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쩜디

[미생][원인터X장그래] 미생 오메가버스 03




미생 오메가버스 03


원인터내셔널X장그래


오메가버스 설정 마음대로 주의




어린이는 뒤로가주시어라..







w.길티 플레져

















"네? 아니 무슨... 우리 동기도 아니고. 그리고 오메가잖아요."


"백기씨는 그 예쁜이한테 흥미 안 생겨? 환영회를 빙자해서 같이 술 먹고싶지 않아?"


"흥미가 생겨도 안 생기게 할 겁니다. 오늘 하루종일 정신 사나웠어요, 그 냄새 땜에."


"하여튼 백기씨도 인생 힘들게 산다니까. 끌리면 그대로 끌려가야지 왜 참아?"





대답 없이 어깨만 으쓱하고 종이를 파쇄하는 백기의 얼굴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석율은 백기의 옆구리를 몇번 쿡쿡 찌르다 그래를 찾으러 간다며 종종 뛰어가버렸다.


코끝으로 오늘 하루 종일 맡아 익숙해진, 시큰거리도록 청량한 그 냄새가 맡아진다. 백기는 본능처럼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인사 한 번 나눈 적 없지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그 오메가다. 오메가가 백기를 마주하고 허리를 꾸벅 숙인다. 집에 가려는지 가방을 메고 재킷도 걸친 차림새다. 한석율씨랑 엇갈렸나 보네.


파쇄할 종이를 손에 가득 든 그래는 오전에 잠시 눈을 마주쳤던 남자에게 허리를 숙였다. 종이가 한가득인 곳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저 남자가 알파여서 나는 냄새인지. 빳빳한 종이 냄새가 코를 가득 메운다. 코가 간지럽고 힐끔힐끔 남자가 신경쓰이는 걸 보니 알파다.


그래의 인사를 받은 백기가 무뚝뚝하게 고개를 숙였다. 파쇄기 앞에서 살짝 비켜나자 그래가 손에 든 종이 뭉치를 차례차례 기계에 집어 넣는다. 백기의 시선이 그래를 지나치는 짧은 순간 그를 내려 훑었다. 까만 머리칼, 하얀 얼굴에 동글동글 순해 보이는 눈, 빨개져 있는 귀와 입술, 마른 몸에 자신보다 한참 작은 키. 알파 여럿 후리게 생겼네. 그래에게서 완전히 돌아서자 보이는 둥근 뒤통수와 힘없어 보이는 어깨. 순간 백기는 그래의 등을 파쇄기 위로 밀쳐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장, 장그래씨?"


잠시 눈이 휙 돌아가는 것 같은 충동을 느낀 자신에 당황해서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그의 이름이었다. 아... 통성명도 안 했는데 아는 척 했어.


"네?!"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다.


"어...그... 한석율씨한테 얘기 들었어요. 전 철강팀 장백깁니다."


"아! 아... 안녕하세요. 잘, 잘 부탁드립니다."


"네...뭐...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백기는 자신의 입을 때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빨리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종이를 손에 든 채 서 있는 모습이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다. 자로 잰 듯이 살며 마음 속 야망을 위해 한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백기에게, 가지고 태어난 본능을 일깨우는 존재는 무엇이든 불쾌했다. 섹스가 하고 싶으면 밖에 나가 널리고 널린 오메가 중 하나를 입맛대로 고르면 된다. 베타를 사귈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에서, 그것도 내가 골라잡는 게 아니라 오메가 따위에게 이 내가 유혹당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래는 터덜터덜 회사를 나왔다. 팀원들은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고, 동식이 시키고 간 간단한 일들은 진작에 끝났다. 입사 첫 날은 팀원들이 환영 회식도 열어준다는데... 나는 아니었나봐. 늦가을 낙엽이 을씨년스러운 바람에 이리저리 보도블럭 위를 쓸고 다닌다. 하루 종일 눈치만 보며 이리저리 안절부절 못하던 자신의 모습 같아서 그래는 픽, 실소했다. 굴러가는 낙엽들을 끝까지 쫓아가 바삭바삭 발로 밟아버렸다. 압박감에 밟혀 사는 나구나. 바삭 바삭, 바스락. 그래도 낙엽들은 다 같이 있네. 난 혼잔데. 혼자 사는 세상이면 참 좋을 텐데. 무리 속에 철저히 혼자인 그래는 그 어느 날보다도 외로웠다.








일주일이 흘러갔다. 오차장은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그래를 대했다. 더 이상 사무적일 수 없을 정도로 사무적이어서 그래는 슬펐다.


'오차장님은, 태생이 다르다고 다르게 대하는 분이 아니시거든요.' 


그래에게는 달랐다. 다른 사원들과 있을 때의 오차장은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래는 그 인간미를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동식은 좋은 사수였고, 천과장은 눈빛이 부담스러웠지만 친절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언제나 혼자였고, 동료애 같은 것은 느껴지지도 느낄 수도 없었다. 사내의 알파들은 그래가 지나가면 모르는 척 코를 가렸고, 베타들은 수군거렸다. 시간날 때마다 자신의 앞을 들락거리는 석율도, 그래는 애써 피해다녔다.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사람이었다. 일을 익히느라 눈코 뜰 새 없는 것이 다행일 만큼 회사 생활은 삭막했다. 일을 배우느라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몇 번 마주친 박과장은 그때마다 그래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야 오메가. 다음에 내 자리 와서 마사지나 좀 해라. 사람들은 묵과했다.







"김대리, 퇴근하자. 장그래는 그거 내일 내가 볼 수 있게 다 끝내놓고 가. 천과장은?"


