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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HQ!!

[카마후타] 삼겹살 구운 사람이 잘못했네









삼겹살 구운 사람이 잘못했네

카마사키 야스시 X 후타쿠치 켄지








w.비누꽃














삼겹살 냄새가 아니었으면 그 공사장에 발을 들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후타쿠치 켄지는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빌붙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돌아가며 얻어먹다 보니 그것도 슬슬 미안해졌다. 아니, 미안하기보다는 자존심이 상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집엔 라면도 전부 떨어졌고, 그렇게 굶은 게 벌써 이틀째였다. 


후타쿠치는 교복 바지에 양 손을 찔러넣고 바닥을 툭툭 치며 걸었다. 이제 뭐든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할 때가 왔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귀찮게 진짜... 자동차 정비소? 맥도날드? 뭐, 어디든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후타쿠치는 자신도 모르게 코를 킁킁거리며 길가에 진동하는 고기 냄새를 맡고 있었다.



"뭐야..."



고깃집이라곤 보이지도 않는, 온통 공사 현장뿐인 거리였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눈에 한 공사장의 문이 열린 것이 들어왔다. 해가 졌는데도 왁자지껄한 곳은 그곳뿐이었다. 후타쿠치는 그곳으로 휘적휘적 걸어가 철근 문턱을 넘었다. 인부들이 드럼통에 피운 장작불을 둘러싸고 서 있었고, 반팔 셔츠를 둘둘 걷어입은 근육질의 남자가 커다란 삽을 불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삽 위에 올려진 삼겹살, 지글지글대며 익어가는 삼겹살. 후타쿠치는 그저 본능에 따라 발을 움직였다.



"넌 누구냐?"


"교복 입은거 보니까 학생인데? 야, 누가 여기 들어오래!"



벌게진 얼굴로 소주를 들이키던 인부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삽을 든 남자 앞까지 다가간 후타쿠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에게 다짜고짜 말했다.



"고기 좀 같이 먹어요."


"......엉?"



짧은 금발 머리를 한 남자는 한눈에 봐도 험상궂은 인상이었다. 불 앞이라 그런지 인상을 잔뜩 쓰고 있어서 더 그렇게 보였다. 그는 손에 든 집게로 빠르게 고기를 뒤집으며 건성으로 대꾸했다. 거친 목소리였다.



"집 가서 엄마한테 밥 달라고 해."



후타쿠치가 아무 말 없이 서있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집게로 고기를 집어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는다. 그의 의아한 눈이 어느새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고 선 후타쿠치에게로 향했다. 후타쿠치는 삐뚤게 앙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우리 집에 엄마 없는데요."


"뭐?"


"엄마가 있으면 내가 여기 와서 고기 달라고 하겠어요?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 먼저 물어보는 게 맞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왜 밥을 엄마가 줘요? 아빠가 주면 안됩니까? 사고방식이 편협하네요. 고기 먹는데 엄마 없는 것까지 말해야 돼요? 치사하게."


"뭐, 뭐?"


"그럼 냄새 풍기면서 고기 굽지 말든가요. 왜 지나가는 사람 배고프게 공터에서 고기를 구워요? 두 근은 드셨나봐요, 셔츠 터질라하네."



그 말까지 쏘아붙이고 후타쿠치는 뜨거운 불 앞에서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지병 있냐."


"......없는데요."



후타쿠치가 눈을 뜬 곳은 컨테이너 사무실 안이었다. 공사현장의 소장실인 듯, 제법 괜찮은 갈색 가죽 소파에 누운 채였다. 그 앞에 앉은 금발 남자는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물어 왔다. 인부들이 그를 잔뜩 둘러싸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어린 학생이 벌써부터 몸이 성치 않구만."


"쯧쯧... 안색이 허여멀건한 게 허우대만 멀쩡하면 뭐하나."


"요즘 애들은 그늘막에 키운 강낭콩처럼 키만 크고 비실댄다니까."


"아 뭔소리예요! 저 멀쩡하거든요? 굶어서 그래요!"


"......그만 다 퇴근하세요. 술자리는 다음에 또 하고요."



빽 소리치자마자 핑 도는 느낌에 이마를 짚는 후타쿠치를 걱정스레 보던 남자가 사람들을 돌아보며 지시했다. 그는 현장 소장인 카마사키 야스시였다. 인부들이 우르르 나가고 문이 닫히자 그는 테이블에 올려놨던 고기 접시를 후타쿠치에게 건넸다.



"야, 이거라도 좀 먹어라."



후타쿠치는 두말 않고 일어나 나무젓가락을 받아들었다. 과자 쪼가리를 제외하면 이틀 만에 먹는 음식다운 음식이었다. 순식간에 접시를 비우는 그를 지켜보며 카마사키는 혀를 쯧쯧 찼다.



