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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쩜디

[미생][원인터X장그래] 미생 오메가버스 05


미생 오메가버스 05


원인터내셔널X장그래


오메가버스 설정 마음대로 주의






수위높진않지만 미자는 안되오ㅠㅠ



w.길티 플레져











두 줄로 늘어선 락커들 사이에 덩그러니 놓인 나무 평상 위에 올라앉아 몸을 옹송그린 지 한시간 째였다. 서럽고 무서워서 눈물이 줄줄 났다.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을까. 맞았어. 너무 아픈데 화도 못 내고. 당구장도 억지로 끌려갔는데. 거기서도 오메가라고 무시하고... 장난감 다루듯이 주물럭거리고. 애매한 시간대여서인지 사람 하나 없는 탈의실에서 박과장은 상사 모시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비식비식 비웃음을 흘렸다. 구석으로 도망간 그래가 몸을 웅크리고 울기만 하며 말을 듣지 않자 그는 머리를 몇 대 후려치고는 혼자 사우나로 들어갔다. 여기서 기다려. 너 갓 신입이라고 헤헤거리지 말고 밥줄 챙길 생각 하라고. 재계약 하고 싶잖아? 잘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어. 나와서 알려 줄 테니까. 


눈빛은 여전히 음흉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줄을 잘 잡아 회사에서 살아남는 사람이라고 널리 알려진 박과장이었기 때문에 뭔가 정말로 방법을 알려 줄 것만 같았다 . 그래, 나는 2년 계약직 사원이다. 원인터만큼 처우 좋은 곳은 정말 손에 꼽히기 때문에, 그리고 S대라는 학벌과는 상관 없이 나는 오메가이기 때문에, 그래서 내 능력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직장을 구하는 건 하늘에 별따기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 외에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도망을 갔다가 회사에서 더 안 좋은 꼴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 오차장이 과연 자신의 편을 들어 줄 지도 확신이 없었다. 자신을 천한 인간 보듯 무시하지도 않았지만 다가갈 여지도 주지 않는 그가 어려웠다. 그래의 핸드폰은 박과장이 잠그고 들어간 락커 안에서 계속 진동했다.



"뭘 고양이 새끼처럼 웅크리고 있어? 하여간 웃기는 놈이야."



무릎을 감싼 팔 위로 빨갛게 부은 눈만 내놓은 그래의 앞에, 하체에 수건만 두르고 나온 박과장이 서있었다.



"진짜 기다리네. 너 어지간히 재계약 하고 싶구나?"


"......"



짐짓 모르는 척 비웃음을 띠고 평상에 털썩 앉은 박과장은 그래의 등을 발로 확 떠밀었다. 웅크린 채 있던 그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평상 밑으로 뒹굴었다. 미처 몸을 가누기도 전에 머리채가 휘어잡혔다.



"야, 빨아."


"..."


본능적으로 머리를 끌려가지 않으려고 힘을 주고 버티는 그래를 보며 박과장이 뇌까렸다.



"너 회사 오래오래 다니고 싶지. 근데 우리 회사 계약직들은 대부분 오래오래 다녀. 걔네가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다닐까?"


"..."



으, 윽, 놔주세요. 제발...놔주세요.



"인사부 알파 새끼들이나 나처럼 연줄 닿아있는 알파들한테 열심히 봉사점수 따서 그런거야. 뭘로? 몸으로."



박과장은 머리를 잡은 손을 떼고 멱살을 잡아당겨 그래의 넥타이를 끌러내고 셔츠를 풀었다. 몸부림치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셔츠와 정장 재킷을 통째로 등 뒤로 잡아당겨 내리자 하얀 상반신이 전부 드러났다. 욕구를 숨기지 못하는 웃음이 얼굴에 드러났다.



"알아들었으면, 오메가 주제에 모르는 척 질질 짜지 말고 앞으로 나한테 잘 봉사해봐."



