜨리는 따뜻한 대화가 공기 중에 퍼졌다가 온기만을 남기고 잦아들었다.




 


점심을 먹고, 유리공방을 구경하고, 우유 아이스크림도 몇 개씩이나 빨며 돌아다니고, 저녁으로 양고기까지 제대로 구워 먹고 나서야 그들은 료칸에 돌아왔다. 이불이 이미 깔린 방 안은 따뜻하고 조용했다. 야쿠는 옷을 아무렇게나 방바닥에 벗어 던지고 먼저 온천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젖혔다. 리에프는 그 뒤에서 바지를 개며 혀를 찼다. 정리 좀 해!


단둘이 몸을 담근 온천의 물은 뜨거웠다. 둘 다 노천탕은 오랜만인지라 설레는 마음으로 주변을 휘휘 돌아보고 있었다. 북쪽 지역임을 알 수 있는 침엽수들이 밤바람에 거세게 흔들렸다. 뾰족한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머리 위로 불어오는 겨울바람, 그와 상반되게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온천물. 한밤중의 온천욕은 정말 최고였다. 리에프와 야쿠는 둘 다 만족스러운 신음을 뱉으며 한참 동안 물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그러다 먼저 조용히 입을 연 건 리에프였다.


널 왜 좋아하냐고 물었지.”


언젠가 대답을 듣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네가 잊어버릴 리가 없지. 야쿠는 가만히 리에프의 가슴에 어깨를 기댔다. 얼굴을 마주보기에는 너무 부끄러웠다. 또다시, 여과 없이 야쿠에게 닿아올 리에프의 감정. 피하는 대신 더 가까이 몸을 붙였다. 사실은 남김없이 듣고 싶었다.


자꾸 확인하려고 해서 미안해. 그때는 그냥문득 궁금했었던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왜 물어봤었나 싶어. 대답 돌려줄 것도 아니었으면서.”

괜찮아. 그때도 말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기분 좋아. 정말로. 요즘 계속 나한테 궁금해 하고, 먼저 찾아와주고, 그렇게 다가와 주는 게 너무 신기하고 행복해. 너무 고마워.”

고마울 것도 없는데 고마워하지 마…….”


리에프는 손을 내려 찬바람에 빨개진 야쿠의 양쪽 귀를 감쌌다. 그리고 곧 양 팔로 어깨를 감싸 더 꽉 끌어안았다. 물기어린 리에프의 품에 완전히 갇힌 채로 야쿠는 이상하리만치 편안한 안정감을 느꼈다. 왜 너를 의지하는 게 그렇게 자존심 상했었을까. 이렇게 좋은 걸 모르고. 그의 입술이 기분 좋은 호선을 그렸다.


오타루에는 분명 혹독한 홋카이도 겨울의 칼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둘에게는 그 추위마저도 더 행복하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졌다. 더 가까이 붙고, 더 좋아 죽겠는 말을 속삭여 얼어붙은 몸을 녹일 수 있게 해주는.


사실은 네가 물어본 다음에 나도 밤새 생각했었거든. 딱 멋있게 정리해 뒀으면 그날 전화하면서 바로 말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못해놔서 일부러 다음 날 만나자고 했어. 마침 축제 가자고 하고 싶었으니까.”


뜨거운 온천물의 수증기 사이로 울리는 목소리는 나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근데 잘 모르겠더라고. 딱 이래서 좋아, 라고 한 가지로 말하기가 어려워. 어느 날 갑자기 알게 된 사람이라면, 그렇게 반했을 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난 평생 그런 기분은 모를 거야. 나한텐 너밖에 없으니까.”

…….”

그냥 너는어렸을 때부터 정말 그냥 전부여서, 뭐라고 따로 떼어서 말할 수가 없어. 네 모든 게 다 좋아. 너 때문에 화가 나고, 싸우고 그러는 것마저도 다. 그 순간은 싫지만, 다 너랑 함께 하는 거니까. 나는 그래서 진짜로 다 좋아.”


대답이 됐어? 하고 묻자마자 리에프는 달아오른 얼굴을 뜨거운 물속에 푹 처박았다. 다시 고개를 세차게 쳐들고 물에 젖은 머리를 몇 번 도리질해 탈탈 털고 나서야 야쿠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 봐, 나 너무 창피해.”

내가, 평생 널 따라잡을 수 있을까?”

?”


리에프의 사랑이 항상 제 사랑보다 앞서고 있다는 생각을 평생 할 것 같았다. 이런 사랑을 너에게 나도 돌려줄 수 있을까? 그러나 야쿠는 의구심은 접어두었다.


나는 너한테 확 꽂혀서 반했던 순간들이 좀 있거든. 아껴 뒀다가 너 화 났을 때 써먹어야겠다.”

, 뭐야! 지금 말해줘!”


