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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HQ!!

[리에야쿠] Give Love 02




*소꿉친구AU







Give Love 02

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세상에서 가장 가볍고 쉬운 사랑은 연애 감정이다. 어차피 금방 식어 버리는 것이니 원하는 대로 소비하다가 끝나면 돌아서면 그만인 것이다. 한 번 이렇게 생각해 버리자 두 번, 세 번도 어렵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쉽게 마음을 열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사실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진지한 마음은 너무 부담스러워 받고 싶지 않았다. 가슴을 열어 받아들인 뒤 너무나 쉽게 끝나 버린다면? 그러니 소중한 사람은 소중한 채로, 그대로 나의 곁에 남아 주었으면 했다. 


내가 하이바 리에프의 마음을 아예 마주할수조차 없는 것도 아마 그런 내 얄팍하고 성장하지 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그애와 사랑을 시작한다는 걸 나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거침없이 마음을 키워 와 내게 전하는 그 용기가 부럽기까지 했다. 어른인 척, 쿨한 척은 있는대로 다 했지만 우리의 키 차이만큼 나는 마음도 그애보다 작았다. 아마 곧 질릴 것이다, 이런 나에게. 그래서 더이상 소꿉친구로도 내 옆에 남아있어 주지 않는다면 난 이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리에프, 나는 네가 그리웠어. 그러니까 나를 좋아하지 말아줘.








화창한 주말에 알람 없이도 눈을 뜬 리에프는 이전의 고민 같은 건 싹 잊어버린 채였다. 하긴 십수 년의 버릇이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는 없었다. 그는 별 생각 없이 잠에 덜 깬 채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젖은 머리를 털며 나와서는 곧바로 옷을 입고 야쿠의 집으로 향했다. 야쿠의 어머니는 주말에도 집에 잘 없었기 때문에 리에프는 같이 먹으려고 산 음식이 든 편의점 봉지를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초인종을 눌러도 집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모리스케! 나야! 리에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자 리에프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던 도어락 비밀번호를 익숙하게 눌렀다. 일 년쯤 전 평소처럼 도어락을 열고 들어갔다가 처음 보는 대학생과 마주친 뒤로 처음이었다. 물론 그는 당시 야쿠의 애인이었다. 리에프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입술을 삐죽이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대충 중얼거리며 그는 망설임 없이 야쿠의 방으로 들어섰다. 책상 위에는 교과서와 문제집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야쿠는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기말고사가 가까워 오긴 했다. 거기다 야쿠가 고3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와서, 리에프는 조금 속상한 얼굴로 침대에 걸터앉아 야쿠를 불렀다.



"자?"



멈칫거리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뻗어나간 손이 야쿠의 이마를 살살 쓸었다. 리에프의 눈에 색색거리며 잠든 얼굴은 자기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그는 이불을 들치고 야쿠의 옆에 웅크리고 누웠다. 그리고 옅은 숨이 새어나오는 입술을 한동안 바라보다 스르륵 잠이 들었다.




"-프, 리에프."


"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야쿠는 상체를 일으켜 앉은 채로 리에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리에프는 잠에 겨운 눈을 비비며 야쿠의 무릎으로 파고들었다.



"너 안 일어나길래... 나도 같이 잤어..."


"그랬어? 어제 숙제하느라. 너무 늦게까지 잤다."


"괜찮아... 토요일이잖아..."


"근데 너 우리 집 오는 거 진짜 오랜만이네. 일년도 더 된 것 같아. 왜 그동안 안왔어?"



순식간에 잠이 깼지만 리에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가볍게 묻는 야쿠에게 진지한 얼굴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네 애인 보고 열받아서, 나 키 더 커서 가려구, 한동안 안 보면 네가 나 그리워할까봐, 오랜만에 만나면 갑자기 날 다르게 봐줄까봐...



"나 혼자 심심했는데. 알잖아."


"심심한 게 아니라 외로웠지?"


"응."


"우리집 와도 되는데, 너는 나 찾지도 않았어."



야쿠는 큭큭거리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 리에프의 볼을 쭉 늘어당겨 꼬집었다.



"너는 안 봐도 맨날 본 것 같은 느낌이야. 잘 지내고 있겠지, 했어."


"그러다 내가 영영 다시 안 나타나도 좋아?"


"뭐... 이제 다 컸나보다 하겠지."


"짜증나, 너."



리에프는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았다.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고 멍하니 방 안을 둘러보는 동안 야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리에프는 물소리가 끊어질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 소리를 듣고 있었다. 침대 옆 서랍장 위에 놓인 박하사탕을 하나 까서 딱딱 깨물어 먹었다. 몸이 촉촉하게 식은 야쿠가 그 앞으로 걸어와 서랍을 열려고 하자 리에프는 그의 팔을 휙 잡아당겼다.



