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프 생일 축하해!
*'상'호칭 그대로 사용합니다
야, 타!
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막 겨울로 넘어가기 직전의 늦가을에 맞은 고2 생일날, 리에프는 하루 종일 가는 곳마다 주인공이 되었다. 용기를 내 직접 만든 초콜릿이나 쿠키를 선물하는 여학생들에서부터 장난스럽게 생일빵이라며 헤드락을 걸어오는 친구들, 생일이라는 반 아이들의 외침에 축하 인사를 건네는 선생들까지. 애초에 리에프는 어딜 가든 주목받고 인기를 끌려고 태어난 것처럼 보였다. 생일이었으니 그런 관심과 사랑이 더 넘쳐흘렀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가 돌아다니는 교실, 복도, 운동장에 전부 리에프가 그 넓은 가슴팍에도 다 받아 안지 못한 사랑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리에프가 가장 원하는 생일 선물은 따로 있었다. 야쿠가 대체 자신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을지 리에프는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이미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버린 그 애인은 레포트를 쓰다 말고 열두 시가 되자마자 잔뜩 쉰 목소리로 전화를 해 주었다.
'생일 축하해, 리에프. 내일 보자.'
그리고는 연락이 없었다. 대학생은 왜 중간고사가 끝나고도 레포트 같은 걸 쓰는걸까. 리에프는 야쿠를 오늘 만나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가 보고 싶어 책상에 얼굴을 대고 누웠다. 메시지라도 보내면 방해가 될까봐 차마 먼저 연락하지도 못했다. 보고 싶어요, 야쿠 선배. 보고 싶다고! 그는 책상 서랍에 가득 들어찬 과자 선물 중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끄집어내 우물우물 씹었다. 그러고도 할 일이 없어 손톱을 갈았다. 짧게 갈린 손톱을 보다가 리에프는 문득 얼굴을 붉혔다.
"나, 나는 절대로 딴 생각 하면서 손톱 간 거 아니거든. 배구 때문이거든..."
그러면서 벌써 머릿속으로는 깨끗이 정돈된 자신의 손가락이 야쿠의 몸 이리저리를 훑고 가장 빡빡하고 자신을 밀어내는 곳까지 슬금슬금 들어서는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야쿠 선배는 아무 말 못하면서 얼굴만 빨개지겠지. 하지 말라고 하는 척 하다가 내 목에 매달리고, 자기가 먼저 허리를 흔들지도 몰라...
리에프는 마지막 교시를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후다닥 깨어났다. 침이 흐른 교과서를 쾅 덮고 가방도 챙기는 둥 마는 둥 하며 이미 엉덩이를 일으켜 창 밖을 보고 있었다. 운동장 밖에는 교문 앞에 서 있는 차 한 대를 빼면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다. 푸스스 김이 새는 걸 느끼며 리에프는 구부정한 자세로 복도로 걸어나왔다. 오늘 연습도 뺐는데... 수업도 끝났으니까 연락 해 봐야겠지. 리에프는 운동장을 걸으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빵!
창이 짙게 썬팅된 하얀 벤츠가 크고 짧게 클락션을 울렸다. 그 옆을 지나가던 리에프는 소리에 놀라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었다.
"뭐야, 사람 지나가는데."
리에프는 눈썹을 찡그리며 어깨를 폈다. 그리고 운전석 창문 앞까지 성큼성큼 다가섰다.
"야, 타!"
창이 내려가고 운전석에서 얼굴을 내민 것은 리에프가 지금 고심하며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야쿠는 리에프가 어리벙벙하게 서 있자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 팔을 내밀어 리에프를 톡톡 쳤다.
"리에프, 왜 그러고 서 있어. 빨리 타."
"야쿠상?!"
야쿠는 씩 웃으며 창문을 도로 올렸다. 리에프는 놀라고 반가운 마음에 허겁지겁 차 앞으로 돌아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가 자리잡고 앉자 야쿠는 직접 손을 뻗어 안전벨트를 매 주었다.
"놀랐어?"
리에프의 가방을 벗겨 뒷좌석으로 던지고 안전벨트를 꽂으며 야쿠는 기습처럼 짧게 리에프에게 입맞추고 떨어져 나갔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운전대를 잡고 차를 빼는 야쿠를 보며 리에프는 가슴팍을 부여잡았다.
"야, 야, 야쿠상."
"지금부터 나 말 시키지 마, 초보 운전이야."
리에프는 더 말도 못 하고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좌석도 리에프의 키에 맞춰 미리 뒤로 빼 둔 것 같아서 리에프는 혼자 감동으로 눈물까지 글썽였다. 초보라고 말한 것 치고 차는 부드럽게 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리에프는 최대한 야쿠에게 가까이 다가앉아 그가 운전하는 옆모습을 지켜보았다.
