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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HQ!!

[리에야쿠] Give Love 04




*소꿉친구AU







Give Love 04

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일상의 소중함이란 일상을 잃어버리기 전까진 느끼기 힘든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야 나는 그 일상이라는 게 얼마나 깨져버리기 쉬운 설탕 조각 같은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리에프 역시 나의 일상이었다. 잃어버릴까, 없어질까 벌벌 떠는 일은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것처럼 그 애와 함께 있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리에프 역시 갑자기 나를 멀리하게 되자, 나는 애써 덤덤한 얼굴을 한 채 방바닥에 앉아 생각했다. 내가 뭘 잘못한건가. 나는 당연히 아버지를 사랑했고 리에프를 아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잃어버릴 거라곤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래, 소중히 하지 않은 것들은 사라지는구나. 더 많이 아끼고 조바심내지 않아서 다 떠나 버린 건가보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떠난 거실에 청승맞게 쭈그려 앉아 무릎을 끌어안았다. 눈물은 흘리지 못했다. 혼자 울면 나까지 내게서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혼자 있으면 자연히 생각이 늘었다. 아, 내가 살아가는 매일매일이라는 건 깨져버리는 게 아니라 다른 걸로 바뀌어 버리는 거구나. 이제는 아버지가 없는 게 나의 일상이구나. 리에프가 더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게 앞으로의 나날이구나. 엄마가 없는 빈 집이 내게 남겨진 것이구나... 생각에 빠질수록 내가 잡아먹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감당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대로 없어져 버리기는 싫었고, 그래서 적당한 누군가를 찾아 적당히 함께 있었다. 


'적당히'...... 그렇게 잔뜩 잃어버린 주제에 나는 다시 무언가를 마음에 소중히 할 수 없게 되었다. 거침없이 나를 좋아하던 리에프가 그리워도 차마 찾아가 볼 수가 없었다. 꼴사납고 형답지 못하지만, 진짜로 나를 떠나가고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하는 게 무서워서.











"-케, 모리스케."



야쿠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리에프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잠에서 깨었다. 자면서 눈물을 흘렸는지 눈가에 잔뜩 말라붙은 것들 때문에 눈을 뜨는 동안 계속 따끔따끔했다. 속이 좋지 않았다.



"...리에프?"


"얼른 아침 먹어."



리에프는 말끔한 교복 차림이었다. 어제 같이 누워 잠들었는데... 아마 집에 다시 들렀다 온 것 같았다. 속얘기를 한 다음날이 이렇게 껄끄러울 줄이야. 야쿠는 티나지 않게 한숨을 쉬며 이불을 걷었다. 리에프는 야쿠의 손을 끌어당겨 일으켜 주고는 신이 나서 주방으로 향했다. 



"속 괜찮아? 아무리 공부 때문에 힘들어도 그렇게 술 마시면 몸 상해."



이젠 그러지 마, 알았지? 하며 돌아보는 얼굴에는 예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야쿠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리에프가 자연스럽게 내미는 물컵을 받아들었다. 물을 마시며 내려다 본 식탁에는 2인분의 아침밥이 깔끔하게 차려져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설마 네가 했어?"


"이정도는 할 줄 알아! 반찬은 엄마가 싸준거지만... 그래도 어때, 같이 살기에 딱이지."



말을 마치며 리에프는 거실 구석에 놓아둔 큰 스포츠백을 가리켰다. 가방은 물건들로 가득 찼는지 터질 것처럼 빵빵했다. 야쿠는 잠시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너... 설마..."


"맞아! 나 모리스케랑 같이 살래. 허락도 받고 온 거야."


"......음... 리에프... 하... 아니, 아줌마도 혼자 계시는데...."


"아, 지금은 누나 와있어."



