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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쩜디

[미생][원인터X장그래] 미생 오메가버스 02





미생 오메가버스 01


원인터내셔널X장그래


오메가버스 설정 마음대로 주의









w.길티 플레져


























그래는 오전 내내 따라붙었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탕비실로 들어왔다

후아...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헤집었다꽁꽁 싸매고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강의가 끝나면 곧바로 가방을 챙겨 도망치듯 학교를 빠져나왔던 것이 얼마전까지의 일상이었다지금처럼 누구도 가까이 오지는 않지만 시선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은 너무 어색하고 불편했다.




동식이 손에 쥐어준 식권은 이미 구깃구깃했다태연하게 밥을 먹으러 내려가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밖에서 뭐라도 사 와서 어디 숨어서 먹어야 할 지영업3팀 사람들은 동식이 식권을 건네는 걸 보면서도 별다른 말 없이 그래를 지나쳐 사무실을 벗어났고, 다른 사원들도 끼리끼리 어울려 식사하러 내려간 지 오래였다부서마다 있는 오메가 사원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그래가 먼저 인사도 건네 보았지만 데면데면한 반응만 돌아 올 뿐, 곧바로 등을 돌려 다른 일에 바쁜 것처럼 가 버렸다




기대하고 오지 말 걸. 그럼 괜히 서글프지 않았을 텐데

괜찮아, 내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일 뿐이야. 곧 익숙해질 거야. 잘할 수 있어

매 순간 집을 나서기 전 현관에 서서 주문처럼 중얼거리던 말을 다시 입 안에 굴렸다. 잘할 수 있어.

 







"실례할게요."




종이컵이 잔뜩 쌓인 테이블 앞에 서 있던 그래는 뒤에서 들리는 여자의 음성에 후다닥 고개를 들었다.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는데도 오늘은 정신줄을 어디에 두고 온 건지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와 있는 사람은 흰 블라우스에 슬랙스를 입은 늘씬한 여자였고 구두를 신지 않았는데도 그래와 키가 엇비슷했다시원한 눈매에 하나로 단정하게 묶은 머리가 예뻤지만 눈빛은 어딘지 그의 마음을 철렁하게 할 만큼 서늘했다.



", 저기, 안녕하십니까, 죄송합니까. , 아니... 죄송합니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여자는 작게 웃었다.

별다른 감정은 없이 입술만 살짝 움직이는 미소였지만 한시름 놓은 그래는 테이블 앞에서 비켜 섰다.




"영업3팀에 새로 온 장그래씨죠?"

", 안녕히... ?"

"전 자원2팀 안영이예요. 저도 인턴 마치고 이제 막 정식 입사한 신입이고요."

"..."

"장그래씨랑은 동기나 다름없는 것 같은데. 너무 예의 차리지 말죠 우리."


다른 의도가 없는 듯 깔끔하고 덤덤한 영이의 말투가 오히려 그래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근무 해 보니까 어때요? 아직 반나절도 안 돼서 말하기 좀 그런가요?"

"아... 예. 다들 잘 해주시는 덕분에..."

"잘 해주실 거예요. 영업3팀, 사실 제가 들어가고 싶었던 팀이거든요."





영이씨는 베타인가. 


알파들이 언제나 그의 앞에서 자랑처럼 내뿜는 기가 영이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아서, 눈치를 살피던 그래는 곧 편하게 숨을 훅훅 내쉬었다. 


언제나 알파들은 베타들 앞에서 나서서 그래를 깎아내리고 비웃었고, 희롱했다. 그러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베타들은 그 말만 듣고도 마치 알파가 된 것처럼 그에 동조하곤 했다. 


사무적이지만 조금 다정함이 느껴지는 사수 동식을 영이와 함께 떠올리며 그래는 슬쩍 미소지었다. 

좋은 베타를 두 분이나 만났어.




"아... 같은 팀에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다들 좋은 분이시군요?"

"오차장님은, 태생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분이 아니시거든요."




베타와 알파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럼 그 말이 오메가인 자신한테도 적용되는 건가?




"그래씨를 어떻게 대하실지 저도 좀 궁금해지네요. 잘 해봐요."


격려라기보다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우성알파라고 해서 자신을 대놓고 어려워하지도, 아닌 척 하면서 떠받들지도 않고 그저 상사로서 자신을 대하는 오차장이 영이는 마음에 들었다. 인턴 시절 잘하면 잘했다 못하면 못했다 칭찬하고 꾸중하며 회사 일을 가르치던 오차장을 떠올리며 영이는 흥미를 느꼈다. 