"겉모습도 멀끔한데 왜 밥을 굶고 다니냐?"


"아저씨, 여기 일자리 있어요?"



대답도 않고 다짜고짜 물어 온다. 단순한 성격의 카마사키는 별 생각 없이 턱에 까끌까끌하게 자란 수염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고등학생은 안 받는데. 공사장은 밤에는 일 안해."


"...쯧."



후타쿠치는 아깝다는 듯 혀를 차며 테이블에 비치된 과자 봉지를 뜯었다. 동작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카마사키는 이상하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과자를 움켜쥐고 입 안으로 밀어넣으며 후타쿠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 아저씨는 경계심이 부족하고 사람 좋은 타입이군. 반면 카마사키는 후타쿠치의 깨끗한 교복과 잘 매만진 머리 같은 걸 보고 그래도 집도 없는 애는 아니겠구나,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과자까지 몇 입만에 동이 나자 카마사키는 의자에 앉았던 몸을 일으켰다.



"다 먹었으면 그만 나가라. 나도 퇴근해야 되거든?"


"고기 잘 먹었어요."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던 소년이 의외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 온다. 아주 썩은 놈은 아니었구나... 카마사키는 후타쿠치가 기절하기 전 자신에게 쏘아붙이던 걸 떠올리며 살짝 안도했다.












"왜 따라와?"


"그쪽 심심할까봐서요."


"어따대고 그쪽이래, 어린 놈이!"


"아... 꼰대 냄새..."



뭐라고?! 후타쿠치가 중얼거린 혼잣말에 앞서 가던 카마사키는 그를 한대 쥐어박기라도 할 기세로 걸어왔다. 물론, 진짜 손을 올리지는 않는다. 카마사키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교복에 가지런히 바느질된 이름표대로 자신을 후타쿠치 켄지라고 밝힌 이 소년은, 아까부터 집으로 향하는 자신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따라오고 있었다. 



"너, 너네 집 어디야. 너 가는 거 보고 갈테니까, 빨리 집으로 가."


"......"



후타쿠치는 잠시 말없이 서 있었다. 입술을 삐죽거리던 그는 곧 고개를 쳐들고 자신보다 조금 큰 카마사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집에 가스 끊겼어요. 얼어죽을 것 같아요."


"...지금 여름이잖아."


"수도도 끊겼어요."


"으음."



카마사키는 곧바로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이 된다. 후타쿠치는 픽 웃음이 나오려는 걸 애써 눌러 참고 그를 더 몰아붙였다.



"아저씨 혼자 살죠? 딱 봐도 그렇거든요. 나 저녁밥 좀 줘요."


"내가 널 언제 봤다고 집에 데려가냐?"


"......저 공부 열심히 하고싶어요... 근데 알바 구할 때까진 돈 나올 데도 없고... 밀린 관리비도 못 내고..."



카마사키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는 것 같았다. 뭐, 따지고 보면 거짓말은 아니니까. 후타쿠치는 양심은 잠시 밀어두기로 한다. 


그는 카마사키가 마음에 들었다. 처음 보는 아저씨긴 한데, 말이 아저씨지 나이는 한 서른은 됐을라나? 몸도 좋고, 마음씨도 착하고, 직급도 있어보이고. 다 가졌네. 그러니까 밥 먹여달라 어쩌구는 반쯤은 사심이 섞인 장난이기도 했다. 진짜로 넘어온다면 공짜로 숙식도 하고 그리고...



"너 부모님은 왜... 아니다, 길거리에서 할 얘기는 아니네. 일단 따라와."



자신의 사정보다 예의를 중시하는 사람이네. 다른 사람이 뒤통수 치기 전에 내가 구해줘야겠다. 후타쿠치는 카마사키의 옆으로 따라붙어 걸으며 그가 보지 못하도록 씩 웃었다.











저녁은 배달 도시락이었다. 둘 다 이미 고기를 먹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주문을 하자마자 카마사키는 피곤하다고 중얼거리며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갔고, 후타쿠치는 꽤 괜찮은 투룸 집의 거실에 앉아 내부를 슬쩍 둘러보았다. 어이 없을 정도로 경계심이 부족하네. 내가 물건이라도 훔치면 어쩌려고. 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노출증 있어요?"



민소매 한 장만 입고 도시락을 퍼먹는 카마사키에게 후타쿠치가 건넨 첫 마디였다. 밥을 먹다 말고 목구멍이 턱 막힌 카마사키는 물을 들이키며 속을 달랬다.



"넌 원래 말을 그렇게 하냐?"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됐고, 네 얘기 더 해봐."


"그냥 아무것도 안 물어보면 안 돼요?"



