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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HQ!!

[쿠로야쿠] BURST 01

*제목 미정

*오메가버스AU

*완성이 된다면 네코마온에 내겠습니다^_T 수정될 수 있습니다! 못 냈어요







BURST 

(구 오메가버스 프롤로그)

쿠로오 테츠로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쿠로오 테츠로는 오랜 시간 동안 야쿠 모리스케의 오메가 발현을 기다려왔다. 물론 그 사실은 그 혼자만 아는 것이었다. 야쿠 모리스케는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발현하지 않고 베타로 남길 간절히 바라왔다. 이 사실은 쿠로오 앞에서 단 한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오메가로 발현하길 바라겠는가. 하지만 야쿠의 경우에는 거기에 조금 더 개인적인 신념이 담겨 있었다. 그는 히트싸이클에 어찌할 바 모르고 끌려가 맺어지는 육체적 사랑을 경멸했다. 그 결과로 생겨났다는 마음의 사랑도 믿지 않았다. 야쿠의 감성은 그가 어떤 무력에도 영향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마음과 의지만으로 사랑을 결정하길 바라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소망을 품은 두 소꿉친구는 한 쪽이 우성알파로 발현한 중학교 2학년때부터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우정을 느끼고 있었다. 원래 있던 마음을 더 잘 알게 된 것인지 그때부터 마음이 생겨난 것인지 확실히 아는 쪽은, 둘 다였다.



"안 춥냐?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녀. 내 목도리 줘?"


"뭐냐, 소름돋거든? 내가 오메가냐. 가던 길 가세요."


"너네 옆집 사는데요. 안녕하세요, 지금 아셨나봐요, 쿠로오라고 합니다."


"그만해, 그만."



진눈깨비가 날리는 하교길에 두 소년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이제 입학한지 거의 일 년이 지나 몸에 편안하게 맞는 블레이저 교복을 입은 둘은 나란히 네코마 고교의 후문을 나섰다. 쿠로오는 자기 어깨보다 더 아래쯤에서 흔들리는 야쿠의 정수리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목도리를 풀어 야쿠의 하얗게 드러난 목에 둘러 주었다. 야쿠는 질색하는 얼굴로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야, 아 진짜. 뭐 하냐고."


"보는 내가 추워서 그런다 왜."



목도리 양 끝을 쭉 끌어당기자 야쿠가 쭈욱 딸려 왔다. 



"싫으면 그만 좀 덜덜 떨든가. 넌 감기 한 번 걸리면 일주일씩 골골대면서, 이번에도 내가 병수발 들게 하려고 그러냐."



낮게 울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야쿠는 대답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쿠로오는 야쿠에게 목도리를 둘둘 감아주고 매듭까지 지은 후에야 손바닥을 탈탈 털고 걸음을 옮겼다. 



"...너 되게 알파스럽다."


"아니 난 원래 친절한 사람인데."



너 그런 말 편견이야, 하고 덧붙이며 씩 웃는 쿠로오의 얼굴을 야쿠는 그만 외면하고 지나쳐 걸었다. 쿠로오는 그 뒤에서 느릿느릿 따라오며 뒤통수에 대고 말을 던졌다.



"옷 갈아입고 너네 집 간다!"


"나 잘거야."


"와... 너 오늘 5교시부터 내리 잤잖아."


"그런 거 기억하지 말아줄래."


"그럼 방 좀 치워놔 줄래. 발 디딜 틈이 없다."


"오지 말든가."



야쿠는 그 말을 마치고 코앞에 다다른 집까지 한달음에 뛰어들어갔다. 쿠로오가 오기 전에 방을 치워놓기 위해서였다. 쿠로오는 그걸 알고 웃으며 부러 더 느리게 걸었다.





현관문을 열어주는 야쿠는 그새 물을 끼얹고 나왔는지 머리칼이 촉촉했다. 쿠로오는 코를 씰룩였다. 그러나 아무리 예민한 우성알파의 후각을 곤두세워도, 아주 미세한 페로몬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서는 그의 표정이 갑자기 눈에 띄게 굳은 걸 보며 야쿠는 고개를 기우뚱했다. 



"이 책은 뭐야?"