이렇게 잡아먹고 싶은 얼굴을 하고 왜 그래. 무릎을 꿇은 채 푸들푸들 떠는 그래의 볼을 박과장의 손등이 쓸었다.



"너 일 열심히 한다며? 빨빨거리고 냄새 풍기며 돌아다니는 게 정신 쏙 뺀다고 소문 다 났어.  근데 일 열심히 해서 니가 어디 계속 회사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을 수 있을 것 같냐?"


"윽...흡..."


"그런거 다 쓸데없는 짓이야. 왜냐? 넌 오메가니까. 입으로 내꺼나 잘 빨고 다리나 잘 벌리면 너같이 이쁜 앤 회사 편하게 다닐 수 있다고."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계속 우는 시늉이야? 박과장의 말투는 지극히 여유로웠다.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한다는 듯 전혀 거짓이 담긴 기색이 아니었다. 그의 양 무릎이 그래의 목을 죄었다. 밖의 직원이 뛰어올까 봐 억눌린 비명을 지르며 코에 닿아오는 허벅지를 피하려 몸부림쳤다. 박과장은 다시 그래의 뒷머리를 쥐었다.









"...박과장님."



남자탈의실 입구에 걸린 작은 종이 딸랑거리고, 매우 어색한 동작으로 남자 둘이 들어와 섰다. 서로의 시선을 피하며 신발을 벗던 두 남자는 고개를 들어 박과장과 그 다리 사이에 헐벗은 채 주저앉은 그래를 마주했다.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하던 그들 중, 짧은 갈색 머리를 한 알파가 입을 열었다. 철강팀 강해준 대리와 백기였다.


강대리? 이 시간에 신입이랑 웬일이야.


장백기씨랑 창고 정리 좀 하고 일찍 나왔습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요.


강대리와 백기는 마루 위로 올라섰다. 살짝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와 거리를 두고 선 강대리는 박과장과 말을 이어나갔다. 둘 다 별 일 아니라는 듯한 태도였다. 백기 역시 강대리의 등 뒤에 가만히 서 있었지만, 안경 너머로 조금 당황한 듯한 눈빛이 무표정에 섞여 그래의 얼굴로 떨어졌다. 그래는 비참한 기분을 느낄 새도 없이 패닉 상태로 떨고 있었다. 강대리의 시선이 슬쩍 눈물에 젖은 그래의 얼굴로 향했다.



"근데...과장님. 마부장님이 한시간 쯤 전에 찾으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부장님이? 왜."


"성원실업 관련자료가 안 올라왔다고 하셨습니다. 연락이 안 돼서 화가 좀 나신 것 같습니다."



박과장은 발로 그래를 옆으로 밀고 자리에서 다급하게 일어났다. 빠르게 옷을 껴입고 손에 걸리는 그래의 휴대폰은 평상 위로 던지듯 놓고, 사우나 밖으로 빠져나갔다. 세 사람만 남은 락커룸에 정적만 흘렀다.



"...영업3팀 장그래씨죠?"



말끔한 얼굴을 한 강대리는 허리를 숙여 그래와 눈높이를 맞췄다. 



"만지지, 만지지 마세요..."



그래는 셔츠를 걸치지도 못하고 몸만 더 움츠렸다. 박과장이 쏟아내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들, 가차없이 손찌검하던 모습, 억지로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기던 것이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했다. 여기저기 부딪친 몸이 아팠고 오한이 났다.



"진정해요. 괜찮으니까."


코는...좀 막을게요. 서로를 위해서. 


"...장그래씨는 왜 이 시간에 다른부서 과장님하고 여기 있는겁니까? 그런 모습으로?"


"..."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줄 대느라 정신이 없나보네요."



백기의 입에서 냉정한 말이 터져나왔다. 무관심으로 일관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말이 거칠게 나왔다. 백기는 또 혼자 쿨하지 못한 행동을 자책했다.