"저는 야근해야 됩니다. 이란 쪽 회사 바이어 미팅이 며칠 안 남아서요. 차장님 먼저 들어가십쇼."


그래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동식은 격려의 눈빛을 보내고 오차장과 퇴근했다. 



저녁도 거르고 일을 마무리하는 사이 영업3팀을 제외한 사무실의 불은 다 꺼진 듯 했다. 엑셀을 뒤적이는 그래의 등 뒤로 천과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래는 요즘 냄새가 시들시들하네."


"네?"


"그래도 코를 찌르는 건 여전해. 자기한테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모르나보지?"



어느새 천과장은 그래의 등 뒤로 다가와 있었다.



"여기 수치 틀렸잖아."


냄새 이야기는 한 적도 없다는 듯이 천과장은 진지한 얼굴로 마우스를 잡은 그래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손을 빼려고 했지만 겹쳐진 힘은 완고했다.



"아... 지금 고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번에도 그거 틀렸지. 내 자리로 와서 봐봐."



천과장은 잡은 손을 떼고 사무적인 태도로 그래에게 등을 돌려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마우스를 딸깍이는 그에게로 그래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단과자같은 냄새가 나서 코를 훌쩍였다. 천과장은 모니터를 향했던 고개를 들어 그래를 응시했다. 



"읏!"



천관웅 과장이 그래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다리 사이에 주저앉힌 건 순식간이었다. 버둥거리는 그래를 등 뒤에서 양팔로 제압한 관웅은 짙은 냄새를 따라 그래의 귀를 핥으며 입 안에 넣고 씹었다. 매일매일 사무실에서 장그래를 보며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건 그에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눈앞에서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니는 어린 오메가를 그냥 놔두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손을 겹친 뒤에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욕망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과장님, 아흐... 과장님...!"



한 손으로 그래의 고개를 꺾어, 놀라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입술을 삼켰다. 읍, 읍, 막힌 소리가 입 안으로 사라지고 거센 콧김을 내뿜는 소리가 사무실에 가득했다. 관웅은 양 팔로 그래의 가슴을 더듬으며 더 꽉 끌어안았다. 몸이 거칠게 만져지고 입 안으로 혀가 밀려들어와 정신없이 파고들었다. 입 밖으로 다 삼키지 못한 침이 흐르는 동안 그래는 사방에 진동하는 단과자 냄새를 맡으며 점점 눈에서 초점을 잃었다. 처음 느껴보는 저릿한 기분이 저 밑에서부터 올라왔고 곧이어 몸은 익숙하기라도 한 듯이 관웅의 페로몬에 반응하고 있었다. 천과장은 힘이 풀린 그래에게서 입술을 떼고 엉덩이를 받쳐들어 마주보게 안았다. 향에 취해 헉헉거리며 그래의 머리칼을 움켜쥐어 머리를 꺾었다. 드러난 하얀 목에 고개를 처박고 이빨로 씹었다. 신음 같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음...흡... 과장님..."



더 불러봐. 더 울어. 잡아뜯듯이 셔츠를 벌리고 가슴을 빨았다. 양 손으로 그래의 골반을 잡고 엉덩이를 잔뜩 딱딱해진 자신의 것에 비벼댔다. 그래는 어찌할 줄 모르고 관웅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 때, 쨍강 하는 파열음과 함께 페로몬 억제 향수가 뜨거운 공기를 가르고 확 퍼져나갔다.


엉켜 있던 천과장과 그래는 찬물을 머리에 뒤집어쓴 듯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저기요, 천과장님. 지금 뭐 하십니까."





그래의 책상 앞 칸막이에 양팔을 받치고 서있는 석율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그가 집어던진 그래의 향수병 조각이 바닥에 온통 튀어 있었다.



관웅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는 정신을 차리고 석율을 보자마자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고, 석율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대는 그를 잡아채 자신의 등 뒤로 보냈다. 얼음장처럼 가라앉은 눈으로 천과장을 훑으며 머리칼을 정돈했다. 우성알파가 귀족처럼 누리는 권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만이 내보낼 수 있는 강한 기가 독한 꽃 냄새와 함께 사무실에 진동했다. 향수도 소용이 없었다. 석율의 등 뒤에서 그 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그래는 두려움으로 덜덜 떨었다. 천과장은 아무 말 못한 채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들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아도 우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알파조차 무릎 꿇게 하는 기는 자신의 것을 뺏기지 않겠다는 수컷의 경고였다.



"장그래."



석율은 빙글 돌아서서 그래를 불렀다. 속눈썹과 볼이 눈물로 온통 축축했다.



"내가 일주일 내내 그렇게 쫓아다녔는데 눈길 한 번 안 주더니. 사무실에서 재미 보고 있었네."



도중에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되나. 차갑게 내뱉었지만 온몸에서 내뿜어지는 기가 석율의 분노를 짐작하게 했다. 강한 꽃 향기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석율은 반쯤 몸을 돌리고 덜덜 떨고 있는 그래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당장이라도 책상 위에 눕혀버리고 싶었지만 석율은 자신이 무서워서 울고 있는 그래의 얼굴을 보며 순식간에 기와 페로몬을 갈무리했다. 차가운 양 손으로 볼에 가득한 눈물을 닦아주고, 셔츠를 정리했다. 



"울지 마. 무섭게 안 할 테니까."



집에 데려다 줄게. 차키를 확인하며 그래의 어깨를 감싼 석율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래는 얌전히 석율에게 기대어있었다.

내 먹이는 절대 안 뺏겨. 그래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석율은 입술을 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