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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HQ!!

[리에야쿠] Love In Rio (미리보기)


*웹확인용으로 줄간격을 조정하였습니다.

*순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며,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Love in Rio

러브 인 리우

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출국 날 아침이 밝아오고, 야쿠는 최대한 가볍게 꾸리려 했으나 20kg은 되는 것 같은 캐리어를 끌고, 손톱을 딱딱 물어뜯으며 공항에 도착했다. 국가대표 배구팀의 비행 일정에 맞추어 오기는 했으나 출국 기자회견은 어차피 한국 기자들과 진행하기 때문에 야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저 실물로는 처음 보는 선수단을 공항 한쪽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구석에서 살피며, 미리 프린트해 온 프로필 사진과 포지션, 경력사항을 맞춰 보고 있었다.


하이바리에프.”


사진 속의 선수는 마침 마이크를 잡고 열렬히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야쿠는 다시 그의 프로필을 훑어 내려갔다. 2m에 달하는 신장, 러시아 혼혈, 포지션은 미들 블로커.


, 저에게는 첫 올림픽인 만큼, 젊은 피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전 차기 에이스니까요!”


기자회견장에 웃음이 터지는 것을 듣고 야쿠는 문득 고개를 들었다. 어린 티가 남은 목소리로 패기 넘치는 말을 던진 하이바 리에프 선수는 팀에서도 귀여움을 받는 듯, 양쪽에 앉은 선수들도 그의 말에 신나게 웃어주고 있었다. 순식간에 긴장감마저 넘치던 회견장의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실력 뿐 아니라 어린 나이와 외모로 수많은 팬까지 거느린 명실상부한 스타 선수이다.”


위키에서 긁어온 마지막 줄은 이렇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 피곤하겠구만. 근데 미들 블로커가 웬 에이스? 야쿠는 아직도 머릿속에 말끔히 정리되지는 못한 배구 지식들이 또 어지럽게 엉켜들까봐, 아예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길지는 않았던 기자회견이 정리되고, 야쿠는 스탭들을 따라 어렵지 않게 수속을 마치고 선수들의 뒤로 붙었다. 상황이 어수선하니 인사는 도착해서 해도 되지 싶었다.


안녕하세요?”


아까 들었던 목소리. 게이트 앞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던 야쿠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단정한, 아니 저 머리는 대체 무슨 색이지? 뭐라 말하기 힘든 은색에 가까운 머리칼에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외관상 외국인이 아무렇지 않은 일본어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얼굴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와서 야쿠는 그를 기억하는 데 평소보다 조금 망설임이 있었다.


하이바 리에프 씨?”

! 맞아요! 저희 코치님께서 통역사님이시라고 해서요. 맞으시죠?”

. 안녕하세요. 야쿠 모리스케입니다.”

, 근데 몇 살이에요? 스무 살? 스물한 살?”


야쿠는 몇 시간 전 회견장에서 읽었던 그의 프로필을 잠시 떠올렸다. 어린 나이. 몇 살이었더라. 열아홉 살? 스무 살?


혹시 기분 나쁘셨어요? 죄송해요. 지금까지 본 통역사 분들에 비해 진짜 어려 보이셔서요. 저는 스물 한 살이에요!”

괜찮아요. 제가 좀 더 많아요, 나이요.”

? 진짜요?”

순수한 감탄이 어리자 리에프의 얼굴이 훨씬 더 어리게 보인다







(...)





, 미안해요.”


복도의 음료 자판기 앞에 서 있던 야쿠 옆으로 다가온 리에프는 동전 소리가 짤랑거리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동전 한 움큼을 꺼내는 그의 손을 따라, 낱개 포장된 비타민 크기의 콘돔들이 딸려 나와 야쿠의 발 앞을 굴렀다. 야쿠는 별 생각 없이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여 그것들을 그러모아 리에프의 손에 넘겨주었다. 살짝 손이 닿는 걸 내려다보던 리에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올라와 야쿠의 얼굴로 향했다.


방금 받은 거예요. 우리는 여기서 콘돔 엄청 쓰는데. 야쿠 씨도 필요하면 말해요. 자판기에서 살 필요 없으니까.”


리에프는 손에 쥔 콘돔들을 아무렇지 않게 만지작거리며 야쿠와 눈을 맞춰왔다.


아니, 저는 됐어요.”


야쿠는 그만 당황해 버렸다. 선수촌에 입소한지 만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리에프와 야쿠가 말을 섞은 건 몇 번의 간단한 인사가 전부였다. 같은 건물, 같은 층을 사용하다 보니 그들은 정말 일상적으로 얼굴을 부딪혔다. 선수들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거의 숙소에 머물러 있었고, 인터뷰가 없으면 야쿠는 할 일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주 마주치면 민망해서라도 인사를 대충 생략하거나 서로를 못 본 척하거나 할 법도 한데 리에프는 그렇지 않았다. 끈질기게 인사를 건네더니 이번에는 드디어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 쉬세요, 외의 다른 말을 꺼낸 것이다. 근데 그 말이라는 게.


왜 거절해요? 여기 할 일도 없고 되게 심심하지 않아요?”

, 저는,”


무심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뒷걸음질 치려는 야쿠의 손목을 리에프의 큰 손이 붙잡았다. 갑작스럽게 느껴진 리에프의 체온에 야쿠는 어깨를 움찔했다.






(...)





  "아까 야쿠 씨 포르투갈어 할 때, 그 때 진짜 섹시했어요."


  "음... 감사합니다."



  하이바 리에프의 이런 직설적인 말들은 야쿠에게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는 대체 이 남자의 페이스에 어떻게 맞출 수 있을지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통역도 그렇고, 지금 이 순간도 그렇고, 아마 이후 상황도. 그의 의도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맞는지 일단 좀 헷갈렸다.


나는 러시아어 전혀 못하거든요. 혼혈인 데도요. 그래도 한심하게 보는 건 아니죠?”


아니요, 말 안했으면 몰랐을 거예요.”


나도 좀 가르쳐 줘요. 인터뷰 할 때 멋있게 한 마디 해보고 싶어요.”


외국어 한 마디만 가르쳐 주세요, 이건 야쿠가 정말 흔하게 듣는 말이었다. 그래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리에프는 그 얼굴을 놓치지 않고 야쿠의 어깨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 그건 어렵지 않아요. 발음이랑 종이에 적어 드릴게요.”


난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거 봐도 잘 못 읽어요. 옆에서 가르쳐 줘요, 내 방에서.”


어떻게 할까.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리에프를 올려다보는 것으로 야쿠는 대답을 대신했다. 객실까지 가는 발걸음이 태연한 척 해도 자꾸만 빨라졌다. 리에프는 야쿠의 어깨를 감싼 그대로 오른쪽 주머니를 뒤져 카드키를 꺼냈다. 삐리릭,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리에프의 방문이 거칠게 열리고, 다시 쾅 닫혔다.


천천히 잠겼을 문을 부서져라 닫아버린 건 리에프에게 밀어붙여진 야쿠의 등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당연하게 맞붙은 입술 새로 시작부터 거친 숨이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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