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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HQ!!

[리에야쿠] Give Love 03


*소꿉친구AU









Give Love 03

하이바 리에프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모리스케, 나 키스 가르쳐 줘."



당연히 나의 첫키스 상대는 내 사랑이었다. 중학교 3학년, 이때쯤이 되고 나서야 나는 그에게 이 말을 꺼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나의 외모는 이미 중학생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니 어쩐지 해줄 것 같기도 했다. 그의 방,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야쿠는 고개를 들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가르쳐 줘?"


"난 너보다 동생이잖아, 난 당연히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네가 가르쳐 줘야지."


"말이 되냐... 그러니까 어떻게 알려 주냐고."


"직접 해줘야지."



나는 그의 앞에 무릎으로 서 있던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야쿠의 입술로 돌진했다. 연습 상대는 없었지만 줄곧 혼자서라도 연습했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왔었다. 그 입술에 닿는 순간 너무 떨려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야쿠는 곧 나를 밀어내려 손을 들었지만, 나는 곧바로 그 손을 붙들었다. 손이 떨리는 걸 들켜서 창피했는데... 그 때문인지 야쿠는 곧 반대쪽 손으로 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작은 손의 온기가 전해져 온다...


나를 동생으로 보는 건 싫었지만 그는 언제나 내게 약했기 때문에, 져주었기 때문에 나는 그 점을 자주 이용하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좋아해......"



야쿠가 언제나처럼 아무 말 하지 않았어도 나는 그냥 기뻤다. 언제나처럼.











"저기 그 선배 아냐?"


"알아... 이미 보고 있어..."



리에프를 둘러싼 친구들 중 하나가 창 밖을 가리켰다. 이미 아까 전부터 야쿠를 주시하고 있던 리에프는 귀찮은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너네 안 들어가냐?"


"근데 옆엔 누구야?"


"야야, 가자. 쟤 저러고 또 땅파려고 그런다. 우린 없어져 주자."



저것들이 진짜... 리에프는 잠시 친구들이 낄낄거리며 교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노려보다 곧 다시 눈길을 창 밖으로 돌렸다. 한 순간이라도 야쿠의 모습을 놓치는 건 싫었다. 비록, 애인과 붙어 앉아있는 모습일지라도.



"내가 훨씬 잘 생겼는데."



최대한 무심하고 쿨한 척 말을 뱉어보지만 마음 속은 이미 펄펄 끓고 있다. 차갑게 내리깔린 눈과 달리 피가 날 듯 입술을 세게 깨물고 있었다. 창틀을 움켜쥔 손에서 힘줄이 솟았다. 곧 리에프는 휙 몸을 돌려 교실로 뛰어들어갔다. 물론 건물로 들어서는 야쿠를 끝까지 지켜본 뒤였다. 







"아, 모리스케. 오늘 너네 집 가도 될까?"



계단을 오르다 말고 묻는 애인의 질문에 야쿠는 잠시 대답 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답답한 듯한 한숨이 뒤에서 들려오자 마지못해 고개를 돌렸다.



"미안. 안될 것 같아."


"......너 나랑 할 마음은 있고? 아니, 할 수 있긴 하고?"



야쿠도 한숨을 쉬었다. 그 뒤를 따라 올라와 야쿠의 앞에 선 남학생은 손가락을 뻗어 야쿠의 볼을 쿡 찔렀다.



"섹스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미안."


"그럼 우리가 더 만날 이유가 없지."


"응, 미안."


"그 1학년이랑 잘되면 나 배아파 죽을지도 몰라."


"......아니야, 그런 거."


"아무튼, 잘 가. 야쿠 선배."



다음 애인은 좀 사랑해줘. 전화도 좀 받고, 섹스도 좀 해주고. 야쿠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로 피식 웃어주었다. 이번에도, 싱겁고 간단하게 끝나 버렸다. 


야쿠는 그동안 만난 남자들과 사랑한다는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냥 가볍게 몸을 섞을 수도 없었다. 해보지 않았던 사랑의 행위들을 야쿠는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었던 건 키스가 전부였다. 그건, 이미 해 본 거였으니까. 


두 살 어린 소꿉친구가 덜덜 떨며 맞대왔던 입술이 또 떠올랐다. 야쿠는 혼자 남은 계단에 서서 멍하니 입술을 매만졌다.