[내가 베타로 살아가는 법], 가벼운 자기계발서 수준의 책이었다. 야쿠의 책상에 놓인 그 책을 발견한 쿠로오는 컴퓨터 전원을 누르려고 힘주던 손이 의지와는 다르게 거칠게 빗나가는 것을 느꼈다. 야쿠는 덤덤한 얼굴로 다가와 책을 집어들었다.



"뭐긴, 나 아직도 발현이 없으니까. 병원에서는 더 기다려봐야 안다는데, 내 생각엔 난 베타인 것 같아서."


"......야쿠 너,"


"나 베타여서 다행이야."



쿠로오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베타여서 다행이라고? 야쿠는 그 얼굴을 보지 못하고 뒤돌아섰다. 쿠로오를 외면하자마자 방금까지 웃고 있었던 얼굴이 살짝 씁쓸한 듯 입매를 굳혔다. 알파는 오메가에게 끌리는 것이 일반적인 순리, 그걸 알면서 쿠로오 앞에서 베타라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 반쯤은 안심이 뒤섞인 도발이기도 했다. 요즘은 전처럼 차분히 생각하고 말을 뱉는 게 어려웠다. 책을 든 채 방에서 나가려는 야쿠의 팔을 쿠로오가 뒤에서 붙잡았다.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헤치고 말이 급하게 튀어나왔다.



"뭐가, 뭐가 다행인데. 베타가 그렇게 좋냐?"


"어? 그럼 좋지. 적어도 오메가는 아니잖아."


"넌, 너는......"



쿠로오는 말을 하다 말고 그만 입을 다물었다. 야쿠의 평온한 얼굴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어낼 수 없어서였다. 둘은 서로에게 자존심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야쿠가 당기면 넘어올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둘 다 아슬아슬한 선 위에 서 있다고, 누군가 먼저 용기를 내면 이어질 수 있을 관계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알파로 발현한 몇 년 전부터 더이상 마냥 친구같지만은 않았으니까 말이다. 분명히 서로 묘한 감정으로 부딪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야쿠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할 때면 너무나 헷갈렸다. 정말로 아무 감정이 없으니 알파인 자신 앞에서 베타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건지, 아니면 아직도 발현이 없는 자신에 대해 자조하면서 튀어나온 말인지.



"아냐. 게임이나 하자. 근데 뭐 먹을거 없어?"


"없어, 컴퓨터나 켜봐."



정신없이 게임을 하다 보면 어느새 둘은 바싹 달라붙어 있곤 했다. 게임을 하려고 가져다 놓은 피아노의자 위에서 다리가 맞닿았다. 쿠로오는 키보드를 누르며 종종 알파의 페로몬을 강하게 풀어놓곤 했다. 옆에 앉은 친구를 시험하듯이. 그러나 야쿠에게서는 단 한번도 반응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그의 기대가 색이 바래갔다. 야쿠가 발현만 한다면 그들의 관계는 단번에 뒤집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사실은 베타여도 상관없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쿠로오가 아무리 어릴 때 발현한 우성알파라 해도 그는 아직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확실한 계기가 있지 않으면 용기를 내는것도 쉽지 않았다.


야쿠는 페로몬은 감지하지 못해도 쿠로오가 그를 흘끗거리며 내려다 볼 때마다 그가 얼마나 타오르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지는 무섭도록 느끼고 있었다. 이런 눈빛을 하는 친구는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지 않으려고 용쓰고 있었다. 알파들은 다 이런건가? 동갑인데, 쟤는 너무... 뭐랄까 진짜 남자 같잖아. 야쿠는 쿠로오가 눈을 돌린 동안 슬쩍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곧바로 쿠로오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쳐와서, 야쿠는 그만 그대로 굳고 말았다.



"뭐, 뭐, 뭘 봐."


"네가 먼저 봤잖아."


"어...... 너 플레이 그따위로 하지 말라고."



야쿠는 그렇게 말해버리고 쿠로오가 헛웃음을 짓는 사이 재빨리 모니터로 얼굴을 돌렸다. 게임 한 판이 끝난 뒤의 화면 한켠에는 성인 광고가 떠 있었다. 야쿠는 자신도 모르게 그 배너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고 아무 말이나 던진 거였다.



"화끈한 알파X오메가, 베타X오메가 정사씬 포함... 와, 이거 봐. 근데 베타랑 오메가랑 어떻게 하지?"



