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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HQ!!

[쿠로야쿠] 고양이와 고양이 (네코마온 미리보기)


*인쇄용으로 편집하기 전입니다.

*말줄임표, 띄어쓰기 등은 전부 수정되어 나갑니다.

*순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며,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쿠로오 시점, 야쿠 시점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웹연재분이었던 쿠로오 시점 상,중,하편에 수정+첨가 + 야쿠 시점 동일분량 추가본입니다.





고양이와 고양이 (미리보기)

쿠로오 테츠로 X 야쿠 모리스케

w. 비누꽃





믿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시합에서만큼은 서로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내 블로킹에 맞고 튕겨나간 공이 뒤에 버티고 있는 야쿠 모리스케에 의해 깨끗하게 리시브 되리란 것. 야쿠가 코트에 없는 동안은 내가 그의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리시브 해 내리라는 것. 

나는 그의 앞을 지키며, 그는 나의 등을 지키며. 하지만 우린 코트에서의 믿음과 전국제패라는 목표 외에는 들어맞는 게 하나도 없는 동료였다.



(...)




"아!"

"뭐야, 엄살 부리지 마."

반사적으로 지른 것 같은 비명에 놀라 나는 나도 모르게 잡은 팔을 화들짝 놓아 버렸다. 그러고 나니 좀 민망해져서 그를 타박했다. 시선이 야쿠의 팔로 내려갔다.

"팔이 왜 이래?"

야쿠는 금방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서 바지를 벗었다. 옷을 차곡차곡 개는 그 뒤에 서서 나는 계속 닦달했다. 그의 팔이 온통 멍으로 얼룩덜룩했다.

"뭐가. 리시브 연습하면 이 정도는 당연하잖아."

"......"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따로 연습을 하는 걸까. 


"난 꼭 주전으로 전국 갈 거야. 네코마에서 리베로로 있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돼."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등 뒤로 다가섰다. 등이 평소보다 더 작아 보였다. 갑자기 그 등의 크기를 가늠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등을 감싸듯이 서서 내 양손으로 야쿠의 양 팔을 잡았다. 등도 조그맣고, 단단한 팔도 다 한 손에 잡혔다. 진짜 작은 놈.

"그래도 팔이 이래가지곤 아파서 어떻게 더 연습하냐? 바보 같이."

"어따대고 바보래?"

야쿠는 발끈하며 뒤돌았다. 내 손을 확 뿌리치는 통에 체중이 순간 앞으로 쏠렸다. 벽을 지탱했기에 망정이지 하필이면 야쿠를 볼썽사납게 벽에 깔아뭉갤 뻔 했다. 꼭 덮쳐서 껴안는 것처럼.




(...)




학교로 가는 길에 나는 담벼락 위를 유연하게 걸어가는 줄무늬 고양이를 만났다. 별 생각 없이 손을 뻗자 자그마한 고양이는 잠시 내 손바닥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주었다. 그러나 내가 쓰다듬어 주려 더 가까이 한 걸음을 옮기자, 곧 등을 구부리고 털을 쭈뼛 세우며 경계하더니 달아나 버렸다. 나는 누군가가 생각나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이거 입어."

축축한 반바지를 수건으로 닦는 그에게 내 져지를 벗어서 건네주었다. 둘 다 감기 걸리기 전에 빨리 집에 가야할 것 같았다. 야쿠는 추운지 말없이 옷을 받아들어 걸쳤다. 그가 맨 몸에 내 옷을 입고, 지퍼를 올리는 걸 지켜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입술이 메말랐다. 옷은 야쿠에게 소매도 길었고 품도 헐렁헐렁하게 컸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작아 보였다.

"춥냐?"

야쿠가 또 이상한 내외를 시작했다. 춥다고 펄쩍펄쩍 뛰며 빨리 집에 가자고 하면 될 걸, 괜히 풀이 죽어서 날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어느새 얼굴은 하얘지고, 입술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수영을 너무 오래 한 사람처럼. 야쿠는 따뜻한 옷으로 갈아입고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빨리 다시 업고 집까지 뛰어가야지, 생각하면서도 나는 야쿠에게 가까이 다가앉았다.

"쿠로오...!"





(...)





카이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야쿠가 많이 힘들어해."

"뭐? 왜? 나 야쿠랑 얘기 좀 하게 해줘. 내 말은 안 듣잖아."

"걔한테 시간을 좀 줘라. 지금 아마 너랑 얘기 안 하고 싶을거야."

"왜...?"

카이는 곤란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






나는 리베로로서 언제나 그의 등을 바라보아야 했다. 단순히 공을 좇으며 리시브를 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쿠로오의 뒷모습이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던 날부터, 나는 그가 뒤에 있는 나를 의식하지 않게 되길 바랐다. 뒤 돌아보는 건 싫었다. 내 리시브를, 나를 의심하는 것 같아서. 완전히 믿어주길 바랐다. 딱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내 마음 말이다. 





(...)





그렇지만 나도 그를 닮은 고양이를 안다. 분명히! 내가 먼저 찾아냈으리라 확신한다. 우리 동네 턱시도가 낳은 검은 새끼 고양이. 갓 태어났을 때부터 내 눈을 사로잡았던 그 고양이는 어느덧 성묘가 되어 으스대며 골목을 돌아다니곤 했다. 손을 내밀면 무서워하지도 않고 다가와 몸을 비비고는, 기지개를 쭉 키며 폴짝 뛰어 사라져 버린다. 쿠로오를 볼 때 나는 몇 번씩이나 그 고양이를 떠올렸다.





(...)





"지금 숙소 갈래?"

"왜?"

"지금 가면 아무도 없을 거 아냐."

그리고 나는 슬쩍 그의 손가락을 잡아당겼다. 시선을 맞추면서. 그걸로 충분히 어필이 되었다고 확신했다. 순간 울렁이는 목울대를 응시했다. 이건, 이건 엄마가 보던 심야 드라마에서 배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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