속상한 마음에 야쿠를 쫓아가지도 못한 리에프는, 집에 돌아와 가방을 던지자마자 침대에 누워 밀려드는 생각들을 회피하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이미 해가 져 있었다. 리에프, 전화 좀 받아! 밖에서 소리치는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며 그는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어?"










"아, 진짜 빨리 왔네."



술집 안으로 들어갈 것도 없이 야쿠와 친구 무리들은 밖에 서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뛰어온 리에프를 보고 친구 한 명이 주저앉은 야쿠를 일으키려 했다.



"제가 할게요."



술기운에 몸도 못 가누는 야쿠를 보자마자 리에프는 속이 상했다. 친구의 손이 닿는 것도 싫어 얼른 제가 뺏어 일으킨다. 야쿠를 들쳐 업고 몸을 일으키자 야쿠의 손에서 필터 끝까지 다 탄 담배꽁초가 떨어졌다. 친구들은 저마다 혀를 쯧쯧 찼다.



"쟤 오늘 엄청 마셨어."


"......근데 왜 저한테 전화하셨어요?"



애인도 있는데. 마지막 말을 하기는 자존심이 상해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친구들은 알아들은 듯 앞다투어 말을 꺼냈다.



"헤어졌는데, 오늘."


"야쿠가 또 찼어."


"근데 왜 얘가 술을 부었지? 걔는 아까도 멀쩡히 집 가던데."



리에프는 거기까지 듣고 몸을 돌렸다. 대충 고개만 숙여 보이고 빠르게 걸음을 옮겨 어둑어둑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헤어졌다고? 아까 학교에서만 해도 붙어있더니? 가로등을 따라 걷는 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리에프는 혼잣말하듯 툭 툭 말을 던졌다.



"......아무리 그래도 고3이면서 술이나 마시고."


"......"


"이렇게 업어 보는 건 처음이네. 난 좋아, 모리스케."


"......"


"근데 걔 때문에 이렇게 술 마신거야? 나 걔 부러워하기 싫은데... 네가 찼다며. 나 뭐가 뭔지 모르겠어... 기뻐해도 될까..."


"......기뻐하지는 마."



야쿠의 목소리를 듣고 리에프는 고개를 확 꺾어 등에 업힌 그를 돌아보았다. 몸도 못 가누던 걸 생각하면 목소리는 의외로 멀쩡했다. 조금 꼬이는 발음으로 말을 계속하며 야쿠는 리에프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빨리 빠져나가려고 취한 척 한거야... 근데 너한테 전화할 건 생각 못했다. 나 걸을 수 있으니까 내려 줘."


"...싫어. 너 발음도 똑바로 못하잖아. 그냥 이러고 집까지 가."



리에프는 야쿠를 다시 고쳐업으며 단호하게 걸음을 옮겼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야쿠는 말 안 해주겠지... 목덜미에 느껴지는 야쿠의 숨이 뜨거웠다. 솜털이 쭈뼛 서는 게 느껴졌다. 리에프는 괜히 달아오르려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더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



"왜, 왜 술 마셨어?"


"별 이유 없는데... 그냥 공부하다 지치면 한 번씩 그래..."



야쿠의 볼이 리에프의 어깨 즈음에 닿았다. 늘어져 있던 두 팔이 리에프의 목을 그러안아 온다. 리에프는 야쿠가 헤어진 게 좋기도 하고, 또 이런 행동이 자기를 놀리는 것 같아 울컥하기도 했다.



"술 마셔서 이러는거지?"


"조금만 마셔도 기대고 싶어져. 그래서 그래... 그냥 봐줘."


"진짜 나빠. 이렇게 또 끌어당기고, 이제 또 걷어차 버리겠지."



야쿠는 대답하지 않았다. 리에프는 더 말하지 않고 밤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집까지 가는 길이 조금만 더 멀었으면 했다. 









야쿠를 조심스레 방에 내려놓고, 리에프는 무언가 시원한 음료수라도 찾기 위해 일단 냉장고를 열었다.



"어...?" 



그리고 곧 그대로 굳어야 했다. 냉장고는 우유와 먹다 남은 인스턴트 음식 몇 가지를 빼고는 텅텅 비어있었다. 리에프의 눈길이 저번에는 신경 쓰지 못했던 거실과 안방으로 향했다. 야쿠가 갈증을 참지 못하고 주방으로 비틀비틀 걸어 나와 찬물을 따르는 동안, 리에프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비어 있는 화장대와 옷장이 덩그러니 남은 안방을 확인하고 나와 문을 쾅 닫았다.