과연 오차장은 오메가에게도 똑같을까?




그래는 오늘 처음으로 싱긋 웃으며 습관처럼 콧김을 세게 내뿜었다. 히히.

영이는 화들짝 놀라 숨을 들이키며 돌아섰다.




"장그래씨, 그럼 식사하세요. 다음에 봐요."



"네, 영이씨. 다음에 뵐게요."



마음이 좀 풀어진 그래는 싱글싱글 웃으며 탕비실을 나갔다. 


영이는 억누르고 있던 우성알파의 기를 내보냄과 동시에 참고 있던 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 진짜 위험하잖아. 저 사람은 페로몬 억제 향수로 샤워라도 해야겠는데.




오메가를 굳이 짓밟을 생각도 없지만 그들은 자신이 필요에 의해 찾는 존재일 뿐, 그 페로몬은 천박하고 거기에 유혹당하는 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아무도 없는 탕비실에서 당황한 기색을 애써 숨겼다. 

영이의 생각은 우성알파와 혈통 좀 있다는 알파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상류층의 고상함처럼 여겨지는 상념이었다. 



철저히 필요에 의해 오메가를 취하고 향기에 홀려 헉헉대지 않는다. 

오메가는 그 천박한 냄새를 부끄러워 하며 언제나 숨기는 것이 당연한 존재이다. 



영이는 밥상머리에서부터 부모님에게 교육받아 온 것들을 떠올렸다. 



나 왜 베타인 척 말 걸었지... 게다가 저 냄새. 석율이 뛰어들어와 떠들어댈 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영이씨는 저 사람이 마음에 드나봐요?"



탕비실 안쪽 휴게실에 앉아 있다 나갈 타이밍을 놓친 백기가 걸어나왔다. 

숨길 수 없는 호기심과 약간의 질투가 얼굴에 드러난다. 

영이에게서 동료 이상의 호감을 얻기 위해 언제나 말 한 마디, 표정 하나까지 신경쓰던 그는 이번만큼은 감정을 절제하기 어려웠다.





"영업3팀 가고 싶어했던 것도 그래서였구나..."


"마음에 들다뇨. 말 몇 마디 했을 뿐이에요. 저 먼저 나가볼게요."


"...영이씨! 영이씨는, 왜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날을 세워요?"


"......"




"우리 인턴부터 시작해서 입사한 지 반년이잖아요. 정말 영이씨는 항상 멀게 느껴져요."




백기는 자기도 모르게 억누르고 있던 말이 입 밖으로 터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정말이지 거리를 좁힐 수가 없는 여자였다. 자존심이 긁힌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영이는 탕비실 손잡이를 잡았던 손을 놓으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씩 미소지었다.




"미안해요. 내가 예민했어요. 먼저 나가 볼게요."



탕. 문이 닫힌다. 

백기는 멍하니 서 있었다. 



저것 봐... 또 거리 두잖아.









빈 탕비실에 그래가 남기고 간 향기만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네 원인터 영업3팀 장그랩니다. ...네 지금 전부 출장나가셨습니다. 네,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네."



점심시간 이후로 영업3팀에 혼자 남아 전화만 받고 있다. 

괜히 들떠서 식당에 내려갔다가 쏟아지는 시선과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아도 눈초리로 느껴지는 비웃음에 쫓기듯 다시 올라와 벌써 두 시간째였다. 할 일도 없어서 무역용어사전만 뒤적이며 한숨을 쉬던 그래는 푹 내리고 있던 고개를 쳐들다가 책상 칸막이 반대편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악!"


장난스러운 얼굴 위로 씨이익 웃음이 번진다. 남자는 싱글싱글 웃으며 그래의 옆자리로 의자를 당겨 와 앉았다.


"놀랐어요?"

"...아...아닙니다. 무슨 일이세요?"

"난 섬유팀 한석율이예요. 우리 동기나 다름 없으니까 편하게 하자고. 인사하러 온 건데 놀래켜서 미안."





넉살 좋게 다가와 말을 붙이는 석율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그래는 잠시 넋을 잃고 석율을 바라보았다. 


현란한 넥타이와 갈라 넘긴 앞머리, 몸에 딱 피트되는 수트가 주는 느낌은 놀랍게도 고급스러움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석율의 붙임성 너머로, 그래가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강한 기운은 알파의 그것이었다. 