"야쿠상 너무 섹시해요."
"......"
야쿠는 인상을 쓰고 신호등을 노려보았다.
"야쿠상, 어른 같아요."
"......"
리에프가 야쿠의 옆에서 주절주절 떠드는 걸 한 귀로 흘리며 야쿠는 자꾸만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셔츠 소매까지 걷어 입었지만 이미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면허는 연초에 이미 땄어도 실제로 운전을 해본 게 몇 번 되지 않아서 긴장됐다. 아버지 차이긴 하지만 차까지 갖고, 애인을 데리러 학교 앞에 등장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여기서 길이라도 잘못 들었다간 내년까지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 야쿠는 언제나 자신이 리에프의 페이스에 말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연상의 애인답게! 성인답게! 리에프를 리드하고 싶었다.
결국 야쿠가 운전하는 차는 무사히 강변에 세워졌다. 드라이브를 한답시고 꽤 먼 길을 돌아와 이미 창 밖이 어둑어둑했다. 쿠로오가 '데이트하기 좋은 위치'라고 알려준 장소인데 야쿠는 이 곳이 너무 어두운 것 같았다. 그럼 그렇지... 딱 봐도 그렇고 그런 분위기를 잡기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며 야쿠는 손을 뻗어 실내등을 눌러 켰다.
"야쿠상, 이제 말 해도 돼요?"
"응? 어어, 미안..."
"그럼 이제 키스해도 돼요?"
"응?"
야쿠가 다음 계획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사이 안전벨트를 풀어버린 리에프가 몸을 기울여 야쿠의 입술을 덮쳤다. 리에프의 오른손이 뻗어나와 야쿠의 귀와 볼을 감싸고 매만졌다. 입술이 닿는 순간부터 밀고 들어온 혓바닥이 야쿠의 입 안을 투정부리듯 누르고 쓸며 돌아다녔다.
"아, 아 잠깐만... 리에프."
"아... 왜요..."
야쿠가 살짝 가슴팍을 밀자 입술만 떼어 준 리에프는 이미 잔뜩 분위기에 취한 눈으로 야쿠를 바라보았다.
"일단... 생일 축하해."
"어제 말 했잖아요."
그것 때문이냐는 듯 피식 웃은 리에프는 곧 다시 야쿠의 입술로 돌진하려 했다. 하지만 야쿠의 양 손이 리에프의 어깨를 붙잡고 턱, 밀어냈다.
"선물 줄게."
리에프는 자기가 졌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야쿠는 안전벨트를 풀고 뒷좌석으로 몸을 넘겨 자리 밑에 숨겨두었던 작은 쇼핑백을 꺼내 왔다.
"자."
"와, 진짜 선물까지 주는 거예요? 오늘 차까지 갖고 나 데리러 와 준 것도 좋아 죽겠는데... 야쿠상 저 울면 어떡해요?"
"그래 놓고 안 울거잖아. 지금 풀어 봐도 돼!"
살짝 긴장한 듯한 야쿠의 얼굴을 보며 리에프는 쇼핑백 속에서 상자를 꺼냈다. 기대도 안 한 척 했지만 사실 어젯밤부터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리에프는 긴 손가락으로 브랜드 로고가 찍힌 리본을 풀었다. 검고 납작한 상자에서 나온 건 검은 가죽에 작은 장식이 박힌 키링이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네에."
"우는 거 아니지?"
"안 울어요...! 아, 진짜 너무 좋아서요. 고마워요, 야쿠상."
"이제 집 열쇠 그만 잃어버려. 열쇠 줘 봐, 걸어 줄게."
리에프는 뒷좌석에 던져 둔 가방 앞주머니에서 사자 인형 열쇠고리에 걸린 집 열쇠를 꺼냈다. 아무렇게나 굴린 탓에 사자 인형은 여기저기 다 터져 솜이 삐져나와 있었다. 야쿠는 킥킥 웃으며 인형에서 열쇠를 빼냈다.
야쿠가 열쇠를 새 키링에 걸어주는 동안 리에프는 야쿠의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얀 얼굴이 시험기간 때문인지 꽤 야위어 보였다.
"야쿠상, 얼굴이 상했어요."
"진짜? 그래도 과제 다 내고 왔어. 내일까진데 오늘 너 만나기 전까지 내려고."
리에프가 뭐라고 대꾸할 틈도 없이 야쿠는 그의 눈 앞으로 키링을 내밀어 흔들었다. 야쿠의 손가락 끝에 걸린 키링에서 열쇠들끼리 부딪혀 짤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열쇠들...? 내 열쇠는 하나인데. 리에프는 멍하니 눈 앞에서 흔들리는 또 하나의 열쇠를 바라보았다.