"장백기씨, 그만 해요. 보아하니 억지로 끌려온 것 같네요."


"...네, 대리님."


"그래도 나보단 장백기씨가 장그래씨와 더 안면 있지 않습니까? 이 친구 좀 도와주죠."



백기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코를 가렸던 손을 치우고 숨을 참으며 그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드러난 흰 살결에 애써 시선을 주지 않으려 빠르게 옷을 끌어올려 입혔다. 손이 닿을때마다 움찔움찔 몸을 피하는 그래를 가볍게 제지하고 일으켜 세웠다. 그래는 몸을 떼려고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백기의 가슴팍으로 그래의 향기가 확 퍼졌다. 백기는 황급히 그래를 붙잡고 멀리 떼어놓았다.



"...고맙습니다. 저는...전 혼자 가보겠습니다."



눈물이 말라붙은 뺨을 하고 그래는 돌아서서 신발을 신었다. 비척거리며 나가는 그래를 뒤에서 바라보며 해준이 입을 열었지만, 곧 다물었다.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할퀴어대는 뺨이 아팠다. 추운 날도 아닌데 몸이 덜덜 떨렸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인지 사방팔방으로 향기가 퍼져나갔다. 그래는 자신을 스쳐가는 사람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뒤돌아보고 수군대는 것을 느끼며 깨달았다. 사람들이 내 냄새를 맡고 있구나. 알파들이 쫓아올 것 같아 무서웠다. 빨리 뛰어서 어딘가로 도망가야 하는데, 공포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장그래씨."



돌아보자 뒤에는 사우나에서 뛰어나온 백기가 서 있었다. 



"대리님이 가 보라고 하셔서, 아니 아무튼... 집이 어딥니까."



머리를 쓸어 올리며 중얼중얼 변명하듯 말하던 백기는, 문득 코를 쏘는 강한 냄새에 코를 막다가 주변에서 웅성대는 알파들을 둘러보았다. 단번에 상황 파악을 한 그는 정장 재킷을 벗어 그래의 머리 위에 덮어씌웠다.



"장백기씨...?"


"빨리 걸어요. 저 쪽에 내 차 있으니까."



옷이 흘러내리지 않게 그래의 어깨를 감싸고 걸음을 빨리 했다. 











"다 울었어요?"


백기는 운전대에 양 팔을 기댄 채 정면만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양쪽 콧구멍에는 돌돌 뭉친 휴지가 틀어박혀져 있었고,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해서 차마 옆을 돌아보지 못했다.


운전을 하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가볍게 던진 물음에 그래는 말을 꺼내다 말문이 턱 막혔고, 으엉, 으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래 역시 창피함에 옆을 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원체 잘 우는 성격이 아니었고,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누구 앞에서 징징대본 적도 없는 그였다. 그러나 처음 나온 사회는 혹독했다.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데려다주셔서 고맙다고 말하는 그래의 목소리에, 백기는 이끌리듯 그래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오메가에게 손을 뻗고 싶은 마음은 코를 틀어막는다고 틀어막아지는 게 아니구나. 



"...고마워할 것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백기는 시선을 돌리며 빠르게 중얼거렸다. 자꾸 당황해서 입에서 말이 막 쏟아진다. 그래는 위로까지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차가운 백기의 말투에 마음이 아팠다.



"...네에."


"그리고, 박과장님은 원래 그래요. 꼭 그 분이 아니라도 회사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회사 사람들한테 안 좋은 모습 보이지 말고 처신 잘하세요."


"......"


"...장그래씨를 지켜 줄 사람은 여기에 하나도 없어요."



백기의 말을 마지막으로 그래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차에서 내렸다. 허리를 꾸벅 숙이고 집으로 터덜터덜 들어간다. 백기는 코를 막은 휴지를 빼내다, 아직 차에 남은 잔향에 눈을 감고 시트에 머리를 늘어뜨렸다. 온 몸의 긴장이 풀어졌다. 