"이리 와..." 



얼결에 리에프의 무릎에 주저앉은 야쿠는 곧바로 양 볼을 움켜잡고 달려드는 입술을 받아내야 했다. 리에프의 입술은 달고 끈적끈적했다. 그는 방금 먹은 사탕을 빨듯이 야쿠의 입술을 오물거리며 맛보았다. 볼을 감쌌던 손이 내려와 허리를 감싸고, 한 손이 티셔츠 뒤로 들어와 아직 물기가 남은 등을 쓸어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천천히 몸을 틀자 야쿠의 등이 침대에 닿았다. 한쪽 다리를 넘겨 완전히 야쿠의 위에 자리잡자 야쿠가 손가락으로 리에프의 이마를 쿡 찔렀다.



"하지 마."


"안 밀어냈잖아."


"나는 상관은 없어. 근데 안 했으면 좋겠어."


"그럼 계속할래."


"네가 상처받을 텐데?"



리에프는 대꾸하지 못했다. 야쿠가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표정을 짓는 것도 정말 보기 싫었다. 하지만 그 얼굴을 외면하지도 못했다. 결국 먼저 시선을 돌린 것은 야쿠였다.



"네가 아무리 이래도... 난 그냥 어릴 때 네 모습만 자꾸 겹쳐 보여."


"그럼 내가 어떡해야 해?"


"나보고 동생이었던 기억은 다 지우라며. 하지만 넌 항상 똑같은데?"



리에프는 문득 자기가 그런 말을 아주 의미심장하게 내뱉고 돌아섰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 며칠 자고 일어나니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주 습관적으로 또 야쿠의 주위를 맴돌러 온 것이다. 리에프가 혼자 고민에 빠진 동안 야쿠는 그의 팔 밑에서 빠져나와 침대를 벗어났다.



"나 공부할건데. 너도 시험공부 해야 되지 않아?"


"......몰라."


"배고프다. 역 앞에 라면 먹으러 갈래?"


"먹을거 사왔어, 지금 먹어."



시무룩해 있는 리에프를 흘끗 보며 야쿠는 비닐봉지를 열었다. 유부초밥과 과자들. 야쿠가 피식 웃는 걸 듣고 리에프는 고개를 들었다. 볼이 빵빵하도록 유부초밥을 입에 밀어넣은 얼굴을 보자 그도 웃음이 터졌다.



"뭐야, 내가 좋아하는 거잖아."



우물우물. 대답도 못 하고 입에 든 걸 씹고 있는 야쿠를 보며 리에프는 옛 기억을 떠올렸다. 유부초밥은 원래 야쿠가 좋아하는 거였다. 자신이 여섯 살 때, 학교에서 소풍을 간다고 들떠 있던 야쿠를 따라갈 수 없는 게 속상해 아침부터 엄마에게 떼를 써서 야쿠의 집으로 달려갔었다. 엄마들끼리 이야기를 하는 동안 리에프는 식탁 의자를 밟고 올라가 야쿠의 도시락에 들어있던 유부초밥을 마구 움켜쥐고 먹어버렸다. 작은 입에 미어터져라 집어넣은 밥에 목이 턱 막혀서 울지도 못하고 있는데, 방금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온 야쿠가 그걸 보고 화도 내지 않고 등을 두드려 주었다. 리에프 것도 있었는데... 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던 야쿠의 엄마, 그리고 등짝을 치며 내가 못 살아! 하던 자신의 엄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을 먹여주던 야쿠. 혼나고 속상해 앙앙 울자 뚝 그치라고 뽀뽀해주던 입술. 그날 이후로 리에프가 가장 좋아하는 건 유부초밥이 되었다. 야쿠도 이걸 기억하고 있을까?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 간다."


"시험공부는? 너 공부 안하는 거 아니지?"


"열심히 한다고..."


"모르는 거 있으면 봐줄게, 나중에 가져와."


"싫어. 안 올거야."



돌아서는 리에프를 보고 야쿠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화 났어?"


"응."


"그러지 마. 난 네가 예전처럼 자주 왔으면 좋겠어."


"너무한다 너 진짜."


"미안해. 너 잃기 싫어서 그래."



리에프는 야쿠에게로 몸을 돌렸다. 아까와는 달리 차분해진 얼굴로 그는 야쿠에게 대답해 주었다.



"나도 미안. 이제부턴 아무렇지 않게 예전처럼 못 하겠어.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하면서 따라다닌 거 중학교때부터잖아. 그때부터 쭉 진심이었어. 아마 더 어릴 때부터 좋아했겠지. 전처럼 함께 있고 싶으면, 네가 나 좋아하면 돼. 나랑 똑같은 마음으로."


"......이제 다시 안 올거야?"