싫어! 야쿠는 물을 첨벙첨벙 튀기며 먼저 욕탕 밖으로 나섰다. 기뻐서 흐른 눈물은 젖은 손등으로 몇 번 훔치자 원래부터 온천물이었던 양 깨끗이 손 안으로 스며들었다. 여행 오기 진짜 잘했지. 새로운 곳에서, 조금 들뜬 감성을 이용해 꺼내 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 그걸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자신도 솔직하게 사랑을 말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서랍 안에 곱게 개어진 유카타를 휘휘 둘러 입으며 야쿠는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달려드는 리에프를 버겁게 받아 안으며 침대로 넘어졌다. 이제, 너를 두고 마음 편히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아. 제 몸 여기저기에 입 맞추는 리에프의 얼굴을 끌어 올린 야쿠가 그 귀에 대고 고백했다.

 





졸업식 날 아침은 맑고 따뜻했다.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고, 꽃과 새잎이 신이 나서 만발하는 봄날이었다. 리에프는 우는 대신 제법 차분한 얼굴로 야쿠를 데리러 왔다. 한 번 입술을 삐죽거리지도 않는 걸 보니 오늘은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작정하고 온 것 같았다. 야쿠는 리에프 몰래 웃었다.


졸업축하해.”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을 완전히 감추지 못하는 점이 야쿠는 좋았다. 정말 리에프가 기쁘기만 한 얼굴이었다면 어쩐지 서운했을지도 모르겠네. 그는 나 참 나쁜 놈이네, 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둘 다 완벽히 알고 있었으니까 괜찮았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마지막 같은 건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끝 다음에는 또 새로운 시작이 있으니까. 어디로 갈 지는 몰라도 그 옆에 네가 있다는 건 확실하니까. 난 알고 있거든, 이제. 야쿠는 단정하게 차려 입은 교복 셔츠 깃을 한 번 매만졌다. 그리고 리에프가 내미는 꽃다발을 기쁘게 받아들었다.


고마워.”

그렇게 담백할 줄 알았어, 너는.”

당연하지. 난 안 슬퍼.”

그래도 나랑 있어서 좋은 거 다 알아!”

, 그것도 당연하지.”


정말 당연한 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야쿠를 리에프가 얼굴을 갸우뚱하며 바라보았다. 야쿠는 주머니를 뒤져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학교는 온통 시끄럽게 북적였지만 둘이 서 있는 뒤뜰은 어쩐지 조용하게 느껴졌다. 리에프는 야쿠를 기다리며 곧 그가 떠날 학교의 풍경을 야쿠 대신 눈에 담았다. 얼굴을 간질이는 부드러운 봄바람을 맞는 야쿠의 얼굴에는 미련이 없었다. 하지만 그 눈이 저만은 바라봐 준다는 걸, 리에프도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괜찮았다.


여기.”

고마워, ?”


당연히 두 번째 단추이겠거니 했다. 그런 귀여운 행동을 하다니, 정말 좋아 죽겠다, 하고 감탄할 준비도 하고 있었는데. 그러나 리에프가 내민 빈손에 얹힌 건 카드키였다.


“2년 뒤에 제대로, 진짜로 같이 살자. 그래도 이건 지금 줄게. 안 주면 분명히 너, 2년 내내 뭐라고 할 테니까.”


도쿄의 대학에 무사히 합격한 야쿠는 굳이 이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이 전부 담긴 집을 떠나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 원래 살았던 집을 처리하고, 좀 더 작은 방을 얻은 참이었다. 이사 전날, 아버지의 사진을 챙기며 야쿠는 꽤 많이 울었다. 하지만 그 사진에 대고 잘 살겠다고, 그러니 지켜봐 달라고 씩씩하게 다짐도 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리에프가 함께 앉아 있었다.


안 줄 것 같아서, 아직 달란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알아, 바보야.”


손에 카드키를 올려놓은 채로 멍하니 서 있는 리에프를 대신해 야쿠가 그 손을 잡아 주먹을 쥐어 주었다. 손 안에 제대로 잡히는 카드키를 잠시 굴리던 리에프는 곧 그것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믿음은 사랑과 함께 착실히 쌓여 갔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당연해지는 그런 일상이 너무 눈부셔서, 머리 위에 잔뜩 흩날리는 벚꽃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행복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서로의 웃는 얼굴이 제일 맑고 따뜻한 봄날이었다. 리에프는 야쿠의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꽃잎을 떼어내며 그 어깨를 당겨 품에 가득 끌어안았다. 눈앞의 행복이 온전히 그의 안으로 차올랐다. 야쿠는 꽃다발을 든 손으로 리에프의 목을 마주 그러안았다. 마침내, 사랑이 그를 남김없이 감싸 주었다.

 

 



Give Love, .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사람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이해인, 너에게 띄우는 글 중에서








-

감사합니다! 마침내 완결을 냈네요.

가볍고 클리셰가 넘치는 연하연상 학원물을 보고싶어 시작했던 글이었는데

많이 다른 방향으로 갔던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된 리에프와 야쿠의 외전은 소장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연재를 마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냥 읽으신 그대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저는 과거를 잊고 앞을 보고 살려고 할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그래야 그 다음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게 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ㅎㅅㅎ


글을 쓰다가 아, 이 노래 잘 맞는다, 하고 들었던 음악은

샤이니 - 너 아니면 안되는 걸

샤이니 - 초록비

샤이니 - 재연

입니다 ㅋ_ㅋ 물론 제목과 함께 이 글을 시작하게 했던 노래는

악동뮤지션 - Give love

입니다 ㅎㅎ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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