거기에 강하고 짙은, 독하도록 달콤한 꽃 향기. 


이 사람은 우성알파다.






그래는 허둥지둥 의자를 뒤로 빼 석율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그래씨 왜 그래? 다른 분들도 안 계신데 우리 편하게 얘기 좀 해 봐요."


이리와. 이리 오라니까? 석율은 눈웃음을 치며 강아지를 부르듯 그래에게 손을 짤짤 흔들었다.



"아... 저기, 저한테 가까이 안 오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왜? 그래씨가 오메가여서? 향기가 너어무 위험해서?"

"..."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래씨는 히트싸이클도 아닌데 왜 이렇게 냄새가 진하게 나지? 아, 물어봐도 괜찮죠? 우리끼리니까."





스스럼 없이 말을 꺼내며 석율은 그래에게 더 의자를 당겨 앉았다.


"물론 평소에도 알파 오메가끼리 묘~한 감정이 들 때는 이렇게 향기가 나기도 하고, 알파가 그래씨처럼 예쁜 오메가한테 잘 보이고 싶을 때도 향기를 막 막 쏠 순 있지만. 반대 케이스는 처음 보는데. 아니면 그래씨가 나한테 막 그래? 보자마자 반한 거예요?"


"..."


"그래씨가 말 안 해주면 난 마음대로 생각할건데."


"...아...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원래 그래요."







그래는 당황해서 말을 뱉고는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이 사람이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쏟아내는 말에도 주눅이 든다. 


그래는 그냥 냄새를 풀풀 흘리는 타입이었다. 다른 오메가들은 성적인 행동을 할 때와 히트사이클을 제외하면 거의 향기가 새지 않았고, 그렇다 해도 특수제작한 향수를 뿌리면 가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주 평온할 때를 제외하면 숨 쉬듯이 향을 내보내곤 했다. 자신도 몰랐지만 주변 사람들, 그리고 여러 번 찾아간 병원에서 들은 답변이었다. 

우성알파들처럼 알파와 오메가를 압박하는 특유의 기와 오메가를 유혹하는 페로몬을 갈무리하며 필요할 때만 내보내는 능력도 없었다. 



오래된 습관대로 책상에 놓인 향수로 손을 뻗었다.




"그래씨는 원래 그래? 아 미안. 이름도 너무 귀여워서. 이따가 그래씨의 동기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 소개해줄게요. 이렇게 귀여운데 다들 마음에 들어 하겠지."


"아니...그러지 마세요. 저는 지금이 편하고... 아마 다른 분들도 불편해 하실 겁니다."




당황하면 귀와 입술이 빨개진다. 

그래가 횡설수설 늘어놓는 말은 한 귀로 흘리며 석율은 그래의 이곳 저곳을 훑었다.





"너어무 주눅들어 있으면 일 못해요. 조만간 한 잔 하자고!"



그래의 얼굴로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은 걸 눌러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석율은 그래의 머리를 흩뜨렸다. 

긴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지나 귀를 살짝 스치고 떨어져나갔다. 

귀에 닿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그래를 보고 석율은 크게 웃으며 영업3팀을 나왔다. 


하하하, 왜 그렇게 놀라? 이따 봐!

 













"백기씨, 백기씨."


"아 왜 이럽니까 귀찮게."


"어떡하지. 만지고 싶어. 만지고 싶으면 키스하고 싶겠지? 막 막 이렇게. 그러고 나면? 아 백기씨 나 어떡해."


곧바로 철강팀으로 달려온 석율은 백기의 주위를 맴돌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철강팀 강해준 대리가 내준 문장 줄이기 숙제를 하는 백기의 표정은 진지했다. 반무테 안경 너머의 시선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책상 위의 A4용지에 박혀있었다.




"아으!"


"한석율씨는 일 없어요? 저 바빠요."


"백기씨는 영이씨한테 하는 반만 나를 좋아해줘. 그럼 나도 그래씨를 이뻐하는 반만큼만 백기씨를 이뻐할게."


"내가 오메가예요? 저 눈치보이니까 가요 좀."



간다, 간다고. 나한테 이러는 거 후회할거야! 

석율은 아까부터 열이 오르는 볼에 차가운 손을 갖다대며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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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부분 진짜 못보겠다ㅠ_ㅠ 이땐 정말 열심히썼는데 왜..........!!!!! 그래도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