꼭 대답을 바라는 질문은 아니었는데 쿠로오는 잠시 야쿠를 바라보더니 곧 턱을 괸 채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느릿느릿 빠져나왔다.



"베타랑도 할 수 있어. 알파든 오메가든 베타랑 하게 되면, 그냥 베타끼리 하는거랑 다를 거 없이 하는데."


"아, 어..."


"궁금하면 시험해 볼래?"



마지막 말은 도발이었다. 쿠로오는 조금 짜증도 나 있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 날 의식하지도 않나봐 진짜, 짜증나네. 그는 야쿠가 당황해 횡설수설한다는 건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둘 다 이미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대로 서로의 행동을 해석하고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쿠로오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야쿠에게 얼굴을 슥 들이밀며 그 말을 했다. 코가 아슬아슬하게 가까워지자 야쿠는 크게 뜬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원래, 원래... 너희 알파들은 다 그래?"


"뭐?"


"원래 그렇게 시험해 보자고, 그런 말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는거냐고."



잠시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야쿠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얼굴만 가까워진 채로 쿠로오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야쿠가 대신 허리를 뒤로 슬슬 뺐다. 쿠로오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좀 배신감이 들기도 했다. 알파나 오메가는 다 저렇게 되는거야? 나는 이렇게 착실히 감정을 알아가려고,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쌓아가려고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한테, 정말 옆에 앉아있는 아무나면 괜찮다는 듯이, 내 별것도 아닌 말 하나에 시험해보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건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 아닌데."


"아......"



야쿠의 멍하니 벌린 입에서 의미없는 소리가 빠져나갔다. 쿠로오는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목소리가 좀 상처받은 걸 감추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야쿠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저리며 아파왔다.



"오메가도 아닌데, 알파가 굳이 베타한테 하자고 할 리가 없잖아."


"뭘..."


"뭐긴 뭐야, 섹스지."



그 말을 듣고 야쿠가 시선을 확 피하자 쿠로오는 피식 웃었다. 굳어있던 얼굴은 조금 풀어졌지만 여전히 야쿠를 응시하는 눈빛은 진지하고 매서웠다.



"좋아하는 마음이 없다면 알파가 베타한테 그럴 이유가 있냐고."


"야, 쿠로오... 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너 진짜 열받게 한다. 모른 척 하지마!"



그는 그만 못참고 화를 터뜨렸다. 이렇게 터뜨릴 생각은 없었는데. 더 기다려야 했는데. 이런 게 계기가 되길 바라진 않았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내뱉고 나자 쿠로오는 곧바로 깨달았다. 머리가 멍해졌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야쿠를 좋아하고 있는지 더 절절히 알게 된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었던 마음이, 순식간에 손을 뻗고 싶은 마음으로 발전했다. 


지금 말하면 야쿠는 끌려와줄까? 넘어와 줄까? 쿠로오는 자신없었다. 

그는 순간 화가 나서 달아올랐던 얼굴을 감싸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 간다."


"잠깐만, 야!"



야쿠가 의자에 걸려 넘어지다시피 하며 현관까지 따라 나왔다. 야쿠는 다음 일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쿠로오를 붙잡으려 했다. 뭔가 이대로 멍하니 앉아 쿠로오를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더 듣고 싶었다. 그의 마음을.



"미안! 일단 미안, 내가 미안하니까... 화 풀어..."



맨발로 현관에 서서 자신의 팔을 붙잡은 야쿠를 내려다보며 쿠로오는 아주 짧게 고민했다.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자꾸만 머릿속에 그 책이 떠올랐다. 내가 베타로 살아가는 법... 그리고 야쿠의 목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나 베타여서 다행이야...



"나중에."



쿠로오는 천천히 야쿠의 손을 떼어냈다.



"나중에 말할게. 뭐, 말 안 하게 될 수도 있고. 화내서 미안하다."



그는 부러 더 다정하게 말하며 야쿠의 머리를 슬쩍 한 번 쓸었다. 자조하는 듯한 말투가 나와버린 것도 짜증났지만 그는 티내지 않고 야쿠의 의아한 얼굴에서 등을 돌렸다. 현관문이 열렸다 닫혔다. 순식간에 몸을 감싸고 지나가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야쿠는 한참동안 현관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