리에프는 간단히 말을 끊어버리고 야쿠를 슥 밀어 식탁에 앉혔다. 뭐라도 들지 않으면 입에 떠먹일 기세라 야쿠는 얼른 국그릇을 들었다. 텅 빈 뱃속까지 따뜻한 온기가 퍼진다. 슬쩍 눈치를 살피던 리에프는 야쿠가 풀어진 표정으로 젓가락질을 하자 신이 나서 맞은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몇 달째 차갑게만 느껴졌던 야쿠와의 시간이 오랜만에 따뜻했다. 이른 아침의 해가 비추는 조용한 집에 단 둘이었고, 리에프는 이 순간만큼은 항상 자신이 애태우며 쫓아다니던 야쿠가 그의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잘 먹었어, 작게 말하는 야쿠의 목소리가 꽤 다정했다. 리에프는 벌떡 일어나 싱크대에 서 있는 야쿠를 뒤에서 껴안았다. 그래도 야쿠는 놀라지도 않고 고무장갑을 낀 채 설거지만 계속했다. 아, 행복해라. 리에프가 자꾸만 자신의 뒷목에 고개를 비비적거리자 야쿠는 어깨를 비틀어 그를 떨쳐 버리려고 했다. 그래도 차갑게 구는 것 같지는 않아서 리에프는 만족하고 있었다. 그럼 조금 더 다가가도 될까, 오늘은?



"......설거지 다 했는데."



리에프의 팔이 자신을 놔주는 듯해서 몸을 돌렸다가 그만 싱크대와 넓은 품 사이에 갇히게 되었다. 야쿠는 너무 당연하게 전개되는 이런 상황이 조금 우스워 피식 웃었다. 그래도 리에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야쿠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고 있었다.



"얼굴이 상했어. 집에서 도시락 두 개 가져왔으니까 꼭 챙겨가."


"이따 아줌마한테 전화 드려야겠다."


"...그냥 우리 집에 있어도 되는데. 하긴, 나랑 단 둘이 있는게 더 좋지?"



야쿠는 오랜만에 맑은 얼굴로 웃으며 리에프를 가볍게 밀어냈다. 품에서 빠져나오며 리에프의 엉덩이를 한 번 철썩 치고 지나가는 통에 리에프는 그만 얼굴이 빨개졌다.



"어, 어딜 만져! 나 좋아해?"


"뭐래."



거실 탁자에 놓인 담배를 집어들고 베란다로 나가며 야쿠는 리에프를 한 번 뒤돌아보았다. 그렇게 준 시선 한 번 만으로도 리에프는 가슴이 쿵쿵 뛰었다. 하룻밤 새 무언가 달라진 느낌이었다. 그동안은 야쿠의 옆을 따라다니는 자신을 그냥 묵인했다면, 지금은 곁을 내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꾸 착각하면 안 되는데. 모리스케가 이렇게 쉽게 달라질 리 없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자꾸만 서러웠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잠옷을 입은 채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야쿠의 옆모습을 리에프는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학교에서는... 그, 너무 티 안 내는게 좋을 것 같아. 이제와서 말하기도 새삼스럽지만."


"알았어! 방해 안 할게, 야쿠 선배!"


"아니. 나 말고 너한테 안 좋으니까."



리에프는 잠시 입술을 삐죽거렸다. 야쿠는 대체 그런 걸 왜 신경쓰는 걸까? 그는 자신의 마음을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전혀 그렇지 않거든? 뭐야, 나 그냥 학교에서도 딱 들러붙어 있을래. 누가 물어보면 사귄다고 하면 되지! 난 그렇게 말하고 싶어서 죽겠어."



그렇게 말하고 나서 리에프는 야쿠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손에 들린 넥타이를 빼앗았다. 리에프는 이미 가방까지 다 메고 선 채로 야쿠의 목에 타이를 매 주며 한참 아래쪽에 있는 말간 얼굴을 힐끔힐끔 내려다보았다.



"......하지 마."


"......안 해..."



키스하고 싶어하는 건 또 어떻게 알았대. 하여간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리에프는 애써 아닌 척 야쿠의 교복에서 어렵사리 손을 떼며 돌아섰다. 먼저 방을 나서려는 그의 뒤로 야쿠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계속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리에프. 다시 예전하고 똑같아질 수 있어... 너만 마음을 바꾸면."



아, 오늘은 저런 소리 안 하나 했다. 리에프는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돌아서서 마주한 야쿠는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마음을 버려도 예전으로는 절대 못 돌아가. 어차피 나 혼자만 좋아하는 거잖아. 모리스케, 그리고 지금은 그냥 네 마음대로 생각하면 안 돼? 지금 힘들잖아. 동생으로 보든 뭘로 보든 당분간은 너한테 안 징징거릴게..." 