카마사키는 아까 들은 꼰대 소리를 잠시 떠올렸다. 아무리 그래도 밥을 굶고 집엔 가스가 끊겼다는 미성년자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한 번의 젓가락질로 고기 반찬 두 점을 집으며 그는 후타쿠치를 무언의 눈빛으로 재촉했다. 결국 먼저 젓가락을 내려 놓은 건 후타쿠치였다.



"엄만 어릴 때 집 나갔고, 아빠는 한 달 전에 사라졌어요. 형제는 없고. 생활비 똑 떨어진 게 일주일 전, 그래서 친구들한테 빌붙은 게 며칠, 짜증나서 그냥 굶은 게 이틀째예요. 딱히 어렵게 살진 않았는데 그냥 아빠한테 여자라도 생겼나보네 하고 있고요."



담담하게 말하는 얼굴에 살짝 그늘이 진다. 카마사키는 말없이 앉아있다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왔다. 캔을 따서 혼자만 벌컥벌컥 들이키자 후타쿠치의 얼굴이 금세 샐쭉해졌다.



"우울한 얘기는 내가 했는데 술은 왜 아저씨만 마셔요?"


"난 아저씨가 아니... 아. 너한텐 아저씨처럼 보이냐."


"딱 보니 서른줄 들어섰구만. 양심 없이 형 소리 바라지 말아요, 나같은 고등학생한테."



망설임 없이 말을 뱉고는 자신의 손에서 맥주를 휙 낚아채 물 마시듯 마셔버리는 후타쿠치를 보면서 카마사키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앞뒤 없이 남의 집에 들어와 밥을 먹고는 못된 말이나 해대고 있지만 카마사키는 이 소년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러니까 집까지 들인 거였고. 후타쿠치가 차갑게 내뱉는 말에서 카마사키는 치기 섞인 상처를 느꼈다. 그 뾰족뾰족한 말들이 자신을 꽁꽁 감싼 방어막이겠지. 그는 맥주 몇 캔을 더 꺼냈다.



"넌 그만 가서 씻어, 거실에 이불 펴줄 테니까."



잠까지 재워주려나 보네?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후타쿠치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빨랫대에 걸린 자신의 옷 중 아무거나 집어 들고 욕실로 걸어가는 후타쿠치를 보며 카마사키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후타쿠치가 상쾌하게 머리를 털며 다시 거실로 나왔을 때, 카마사키는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탁자에는 빈 맥주 캔이 세 개. 후타쿠치는 그 옆에 다가가 앉았다.



"나 어디서 자요? 소파?"


"엉."



그렇게 말했으면서 카마사키는 계속 소파에 앉아있었다. 꽤 심각한 얼굴로 재미 없는 종이쪼가리를 훑는 그를 흘낏 곁눈질하며 후타쿠치는 카마사키의 팔로 손을 뻗었다.



"아저씨 근육 장난 아니네요. 막노동 오래 했어요?"


"아니? 나는 회사에서 나온 소장이고, 공사장 일은 안 해."



술기운이 도는지 카마사키는 후타쿠치가 팔을 만지며 말을 붙여도 이렇다할 경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문을 내려놓고 후타쿠치의 눈빛을 맞받아친다.



"...안 돼."


"뭐가요? 나 집에 데려올 때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후타쿠치는 뒤로 슬쩍 몸을 기울이며 카마사키의 팔을 끌어당겼다. 자연스럽게 소파에 등이 닿고 카마사키의 몸이 올라온다. 아저씨의 무덤덤한 얼굴이 무너지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표정이 되는 게 재미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는 카마사키의 팔을 다시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야, 야. 잠깐. 나 진짜 이러려고 너 데려온 거 아니야."


"사실 알아요. 그래도 지금 싫진 않잖아요."



카마사키가 어물어물 대답을 찾는 틈을 타 후타쿠치는 번쩍 허리를 일으켜 카마사키의 입술로 달려들었다. 촉촉한 입술이 파고드는 사이 한 손이 뒷통수를 붙잡아 버리자 카마사키는 그만 못 이기고 후타쿠치가 끌어당기는 대로 끌려가 주었다.







분명 먼저 시작한 쪽은 나였는데. 후타쿠치는 자신이 졌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밤새 그의 입에서 결국 그만하자는 애원이 나올 때까지 몰아붙여졌다. 헉, 헉 가쁜 숨을 쉬며 몸이 흔들리는데도 위에 올라탄 짐승 같은 남자는 끝내려는 기색이 없었다. 젠장, 젠장. 후타쿠치는 잔뜩 쉬어서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며 겨우겨우 창 밖을 가리켰다.



"...아저씨, 헉, 아저씨... 밖에... 아으, 밖에 해...!"



