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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쩜디

[미생][원인터X장그래] 미생 오메가버스 06



미생 오메가버스 01


원인터내셔널X장그래


오메가버스 설정 마음대로 주의




수위 약간 있어요





w.길티 플레져








삼정그룹의 막내 손녀딸인 안영이는 응당 자신의 몫으로 떨어진 주식 외에는 영향력이 없으며 지사의 경영에도, 집안의 재산에도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좇아 원인터내셔널에서 말단사원으로서 일을 배워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사실을 몇 번이고 곱씹어 봐도 백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유하고 혈통 좋은 알파 집안에서 태어난 그였지만 우성알파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것들이 늘 탐나곤 했다. 한끗 차이일 뿐인데 모든 걸 손에 쥐고 우위를 점령한 그들을 시기하면서도 흠모했다. 인턴으로 원인터에서 마주한 첫 순간부터 백기는 영이를 원했다. 알파들은 서로 연애 감정이나 성적 욕구를 느낄 수 없었지만 알파의 고고한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알파집안끼리의 혼담이 이루어지는 일은 너무나 흔했다. 오메가와 알파의 정상적인 결혼이 이루어지는 것은 엄청나게 파격적인 경우였고 대개 오메가는 알파들의 씨받이로 데려오는 도구로만 여겨졌다. 그 역시 그런 이유로 영이의 호감을 얻고 싶었다. 욕심 없는 안영이와의 결혼이 이루어진다면 그녀가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대신 그가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백기는 영이의 주말 스케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피트니스클럽에서 아침 운동을 한 뒤 자주 가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긴다. 그 시간에 맞춰 백기는 영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점심을 같이 하자는 그의 제의에 영이는 의외로 흔쾌히 응했다.


"장백기씨,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요. 여기 앉아요, 영이씨."


캐주얼한 차림새로 회사 밖에서 만난 그들은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어떻게 해도 벽이 느껴지던 영이와의 거리가 좁혀진 것 같은 기분에 백기는 만족한 듯 여유로운 웃음을 영이에게 지어보였다. 


"근데 영이씨는 결혼 생각은 아직 없어요?"

"결혼이요?"


영이는 작게 웃었다. 가볍게 커피잔을 드는 동작에서도 귀티가 넘쳤다. 철저히 교육받은 테였다. 백기는 지나가는 말처럼 가볍게 질문을 던진 채 미소짓고 있었다. 


"저랑 결혼하고 싶어서요?"

"......"

"저에게 장난처럼 그렇게 물어본 사람이 백기씨 한 명일까요?"


백기는 말문이 턱 막혔다. 커피잔을 도로 내려놓는 영이의 표정은 차가웠다.


"돌려서 티내면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 직설적으로 얘기해보죠."

"..."

"미안하지만 난 당신의 야망을 이루어줄 생각이 없어요. 이미 다 가졌으니까. 물고 태어난 금수저로 밥 떠 먹으면서, 내 지루함을 해소해주는 회사 생활을 즐기면서 그렇게 살 거거든요."

"...영이씨."

"네."


백기는 침을 삼켰다. 그래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꼭 부정적일 필요는 없잖아요? 영이씨같은 집안의 우성알파라면 언젠가 결혼은 해야 할 테고,"

"그러니 장백기씨와 결혼해서 당신을 키워 보는 건 어떻냐구요?"


백기는 두 번째로 말문이 막혔다.


"내가 믿고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장백기씨에게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


영이는 가차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내 옆에 있을 사람은 장백기씨처럼 열등감과 야심으로 뭉친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장그래씨처럼 분수를 아는 귀여운 오메가 정도가 좋죠.

영이의 마지막 말이 다 식어버린 백기의 찻잔 위로 떨어졌다.














석율이 초대한 '집'이라는 곳은 호텔 레지던스였고, 난생 처음 그랜드호텔이라는 곳에 발을 들이면서 그래는 얼떨떨했다. 불러주는 주소가 호텔이어서, 다시 한 번 되물었었다. 석율은 웃으며 호텔방이 아니고 내가 갖고 있는 집 같은거야, 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로도 작약꽃 향이 전해지는 것 같아 설렜다.


"그렇게 입으니까 귀엽다."


문을 열어주며 그래를 쭉 스캔한 석율이 눈웃음을 지었다. 흰색 맨투맨에 청바지를 입고 후드집업을 걸친 그래는 아직은 어색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혔다.


