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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HQ!!

[쿠로야쿠] 네가 원하는 대로

**켄마 좋아하는 쿠로오를 좋아하는 야쿠








네가 원하는 대로

쿠로오 테츠로 X 야쿠 모리스케



w.비누꽃







야쿠 모리스케는 쿠로오 테츠로가 언젠간 자신에게로 올 거라고 생각했었다.


"쿠로오. 주말에 우리 집 올거야?"

"아, 미안. 켄마가 새 게임팩 사러간다 그래서 따라가려고. 아마 연습 끝나고 바로?"

"아... 그래."


체육관 바닥에 앉아 땀을 닦는 쿠로오의 얼굴은 평온했다. 야쿠는 가슴이 아파오는 걸 티내지 않으려고 얼굴을 돌렸다. 


일 년이었다. 처음 서로를 알게 되고, 뭐라 이름붙이기 애매한 감정이 오락가락 부딪혔던 것이. 야쿠는 자신은 착각한 적 없다고 믿었다. 분명 쿠로오도 다른 친구들에게 하는 것과는 다르게 저를 대했었다.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을 대하듯 하는 배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손을 잡아끌고 걷는다거나 추운 날 목도리를 벗어서 둘러주고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 헤어질 때 집앞에서 껴안는다거나 하는 것들. 다음 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지만 분명 쿠로오는 크리스마스 날 어둑어둑한 곳에서 입을 맞춰오기도 했었다. 그 때 자신이 당황하지 않았더라면 분명히 그날 잤을 것이다. 야쿠는 이제 그 때 어리숙하게 굴었던 자신을 원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버렸다. 지금은 그렇게 해서라도 그를 갖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이후에도 별다른 어색함 없이 그들의 시간은 흘러갔다. 야쿠는 드디어 우리 무슨 사이야, 하고 물어볼 용기를 냈다. 그러나 야쿠가 입을 떼려는 순간부터 쿠로오는 점점 더 무미건조해졌다. 이제 먼저 손을 잡아보고, 집 앞에서 아쉬워하는 티를 내는 건 야쿠가 되었다. 쿠로오는 밀쳐내지는 않아도 항상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이 걸어도 자주 핸드폰을 확인하고 다정하게 통화하며 웃었다. 야쿠는 애가 탔다. 그러나 고백과 확인의 말을 꺼낼 용기가 꺾인 동안 학년은 바뀌었고, 쿠로오가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은 켄마가 학교에 나타나 버렸다. 


쿠로오의 모든 관심과 배려는 마치 이 때를 기다려왔다는 듯이 켄마에게로 옮겨갔다.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고 있는 켄마와 눈에서 사랑이 넘치는 그를 보고 있으면 너무 속이 쓰리고 아파왔다. 멱살을 잡지도 못했고 티를 내지도 못했다. 그래도 쿠로오는 분명 그런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이제 더이상 손을 잡거나 껴안거나 함께 집에 가거나 하지 않았지만 그러면서도 쿠로오는 완벽히 야쿠를 밀어내지 않았다. 야쿠가 한 번만 당기면 넘어올 것처럼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으면서도 끝까지 마음을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야쿠는 결국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깨닫게 되었다.


야쿠는 다시 몸을 돌려 쿠로오에게 말을 건넸다.


"약속 취소하면 안 돼? 다른 애들 오지 말라고 하려고."


그 말을 듣고 쿠로오는 잠시였지만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수건을 목에 걸치며 야쿠에게로 다가왔다.


"왜?"

"......그 날 부모님 안들어오셔서."


쿠로오는 야쿠를 내려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이 야쿠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리고 슬쩍 내려와 목덜미를 가볍게 쥐고 떨어져나갔다.


"그래. 알았어."


야쿠는 그 스킨십 한 번에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연습이 끝난 뒤 쿠로오와 야쿠는 단 둘이 야쿠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앞 길을 걷는 동안 쿠로오는 먼저 야쿠의 손을 끌어당겨 맞잡았다. 심장이 쿵쿵 뛰어서, 현관문을 여는 손이 조금 떨렸다. 현관으로 들어서고, 문이 닫히자마자 쿠로오가 뒤에서 야쿠를 안아왔다. 야쿠는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방으로 걸어가면서 야쿠의 가방은 쿠로오에 의해 벗겨져 떨어졌다. 그대로 가볍게 밀려 침대로 등부터 떨어진 야쿠의 위로 쿠로오가 타고 올라왔다. 교복 조끼가 머리 위로 벗겨지고, 쿠로오가 자신의 조끼도 벗어 던지자마자 그의 입술이 야쿠의 입술로 급하게 겹쳐졌다.


야쿠는 태연한 척 하려고 했지만 쿠로오의 손이 닿아올 때마다 어쩌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고, 나만 애타게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거였다. 편안히 몸을 맡기지 못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처음이 티 나서, 혹시 너무 티 안나서, 너무 느껴서, 너무 목석같아서, 너무 적극적이어서, 너무 떨어서 쿠로오가 싫은 얼굴을 하게 될까봐 미리 걱정했다. 올려다 본 쿠로오의 얼굴은 태연했고, 그러면서 흥분해 있었다. 그는 빠르게 야쿠의 셔츠를 풀어 벗겨버리고 몸의 여기저기에 입술을 내리며 바지 버클을 지익 내렸다. 야쿠는 몸을 바르작대느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가 움찔거릴 때마다 쿠로오는 웃고 있었다. 