"오고 싶어도 안 올거야."


"나랑 아는 척도 안 하고?"


"그건 생각해 보고."


"그래, 그럼 가."



야쿠는 휙 돌아서서 다시 의자에 앉아 버렸다. 리에프는 잠시 황당한 얼굴로 그 등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하, 헛웃음을 웃은 리에프가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야쿠는 문제집에 떨어뜨린 시선을 들지 않았다.








야쿠는 항상 수업이 끝난 뒤 도서실에서 공부한다. 리에프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도서실에 있을 때는 담벼락에서 담배를 필 때보다 더 착실해 보이는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리에프는 도서실 문을 열기 전 도수가 거의 없는 안경을 고쳐쓰며 옆에 서 있는 여학생에게 다시 한 번 다짐을 받았다.



"너 똑바로 해라."


"아 알았다고! 지겨운 찐따새끼야, 너 이런다고 그 선배가 잘도 질투하겠다.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데 그럴 마음이 들겠어?"


"......그런가?"


"어휴."


"왜 미리 말 안해줬는데? 받아먹을 건 다 받아먹고 너무한 거 아니냐?"


"내가 왜 알려줘야해? 난 너 삽질하는 거 보다가 잠이나 자야지."



깔깔 웃은 여학생은 표정을 상큼하게 고쳐 지으며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등 뒤로 휙 넘겼다.



"내가 미쳤지, 너한테... 재밌어 죽겠냐?"


"응. 벌써 웃기다. 나 너랑 그 선배 처음 봤을 때 기절하는 줄 알았잖아. 싸가지 없고 지 잘난맛에 사는 애가 아주 딴사람이 되니까. 근데 그 안경 좀 벗으면 안 돼? 못봐주겠어."



리에프는 말없이 안경을 벗어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문틈으로 들여다본 도서실 안에는 야쿠를 비롯한 3학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장 달려가서 공부하느라 힘들지, 하며 비타민 음료를 안겨주고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키스하고 싶었다. 하지만 야쿠의 마음을 얻기로 결심한 이상 그런 짓은 절대 할 수가 없었다. 리에프가 망설이고 서 있자 여학생이 한숨을 쉬며 문을 열어젖혔다.



"윽."


"하이바, 정신 똑바로 차려."



하도 세게 문을 열어서 온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 야쿠도 고개를 들었다가 리에프를 발견하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리에프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적당한 자리에 가 앉았다. 야쿠가 보이는 자리, 야쿠도 자신을 볼 수 있는 자리에. 



"나 쟤 누군지 알아, 1학년."


"어? 리에프 알아?"


"뭐야, 너랑 아는 사이야? 쟤 완전 유명해. 우리학교에서 제일 크다는데? 혼혈이라 얼굴도 잘생겼다고 입학할 때 엄청 말 많았어."


"아... 동네 친구야. 난 왜 몰랐지..."


"너 입학식날 하루 종일 없었잖아."


"아 그랬네. 쟤 때문에 강당 간건데."



야쿠는 무심코 볼펜 끝을 질겅질겅 씹으며 리에프가 앉은 쪽을 바라보았다. 입학식 날에는 일주일 전부터 리에프가 매일 밤 전화해서 졸라대는 통에 아침 일찍부터 꽃을 들고 강당에 가 있었다. 야쿠가 교복에 달아주는 꽃을 받으며 리에프는 치아가 다 보이도록 환히 웃었다. 주변의 시선이나 수군거림 같은 건 알아채지도 못했다. 리에프와 함께 있으면 항상 일어나는 일이라,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길에서 리에프를 한 번씩은 돌아본다. 보통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색 옅은 머리카락에 높은 콧대가 주는 이국적인 분위기. 시선을 의식할 만도 한데 리에프는 항상 야쿠를 붙잡고 야쿠에게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래서 야쿠는 가끔 궁금해졌다. 자신이 없는 곳에서 리에프는 어떤지.


야쿠는 리에프와 함께 들어온 여학생을 이미 알고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애가 분명했다. 그래도 리에프가 자주 어울려 다니는 애들의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이 시점에서 리에프의 안쓰러운 작전은 이미 실패했지만 그건 야쿠에게 다른 방식으로 충격을 주었다. 앞에 앉은 친구나 자신에게 아는 척을 해오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리에프의 눈빛과 표정은 야쿠는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차갑고, 감흥 없고, 조금은 거만하고 지루해보이기까지 하는. 물론 리에프가 사회성 없이 구는 타입은 절대 아니었지만 야쿠에게 보여주는 얼굴에 비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야쿠는 마음이 쿵 하고 바닥까지 떨어지는 것 같아 애써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찾는 책도 없으면서 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람실의 빼곡한 책장 사이로 몸을 숨겼다.