해 뜬다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입술이 막혔다. 카마사키의 어깨 위에 걸쳐진 다리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후타쿠치는 카마사키의 복근이 조여드는 걸 이제는 거의 공포스러운 눈길로 지켜보았다. 자신의 아래를 들락날락 거리는 저 흉기같은 것도... 아.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그만, 아, 읏, 아, 그만, 제발요...! 아, 흑, 진짜, 아,"



기어이 눈물을 줄줄 흘리는 걸 보면서도 카마사키는 낮은 신음을 내며 허리를 쳐올렸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저 말이 대체 몇 번째야...? 후타쿠치는 입술을 깨물며 아으으 울었다. 제가 뭘 어쨌길래 저 착한 남자의 스위치를 눌러 버렸는지 대체 알 수가 없었다. 무전취식하고 욕구도 풀려던 걸 벌받고 있나봐. 잔뜩 빨개진 그의 얼굴을 카마사키의 큰 손이 끈적하게 쓸었다. 또 안에 뜨거운 게 들어차는 걸 느끼고 나서야 후타쿠치는 정신줄을 놓을 수 있었다.












후타쿠치에겐 주말인 게 다행이었다.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잠에서 깨자 창 밖은 이미 늦은 아침의 햇살로 눈부시게 밝았다. 눈은 떴지만 제대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정신이 들자마자 몇 시간 전이 생각나 헛웃음이 터졌다. 어느새 그는 침대로 옮겨져 있었다. 같은 이불을 덮고 앉아 있던 카마사키는 후타쿠치가 눈을 뜨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얼굴로 말을 걸어 왔다.



"아, 아침 먹을래?"


"......내가 어제 떡친 사람은 누구?"


"어엉?"


"또 순식간에 딴사람이 됐네요. 아저씨나 실컷 먹어요, 난 배 터질 것 같으니까."



잔뜩 갈라지는 목소리로 빈정거린 후타쿠치는 홱 이불을 뒤집어 써 버렸다. 결국 한참이나 사과의 말을 중얼중얼 늘어놓은 후에야 카마사키는 후타쿠치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아침 갖다줘요. 말이 끝나자마자 카마사키는 이불을 박차고 급하게 방을 나섰다.










"...어제 아저씨가 나 따먹었잖아요."


"......"


"어쩐지 순순히 먹여 주고 재워 준다 싶었는데,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였어."


"......"


"여기 잔뜩 자국난 거 보여요? 여기 손자국 봐봐."



후타쿠치가 먼저 시작한 걸 알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쪽은 카마사키였다. 자신을 놀리는 걸 알면서도 찔리는 마음에 뭐라 대꾸를 할 수도 없었다. 가만히 서서 달걀을 부치는 카마사키의 주변을 빙빙 맴돌며 후타쿠치는 빙글빙글 웃었다. 허리는 아프고 목은 다 쉬었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지금 카마사키를 따라나와 놀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내가 장단을 맞추지 말았어야-"


"아, 그런 말은 하지 말고요. 이제 그만 놀릴 테니까 죄지은 얼굴 그만해요."



결국 카마사키가 자수라도 할 것 같은 얼굴이 되자 후타쿠치는 그를 놀리는 걸 그만두었다. 진지하게 입을 다물고 요리하는 카마사키의 얼굴에 '내가 책임져야지' 라고 써 있는 것만 같아 그만 큭큭 웃음이 터졌다. 



"아저씨, 나 밥 먹고 짐 챙겨와도 돼죠?"


"야... 너무 그..."


"나 먹고 버리는거?"


"그런 말 좀 하지 마!"



진심으로 상처 받기 직전인 얼굴을 보며 후타쿠치는 참지 못하고 허리를 뒤틀며 웃었다. 기분이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아, 나 진짜 운 좋다. 어디서 이런 아저씨를 낚았지? 눈물까지 훔치고 난 뒤 후타쿠치는 식탁에 접시를 놓는 카마사키의 멱살을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카마사키가 어정쩡하게 손에 든 접시를 내려놓고 허리를 끌어안으려는 찰나에 후타쿠치는 진하게 섞던 입술을 떼고 뒤로 싹 물러섰다.



"...지금 집 갔다 올 테니까, 그 사이 이사 가기만 해요."



하, 한숨을 뱉은 카마사키는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그는 앞치마를 머리 위로 벗어올려 던지고 침실로 들어가 차키를 챙겨서 나왔다.



"태워다 줄게. 물론 중간에 도망 못 가게, 올 때도 내 차 타고 오는거다."


"아주 오늘 밤엔 날 묶어놓고 할 기세네요."


"못할 것도 없지. 해 줘?"



후타쿠치는 혀를 내밀어 보이고는 욕실로 도망쳤다. 아, 나 살 더 빠지겠네. 오는 길에 맛있는 거 잔뜩 사라고 해야지. 


카마사키는 후타쿠치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 뾰족뾰족한 애가 자꾸 귀여워 보여서 큰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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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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