다음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밤새 쭈그려 앉아 박과장이 남긴 말들을 되뇌어보던 그래는, 그렇다고 해서 어디로 도망갈 곳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퉁퉁 부은 얼굴로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한숨만 푹 쉬었다.


"장그래씨."


웃음기 담긴 목소리의 주인이 등 뒤에서 다가와 그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제 왜 문자에 답장 안 했어? 하루종일 사무실로 안 돌아왔다며?"


어깨에 둘렀던 손은 그래의 뺨으로 옮겨져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석율은 눈부신 눈웃음을 지으며 그래의 얼굴을 보려고 허리를 숙였다.


"...한석율씨."


"너 얼굴이 왜 이래."


석율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래는 우물쭈물하다가 고개만 푹 숙였다.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 창피한 꼴을 보이기 싫었고, 어떤 반응을 할 지 몰라 두려웠다.


"그래야. 너-"


장그래. 그들의 옆으로 오상식 차장이 다가와 섰다. 그래는 화들짝 놀라 어깨에서 석율의 손을 치우고 오차장에게 허리를 깊이 숙였다.


"차장님, 어제는..."


"강대리한테 애기 들었어. 17층 옥상으로 따라 와."



석율은 그래와 동시에 오차장에게 숙였던 허리를 펴며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뭔가 있구나.













"...앞으로 박과장과는 붙을 일 없게 할거다.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냥 나만 따라다녀. 너는 영업3팀 사람이니까."


"네에."


그래는 조금 안도했다. 오차장은 그를 무섭게 꾸중하지도 않았고, 그 일에 대해 모르는 척 넘기지도 않았다. 말투는 평소와 똑같았지만 그래는 오차장이 자신을 조금은 위해 준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어지는 오차장의 말에 그래는 다시 마음이 칼로 후벼파는 듯 쓰렸다.


"박과장을 탓할 수 없어. 누구도 네 편을 들지 않을거야.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다시 그런 일이 생겨도 나는 막아 줄 수 없다."


말을 마친 오차장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


"차, 차장님."


그래는 울컥 눈물이 솟는 걸 느꼈다. 돌아서는 오차장을 붙잡는 목소리에는 물기가 배어 있었다.


"저도 영업3팀 사람이라고 하시면서... 왜 그렇게 저한테 차가우십니까? 저에게도 조금만 인간적으로 대해주시면 안 되나요?"


돌아선 오차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장그래."


"네. 차장님."


"사람들이 너에게 인간적이길 기대하지 마. 장그래. 너를 인간적으로 대해서 가까워지는 알파는 누구라도 결국 너의 냄새를 참지 못하고 홀려버릴 거다. 베타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더욱 더 너와 그들의 차이를 느끼겠지. 너는 알파들의 세상에 내던져져 있다는 걸 잊지 마."


나도 알파다, 장그래.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보지 마라.

말을 마친 오차장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옥상을 나갔다.

남겨진 그래는 한참동안 머리칼을 바람에 흩뜨리며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한 층 위에서 이야기를 모두 엿들은 석율은 무표정하게 담배를 태웠다.













김대리도 이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듯, 연락도 없이 사라진 그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고, 무관심에 상처받은 사람은 그래 하나였다. 이틀이 똑같이 흘러갔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백기는 냉정했고, 영이는 친절했다. 석율 역시 평소와 다름없이 그래에게 장난을 걸었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는 갑자기 키스하고 뛰어가버리기도 했다. 그래는 혼란스러웠다.

주말이라는 사실에 믿을 수 없을 만큼 홀가분함을 느끼며 그래는 한나절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머릿속에 생각이 뒤엉켰고, 답은 나오지 않아서 웅크리고 잠만 잤다. 문자가 몇 번 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그래씨. 뭐해.


"한석율씨..."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아, 아니요. 잤어요."


그래? 수화기 속 석율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래야, 우리 집에 놀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