"...그걸로 괜찮을 리가 없잖아,"



분명히 받은 만큼 바랄 것이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사람은 원래 그러니까. 곁에 있어준다면 그 대가로 나도 무엇인가를 주어야 한다. 야쿠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 안 들을래. 앞으로 안 오겠다, 거리를 두겠다, 그런 말 안 할거야. 아무리 멀어지려고 해도 안 되더라. 그냥 옆에만 있게 해 줘, 나도 너한테 미안하단 말야. 그러니까 제발 편하게 생각해."



야쿠가 고개를 비스듬히 꺾은 채 한숨을 쉬자 리에프는 안도했다. 자신에게 져줄 때는 늘 저런 얼굴이었으니까. 리에프는 성큼 한 걸음을 옮겨 순식간에 야쿠가 쳐 놓은 보이지 않는 벽을 깨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대로 손을 맞잡고 우울함이 배어 있는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렇게 장담해 놓았으면서 리에프는 야쿠가 보지 않는 곳에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낮부터 초저녁까지는 제법 괜찮았다. 쉬는 시간에 얼굴을 슬쩍 내밀어도, 도서실에서 모르는 척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도 야쿠는 그 옛날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남친도 없겠다, 거리낄 게 없어야 하는데 역시 리에프는 야쿠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내 마음만 밀어붙이지 말아야지... 하고 고3인 야쿠보다 먼저 하교하면서 리에프는 몇 번이고 다시 다짐했다. 하지만 해가 넘어가고, 어두워진 집에 불을 켜고 집에서 몰래 집어온 영양제를 야쿠가 볼 수 있도록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리에프는 자꾸만 마르는 입술을 축여야 했다. 으, 아, 으. 한 집에... 한 집에 야쿠와 자신이 단 둘이 있는데 어떻게 달라붙지 않을 수 있지? 대체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그래서 야쿠가 오기 전 욕실에서 물을 맞으며 리에프는 혼자 손을 놀렸다. 빼 놔야지... 미리 빼 놔야지... 머릿속에는 자꾸만 이 욕실에 서 있을 야쿠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도 애써 머리를 도리질해 이미지를 지웠다. 그러나 아무래도 거실에서 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리에프는 소파에 앉아 있는 야쿠와 딱 마주쳐 버렸다.



"뭐, 뭐야."


"뭐긴, 공부 끝나고 온거지."


"아... 고, 공부 잘 했어? 간식 먹을래?"



야쿠는 픽 웃었다.



"엄마냐. 빵 먹어. 오다가 사왔어."



리에프는 고개만 끄덕이고 소파 한쪽 끝에 앉았다. 단팥과 생크림이 가득 든 빵을 집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우물우물 먹고 있으려니 야쿠가 자신의 목에 둘러진 젖은 수건을 빼내 머리를 털어 주었다. 무심하고 아무렇지 않은 손길이었지만 리에프는 움찔했다. 애써 야쿠에게 눈을 돌리지 않으며 빵을 씹어 삼키는데 문득 집 안이 너무나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 초침 소리도, 집 밖에 지나가는 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정적 속에는 소파에 몸을 늘어뜨린 야쿠와 방금 샤워하고 나온 자신, 그렇게 둘 뿐이었다. 


또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빨리 씻고 나와. 나 작은방에 이불 펴도 되지?"



리에프가 할 수 있는 건 야쿠를 재빨리 욕실로 밀어 넣어 버리는 것 뿐이었다.



"아... 그럼 내가 안방 침대 쓸게. 네가 내 침대 써, 그냥. 맨바닥에서 어떻게 자."


......네 침대를 쓰라고? 나 그 침대에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는데. 



눈이 휙 도는 것 같았지만 리에프는 벌떡 일어서서 야쿠의 등을 떠밀었다. 리에프가 자신의 가방을 벗겨 내팽개치는 걸 보면서 야쿠는 억지로 화장실로 밀어넣어졌다. 야쿠가 무슨 일이냐고 문을 쾅쾅 쳐도 문고리를 꽉 붙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곧 욕실 안은 조용해졌다. 그리고 물소리가 들려왔다. 리에프는 그 앞에 한동안 주저앉아 있었다. 평소에 거리낌없이 손을 뻗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단 둘인 집에, 밤에, 누구의 방해도 없다. 이제까지의 마음은 그냥 순진했던 정도로만 여겨질 만큼 리에프는 욕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 이 집에 괜히 들어왔나봐..."