"어? 어디갔지?"


"저기 책장 쪽으로 가던데."


"어어."


"야, 너 지금 쫓아가려는 거 아니지?"



리에프는 몸을 반쯤 일으킨 그대로 멈춰 아주 잠시 생각했다. 오늘은... 이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자기합리화를 마친 그는 한심하게 쳐다보는 친구의 눈길을 피해 야쿠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안녕."



아무 소설이나 의미없이 뽑아들고 있던 야쿠는 갑자기 들리는 리에프의 목소리에 살짝 어깨를 움찔했다. 



"리에프..."


"왜 놀라?"



책꽂이 뒤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던 리에프는 야쿠의 옆까지 다가갔다. 야쿠는 리에프와 눈이 마주치자 들고 있던 책을 제자리에 꽂으며 살짝 웃었다.



"아는 척 해줄 줄 몰랐네."


"무시하려고 했는데. 나 알잖아, 잘 안 돼."


"그래, 고마워. 아줌마는 잘 계셔? 내가 한 번 가야되는데... 아버지는 언제 일본 들어오신대?"


"몰라, 몰라. 다 잘 있어. 나는 왜 안 물어봐? 나 아파 보이지 않아?"


"아팠어?"


"아니..."



리에프가 작게 대답하자 야쿠는 씩 웃으며 리에프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리에프는 잠시 얼굴을 찌푸리고 야쿠를 내려다보다 그 손을 턱 붙잡았다.



"사실은 아팠어. 너무 마음 아파서 잠도 잘 못 잤어."


"미안. 근데 나 약속 있어서 지금 나가야 돼."


"가지 마! 나 일부러 너 따라서 여기 온거야."


"알아..."



손을 잡힌 채로 야쿠는 초조한 듯 책장 너머를 넘겨다보았다. 리에프는 자신을 봐 줬으면 하는 마음에 살짝 야쿠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낮췄다.



"아까 나 봤어? 어땠어?"


"어떻긴 뭐가... 너 내 관심 끌려고 하는 것도 어릴때랑 똑같아."


"아, 젠장 실패네."


"나 진짜 갈게."


"가지 마... 여기 좋지 않아? 우리 여기 앉을까? 여기서 그렇게 사랑이 싹튼다며? 나랑 단 둘이 여기 있는거 설레지 않아? 나 키도 크고 멋있지 않아?"



아, 한숨 자꾸 쉬게 하는 거 싫은데. 야쿠가 한숨을 쉬며 책장에 기대자 리에프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모리스케... 넌 아쉽지 않아? 내가 그렇게 가고 나서 며칠씩 안보였는데, 연락도 안 했는데 궁금하지 않았어?"


"보채지좀 마... 여기 있을 테니까."



말을 끝낸 야쿠가 바닥에 주저앉아 핸드폰을 만지는 동안 리에프도 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메시지를 다 보낸 뒤 고개를 들자 눈 앞에는 눈이 빨개진 리에프의 얼굴이 있었다.



"원래 좋아하는 쪽이 항상 보채는거야. 말이 계속 질문으로 끝나, 왜냐면 안 좋아하는 쪽은 대답만 해주거든. 나한테 궁금한 건 하나도 없을거야.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린 쌍방이 아니니까, 내가 네 몫까지 다 줄 수밖에 없어. 자꾸 징징거려서 미안해."



리에프가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그 안에 숨겨버리자 야쿠는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무릎으로 일어나 리에프에게 다가갔다. 잠시 어쩔 줄 모르고 뻗었던 손이 리에프의 어깨를 작게 토닥였다.



"리에프, 나도 너 보고싶었어. 근데 내가 너 보고싶다고 하기가 미안하잖아."


"나도 알아..."


"울지 마, 동네까지 같이 갈게."



그 말을 듣고 리에프는 고개를 들었다. 아까보다 더 새빨개진 눈 아래로 서러운 만큼 뜨거운 눈물자국이 길게 내려왔다.



"네 앞에서는 자꾸 울게 돼."


"그러게, 너는 항상 잘 울었어."


"울면 네가 화 안 내고 달래주니까. 울지 말라고 뽀뽀해주니까. 내 나쁜 버릇은 다 네가 만든거야."


"그건 좀 억울하다..."


"지금도 그렇잖아. 그럼 집 가기 전에 삼십 분만 여기 있어줘, 눈 빨개져서 나가기 쪽팔려."



리에프는 몸을 옮겨 책장에 기대앉았다. 그리고 야쿠에게 붙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야쿠는 잠시 곤란한 듯 책장들 바깥을 다시 내다보았지만, 곧 체념하고 눈을 감았다.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지만 그것도 꺼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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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키스 안하고 리에프가 울지 않으면 안 되는 병이 있ㅇㅓ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