석율이 미리 사다놓은 초밥을 먹은 뒤 그래의 눈 앞에 내밀어진 것은 얼음과 위스키가 담긴 유리잔이었다. 어... 내밀어진 잔을 받지 못하고 그래는 우물쭈물댔다.


"저... 맥주 말고는 안 마셔 봤어요."

"우리 그래는 해본 게 아무것도 없구나?"


장난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석율은 그래의 턱을 강아지 다루듯 간질였다. 그래는 몸을 움츠리며 그제서야 좀 긴장이 풀어진 웃음을 지었다.


"그래의 처음은 나랑 하는거야."

"네?"


한입 마셔 보라구. 석율은 자신의 잔에 입을 갖다대며 다른 손으로 그래 앞에 놓인 잔을 가리켰다.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자 뱃속으로 뜨끈한 기운이 확 퍼졌다. 익숙하지 않은 쓴맛에, 입술만 축이는 동안 석율은 자신의 잔을 비웠다. 그리고 지극히 일상적인 말투로 그래에 대해 물었다. 질문은 모두 석율이 하고, 그래는 대답만 했다. 석율이 점점 더 편하게 느껴졌다. 능글맞다고 생각했던 말투는 다정했고, 외롭게 살아왔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신을 바라보는 걱정 담긴 눈빛은 위로가 되었다. 술은 얼마 마시지도 않았지만 몸이 따뜻해지고 노곤하게 풀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어느새 캄캄해진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석율은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앉아 있던 팔걸이의자에서 일어났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자신의 의자로 돌아가는 대신 그는 그래가 앉은 소파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난 우리 장그래를 만나서 요즘 참 기분이 좋다."

"..."



자연스럽게 석율의 팔은 그래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손으로 어깨를 당겨 자신에게 가까이 안는 행동에도 그래는 평소와 다르게 움츠리거나 빼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에 대한 호감을 남김없이 표현했던 석율이 좋아졌고, 진한 작약 향기를 맡을수록 더 깊이 들이마시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래는 외로웠다. 외로운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는 사람은 그 한 사람 뿐이었다. 옅은 술기운으로 살짝 붉어진 얼굴로 그래는 석율의 품에 뺨을 기댔다.



"그래야."

"...네."

"내가 널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지?"



네에. 한숨쉬듯 대답했다. 누군가의 품에 마음 편히 안겨 본 기억은 까마득했다. 온기를 더 느끼고 싶었다.

석율의 코가 그래의 정수리에 닿았다. 머리칼에 입술을 묻고 향기를 남김없이 들이마셨다. 이미 한참 전부터 그는 그래의 냄새를 참을 수가 없었다. 코가 알싸해지는 것을 느끼며 석율은 어깨에 두르지 않은 손으로 그래의 턱을 당기고, 따뜻해진 볼을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내려 입을 맞췄다. 따뜻하고 말랑한 입술 안으로 혀가 미끄러졌다. 언젠가 차 안에서 나누었던 것보다 짙은 키스에 그래는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부드럽게 밀고 들어오던 석율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세졌다. 코로 격하게 숨을 내쉬며 입술을 밀어붙였다. 그래의 입술 아래로 다 넘어가지 못한 침이 흐르고, 짐승처럼 석율의 혀가 쫓아 내려와 턱을 전부 핥고 빨아 삼켰다. 뺨을 꽉 붙들었던 손이 내려와 뒷목을 가볍게 주물렀다. 숨이 막혀 읍, 읍 하는 소리를 내며 그래는 몸을 뒤로 뺐다. 석율은 놓치지 않고 익숙하게 그래의 목과 허리를 받치며 몸을 소파 위에 뉘었다. 서로의 코로 서로의 체향이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당혹감이 서려 있던 그래의 눈이 풀어지려는 찰나, 석율은 그래의 목으로 입술을 내려 빨아당겼다. 실낱만큼 남아 있던 그래의 이성이, 사무실에서 있었던 천과장과의 일을 머릿속으로 불러왔다. 무섭게 화를 내던 석율의 모습도 겹쳐졌다. 잠시 눈을 뜬 이성은 곧이어 박과장 앞에 무릎 꿇었던 순간으로 그래를 끌고 갔다. 감겨 가던 눈을 크게 뜬 채 석율의 어깨를 양 손으로 밀어냈다. 왜 그래... 우성알파다운 자제력을 발휘하며 석율은 이미 갈라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석율이 자신과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그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충실하게 그의 향기에 반응했다. 마음으로도 그가 좋았다. 하지만 그에게 다가왔던 알파들과 그의 모습이 겹쳐지자 무서웠다. 나에게 원하는 것은 다들 똑같구나. 나는 그냥 알파를 유혹하는 것으로만 가치를 다하며 살아가면 될 인간인 건가? 어지러운 머릿속으로 더욱 복잡한 생각이 엉켰다.