그래서 리에프가 택한 건 최대한 밤에는 야쿠와 마주치지 않는 거였다. 다행히도 기말고사 기간이 시작되어 자연스럽게 둘 다 각자의 시험에 매달려야 했다. 같은 방에 상을 펴 놓고 공부하면 그게 또 너무 힘들어서, 리에프는 갖은 핑계를 대며 야쿠를 책상에 앉히고 자신은 거실에서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어 놓은 채 노트에 코를 박았다. 야쿠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긴 해도 그는 고3인 탓에 거기까지 마음을 쓸 여유가 없는 듯했다. 어쨌든 리에프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것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은 찾아왔다.



"리에프."


"어... 왔어? 고생했어. 나 먼저 잘,"



턱, 야쿠의 손이 리에프의 팔목을 붙잡았다. 어느새 하복을 입은 야쿠의 얼굴은 유난히 더 뽀얗게 빛나 보였다. 리에프는 자신이 침을 꿀꺽 삼켰다는 걸 깨달았다. 야쿠와의 접촉 한 번이 미칠 듯이 간지러웠다.



"역 앞에 라면... 아."



아? 무심코 아래를 향했던 야쿠의 시선이 어색하게 돌려졌다. 리에프는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슥 내렸다. 예견된 참사... 잘 늘어나는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게 실수였을까. 리에프는 얼른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야쿠의 목소리가 리에프를 붙들었다.



"......내가 풀어 줄까?"



그 말을 듣고 리에프는 순간 눈 앞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몸을 틀어 야쿠에게 아무렇게나 화를 냈다.



"......야! 그런 말 좀 하지 마!"



야쿠의 눈썹이 올라갔다.



"왜. 그럼 거울 좀 봐, 네 얼굴이 어떤지."


"하...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매일 밤 하고 싶어 죽겠다는 얼굴 보는 것도 일이야."


"어떻게 알았... 아니, 그래도...! 모리스케, 그런 말 아무한테나 하지 마."


"흠..."



야쿠의 고개가 기우뚱했다. 아무한테나, 라. 누구 걸 대신 만져주는 경험이 없지는 않았다. 확실히 야쿠에게 그정도까지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그것보다 더 나아가서는 어떨까? 매일 밤 마주하는 리에프의 욕망 섞인 얼굴이 야쿠는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면 리에프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험 삼아 해 볼 수는 없겠지. 리에프가 상처 받을 테니까.



"너는 나한테 아무나는 아니야, 알잖아."


"......"


"물론 네가 내 애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알아, 무슨 뜻인지 알아. 그래도 그런 말은 네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한테 해!"



리에프는 쿵쿵거리며 야쿠의 침대로 뛰어들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돌아누워 버렸다. 말없이 뒤에서 교복을 갈아입고, 씻고 나온 야쿠는 불을 끄고 그 옆으로 들어가 누웠다. 리에프의 등이 움찔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처음이니까, 그러니까 한 번 시작하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구."



리에프는 그 말을 하면서 마음이 상했다. 야쿠는 누군가와 벌써 벌써 했겠지... 그러나 그 말에 야쿠는 자신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대꾸하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외로웠고, 지금도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럼에도 거부감을 느끼며 누구와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왜 리에프를 보면 그게 싫지 않은 걸까. 같은 의문이 몇 번째 반복되고 있었다.



"미안해. 이제 그런 말 안 할게."



야쿠가 나지막이 사과하자 리에프는 몸을 돌려 야쿠와 마주 보고 누워 주었다. 밤이... 너무 길 것 같았다. 일단 시작해 보면, 네가 좋아할 결과일지도 모르는데, 리에프. 야쿠는 이불 밖으로 반쯤만 삐져 나온 리에프의 새빨간 얼굴을 보며 그 말을 그냥 속으로 삼켰다. 그래.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여름 방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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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이면 떡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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