"......모리스케. 아줌마 안 들어오신지 얼마나 됐어?"


"몰라, 몰라아."


"빨리, 대답해. 너 언제부터 혼자 지냈어."


"......이제와서 알아서 뭐 하게."



발음이 분명치 않은 와중에도 야쿠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야쿠는 비틀거리면서 주섬주섬 바지와 양말을 벗고 걸어가 소파에 드러누웠다. 리에프는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주워 차곡차곡 개었고, 멍하니 누워 달아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던 야쿠는 곧 조용히 말을 꺼냈다.



"작년 말부터. 지금 삿포로에 있는 이모 댁에 계셔. 일도 거기서 하시고..."


"왜..."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가 많이 힘들었나봐. 지금은 이모가 돌봐주니까 괜찮대."


"너랑 사이는..."


"......누가 잘못한 건 없어. 엄마도 나도 견디기 힘들었을 뿐이야, 아빠를 잃은 걸. 함께 이겨내는 가족도 있겠지. 우리 같은 가족도 있을거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야...... 쇼코 아줌마가 말 안해주셨어?"



리에프는 야쿠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에게도 아픈 기억이었다. 어릴 적부터 예뻐해주던 아저씨의 급작스런 사고사는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리에프에겐 큰 충격이었다. 장례식이 끝난 뒤로 야쿠는 단 한 번도 리에프의 앞에서 울지 않았다. 울지만 않은 것이 아니라, 야쿠는 그때부터 다른 감정의 표현도 거의 말라버린 듯 굴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의 리에프에게는 그저 야쿠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학교가 갈라지면서부터 야쿠의 학교 생활같은 평소 모습을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던 것 때문에 더 그랬다. 



"전혀 몰랐어, 나는."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리에프는 야쿠의 집에 일 년간 발길을 끊게 되었으니까. 야쿠와 아줌마가 어떤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고, 토라져서. 야쿠가 갑자기 자꾸만 남자를 사귀고, 집에 들이고, 헤어지는 이유가 뭔지, 왜 갑자기 달라진건지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을 떼어놓고 혼자 어른이 되어가는 줄 알았다. 야쿠의 모든 건 어른스러운 줄 알았고. 



"네가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셨나보다. 말 안해서 미안해.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놓쳤네. 그때쯤부터 널 잘 못봐서."



야쿠가 천장을 올려다보던 얼굴을 돌려 리에프를 응시했다.



"내 옆에 있어주지. 나 너 보고싶었어."


"......"


"진심이야. 너는 내 친,"



리에프는 무릎 걸음으로 다가와 야쿠를 덥석 끌어안았다.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누워있던 그대로 리에프의 품에 파묻힌 야쿠는 곧 손을 들어 등을 토닥였다.



"왜 네가 울어."


"......"


"진짜로 나 때문에 눈물이 많은가보다, 넌. 네 나쁜 버릇 다 내가 만든 거 맞네."


"......"


"나 대신 우느라."



울지 마, 귀에 속삭이는 야쿠의 담담한 목소리에서 옅은 술 냄새를 맡으며 리에프는 펑펑 흐느껴 울었다. 



"미안해......"



미안, 미안해. 애새끼 취급 당해도 할 말 없어. 나이 차이 나는거 싫다고 징징거린 주제에, 너는 더 어른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 미안해. 아무 말 없으니까, 울지 않으니까 잘 견뎌냈을 거라고 멋대로 정해버려서 미안해. 네 옆에 더 끈질기게 붙어있지 않았던 거 후회해. 보고 싶었다는 말, 듣고도 믿지 않아서 미안해. 왜 연락도 없었냐고 원망한 것도 잘못했어. 너는 뭐 하나 쉽지 않았을텐데 나는 내 마음만 생각했어...... 그것도 미안......



"......이제 그만 울어."



리에프는 야쿠의 티셔츠에 얼굴을 부벼 닦았다. 축축해진 셔츠에서 고개를 들자 야쿠의 양 손이 리에프의 볼을 가만히 잡아왔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울면..."



야쿠는 누운 채로 리에프의 고개를 끌어당겨 입술을 포갰다. 


네가 또 나를 위로해 주잖아. 나는 이것도 미안해. 리에프는 미처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그 많은 말들이 야쿠의 입술을 타고 마음까지 내려가기를 빌었다. 가볍게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지는 찰나 야쿠는 긴 속눈썹에 맺힌 눈물 방울을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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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울리고 키스하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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