"이거..."
"그동안은 진짜 뭔가 찔려서 못 줄 것 같았는데, 이제 줄게. 잃어버리면 절대 다시 복사 안 해준다."
리에프는 야쿠의 자취방 열쇠까지 함께 걸린 키링을 받아들었다. 야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한 부모님 때문에 도쿄에 홀로 남아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자취하고 있었다. 리에프가 아무리 아침까지 자고 가려고 해도 그동안은 야쿠가 허락해 주지 않았다. 학교 생활을 망칠 수도 있다면서. 묘하게 성인인 그와 학생인 자신 사이에 선을 긋는 것 같아 리에프는 내심 서운해하고 있었던 차였다.
리에프의 얼굴이 감동으로 빨개졌다. 야쿠는 그 얼굴을 바라보다 잠시 운전대를 톡톡 두들겼다. 다시 입을 여는 야쿠의 얼굴도 살짝 빨개져 있었다.
"내가... 많이 좋아해, 리에프."
리에프는 키링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있다가 얼굴을 확 쳐들었다.
"그...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하고."
"야쿠상......"
리에프는 손을 뻗어 야쿠의 얼굴을 매만졌다. 야쿠가 시선을 돌리려 하면 놓치지 않고 얼굴을 부드럽게 잡아 돌려 시선을 맞췄다. 리에프의 눈이 진지해졌다.
"오늘 당장 야쿠상 집으로 가도 돼요?"
"음..."
"과제 미리 낸 건 오늘 저랑 같이 있겠다는 뜻 아니에요?"
"......사실 맞아."
그 말만 듣고 리에프는 한쪽 손가락에 걸어 둔 키링을 빼지도 않고 정신없이 야쿠에게 달려들었다. 운전석에 앉은 야쿠의 위로 급하게 올라앉는 통에 리에프는 차 천장에 머리를 쾅 박았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술을 집어삼키며 자신의 셔츠 단추를 풀어내려가는 리에프를 대신해서 야쿠가 운전석을 뒤로 휙 넘겼다. 몸이 세게 겹쳐졌다.
강변에 세워진 차가 이리저리 들썩였다. 리에프가 자꾸만 핸들에 몸을 부딪혀서 보다 못한 야쿠가 그를 진정시켜 조수석으로 옮겨와 있었다. 야쿠의 셔츠는 팔에 간신히 걸쳐져 있었다. 이미 목과 가슴에 리에프가 남긴 자국이 가득했다. 아까부터 눈도 못 뜨고 신음하는 야쿠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리에프는 허리를 세게 쳐올렸다. 유리창 안이 부옇게 흐려지고, 짧게 손톱이 다듬어진 리에프의 손가락은 질척이는 액체로 이미 끈적해져 있었다. 그 손가락이 야쿠의 볼을 미끄러지듯 쓸며 입 안으로 자연스럽게 밀려 들어갔다. 한참 뜨거운 혀와 부드러운 입 안을 구석구석 쓸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마자 다시 입술이 맞붙었다. 야쿠의 엉덩이 밑에 깔아 둔 리에프의 교복 셔츠는 온통 젖어 있었다.
"하, 아응, 리에프, 그마, 이제 그만... 집,"
"그냥, 여기서... 하면 안돼요?"
리에프의 허릿짓을 따라 흔들리면서 야쿠는 간신히 말을 뱉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온 몸이 끈적끈적하고 달아올라 힘들었다. 대답하는 리에프의 목소리에도 거친 숨이 섞였다.
"아니, 오랜만이라... 아읏, 너무 아파서...!"
"거짓말, 그럼 이거 꽉 물고 있어요."
리에프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때까지도 깨끗한 쪽 손가락에 걸려 있던 가죽 키링을 야쿠의 입에 물렸다. 입 밖으로 뱉어내지도 못하고 그것을 꽉 깨문 야쿠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
"괜찮아요. 거기에 야쿠상 잇자국 좀 남겨 줘요."
말도 안 된다는 눈으로 키링을 물고 바라보는 야쿠와 시선을 맞추며 리에프는 땀이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도 웃었다. 야쿠는 그 얼굴이 지나치게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과연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잠시 고민했다. 아, 이젠 나도 몰라. 야쿠는 씁쓸한 맛이 나는 가죽을 꽉 깨물며 리에프의 목에 다시 팔을 둘렀다. 억눌린 신음과 뜨거운 숨소리가 차 안을 꽉 채웠다.
-
이해를 돕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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