"내가 무서워?"

"..."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들은 그래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석율의 눈과 마주했다.



"...무서워요. 무서워요, 한석율씨."


그냥, 그냥... 저 오늘은 집에 가면 안 될까요. 그래는 몸을 일으켜 벗어나려 했다. 석율은 그래를 가볍게 제지하고 한 팔을 짚은 그대로 다른 팔로 그래의 턱을 잡아 돌렸다. 못 가, 그래야. 석율의 향기가 위험하리만큼 짙어졌다. 나는 더 못 참아. 눈을 피하려는 그래의 시선을 집요하게 쫓아가며 말 없이 눈을 마주쳤다.



"내가 너한테 도장 찍으면,"

"..."

"다른 어떤 알파도 다시는 널 못 건드릴거야."



반쯤 일으켰던 그래의 몸이 그대로 소파 위로 떨어졌다. 석율의 약속 같은 말에 온 몸의 힘이 풀어졌다. 강한 페로몬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질어질할 정도로 느껴지는 작약의 독한 향에 손끝 하나 움직이기도 힘들어졌다. 석율이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향기가 녹아 섞인 것처럼 그래의 귀로 파고들어 정신을 뒤흔들었다. 목 뒤로 손을 두르고 석율을 끌어당겼다. 뜨거운 입술이 그래의 목 위로 거칠게 미끄러지고, 뜨겁고 큰 손이 하얀 맨투맨을 끌어올려 벗겨냈다. 벗겨진 옷만큼 새하얀 맨가슴 위에 이리저리 작약 꽃이 피어났다.











침대 위로 옮겨온 우성알파와 오메가는 뜨겁게 몸을 섞었다. 한 차례의 사정으로 끈적해진 몸이 푹신한 이불에 파묻히며 뒤엉켰다. 열에 들떠 눈도 잘 뜨지 못하는 그래의 얼굴을 석율의 뜨거운 혀가 집요하게 핥았다. 눈물과 땀이 섞이고, 입으로 들어오는 혀에서 짭짤함을 느끼며 그래는 손가락 사이로 감기는 석율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자신이 만지는 것이 머리카락인지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의 꽃잎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턱과 목을 타고 내려온 입술이 이미 붉은 자국들이 새겨진 가슴 위를 다시 쓸다가, 가장 붉은 점 위에 머물러 빨아당기고 씹었다. 아..아흐... 가늘게 늘어지는 신음성이 터졌다. 


이미 잔뜩 질척해진 아랫쪽 은밀한 곳으로 석율의 손가락이 다시 밀려 들어갔다. 뜨겁게 젖은 곳은 알파의 삽입을 기다리듯이 수축하며 손가락을 빨아당겼다. 장그래... 끓는 소리로 그래의 이름을 부르며 석율은 자신의 것을 그래의 아래에 묻었다. 석율씨, 한석율씨... 하얀 이마 위에 검은 머리카락이 뒤엉켜 흩어진 채로, 빈틈없이 자신을 조종하는 페로몬에 취해 손 끝 발 끝까지 덜덜 떨리며 저려오는 오르가즘을 느끼며, 그래는 석율을 남김없이 받아들였다. 석율의 탄탄한 복근에 힘이 들어가고, 두 사람의 몸이 함께 흔들렸다.













지쳐 잠들기 직전 그래는 옅어진 향을 풍기며 석율에게 속삭였다. 


왜 석율씨 같은 알파가 저를 보고 참을 수 없다고 하는거죠... 

니가 너무 예뻐서 그래.

...알파들이 저를 보는게 무서워요. 





석율은 피곤에 절어 웅얼대는 입을 입술로 눌러 막으며 벗은 어깨 위로 이불을 끌어당겨 덮어주었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말고 푹 자.

잠든 그래를 두고 침실에서 빠져나온 석율은 샤워 가운 차림으로 담배를 태웠다. 블라인드 사이사이로 새벽빛이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