어느 새 알몸이 된 야쿠의 다리를 넓게 벌리며 쿠로오의 몸이 들어왔다. 콘돔 껍질을 입으로 주욱 찢으며 열기가 서려 자신을 내려다보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 야쿠는 엎드리지 않았다. 그래도 잔뜩 달아올라 신음을 뱉는 저의 얼굴을 쿠로오가 남김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건 부끄러웠다. 얼굴을 가리려 해도 매번 손이 붙잡혔다. 야쿠는 결국 잡고 있던 정신을 다 놓아버리고 쿠로오의 어깨와 허리에 있는 힘껏 매달렸다. 귓가에 쿠로오가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가 가득 찼다. 어깨를 깨물며 소리를 참던 것도 쿠로오의 손짓에 등이 다시 침대에 닿으면서부터는 소용이 없었다. 쿠로오는 야쿠가 남김없이 보여주길 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야쿠의 허리를 끌어당겨 들어올리며 야쿠의 생각보다는 부드럽게, 하지만 거칠게 자신의 것을 박았다. 야쿠는 정신없이 몸이 흔들리며 자신의 쿠로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생각했다.




침대에 엎드린 채 깜빡 잠이 들었던 야쿠는 등을 쓰다듬는 쿠로오의 손길에 눈을 떴다. 그는 몇 번의 행위가 끝나고 야쿠를 안아준 뒤 그가 기진맥진한 동안 먼저 씻고 나온 직후였다. 야쿠는 그가 옷도 못 입고 엎드린 자신을 보는 게 민망해 이불을 끌어당겨 덮으려 했다. 그러나 쿠로오는 이불을 치워내고 야쿠의 허리를 잡아 들었다. 욕실 앞에서 야쿠는 쿠로오의 손을 마다하고 태연한 척 발을 디뎠다. 


"나, 나 혼자 씻고 나올게."

"괜찮겠어?"

"어..."

"그래, 그럼."


쿠로오의 걱정스러운 얼굴은 좋았지만 야쿠는 빨리 욕실 문을 닫고 싶었다. 잠시라도 혼자 주저앉아 울고 싶은 기분이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면 쿠로오가 질려할까봐 괜찮아 보이는 얼굴을 하며 돌아섰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허리를 간신히 지탱하고 서서 물을 맞으며 야쿠는 몰래몰래 울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확신이 없었다. 사실은 기대했지만 끝나고 나니 쿠로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야쿠가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왔을 때 쿠로오는 누군가, 그러니까 켄마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는 야쿠를 보고 그는 곧 통화를 마무리했다. 드로즈 한 장만 입은 채 침대에 앉아 있던 그는 다가선 야쿠를 가볍게 끌어당겨 옆에 앉혔다. 어깨를 감싸며 당연한 듯이 키스해 와서 야쿠는 살짝 어깨를 떨었다. 그래도 한 번, 아니 사실은 여러 번 사정하며 몸을 섞고 나니 야쿠는 어색함과 떨림은 많이 가신 걸 느꼈다. 울었던 얼굴을 감추고 꽤 적극적으로 키스에 응하던 야쿠는 쿠로오가 자신을 다시 눕히려 하자 살짝 그의 어깨를 밀었다. 그리고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쿠로오에게 웃어보였다.


"야쿠...!"


앉아 있는 쿠로오의 벌린 다리 사이로 야쿠의 얼굴이 들어섰다. 내가 다 할 테니까 켄마한테 가지 마, 야쿠는 속마음을 말하는 대신 쿠로오의 속옷을 입으로 붙잡아 내렸다. 그의 것을 입에 담기 전 마지막으로 올려다 본 쿠로오의 얼굴은 의외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야쿠가 서툴게, 하지만 열심히 입을 놀리는 동안 쿠로오는 낮은 신음을 뱉으며 야쿠의 뒷머리를 움켜잡았다. 머리를 잡고 천천히 손을 움직이는 동작이 그래도 거칠지는 않아서 야쿠는 조금 안도했다. 행위를 끝내고 숨을 헐떡이며 고개만 쳐든 야쿠의 벌어진 입술 새로 침과 섞인 하얀 액이 주르르 흘렀다. 쿠로오는 잠시 그 얼굴을 바라보다 몸을 콱 틀어 야쿠를 깔아눕혔다. 숨쉴 틈도 없이 입술이 덮쳐지고 허리에 둘러져 있던 수건이 간단히 풀어져 엉덩이 밑에 깔렸다. 씻고 나온 게 무색하도록 다시 몸이 끈적해졌다.


두 번째로 몸을 씻을 때는 쿠로오와 함께였다. 콘돔을 이미 다 써버렸는데 마지막에 밖으로 사정하지 않아서 야쿠는 결국 두 번째 행위가 끝난 뒤 쿠로오가 지켜보는 앞에서 울었다. 넌... 내가 전혀 소중하지 않구나. 쿠로오는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얼굴로 사과했다. 내가 잘못했어, 같이 씻자. 내가 씻겨줄게. 그리고 야쿠를 들어 안고 욕실로 들어섰다. 그의 몸 안을 구석구석 문지르며 쿠로오는 속삭였다. 야쿠, 너는 가끔씩 약해 보일 때가 있어서 귀여워. 야쿠는 입술을 부르르 떨며 웃었다.




"집에... 가야 돼?"


사실은 켄마랑 약속 지키러 가는거야? 라고 묻고 싶었다. 쿠로오는 그 말을 듣더니 확인하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에 내려놓고 침대에 편안하게 누웠다. 야쿠의 팔을 당겨 품에 안으며 하는 말에 야쿠는 가슴이 또 시큰해졌다. 아무 것도 아닌 말인데.


"자고 갈게."

"어......"





그 후, 엄밀히 따지자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야쿠는 이렇게 된 것도 그냥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쿠로오는 여전히 켄마를 소중히 대했다. 바람불면 날아갈라 조심조심 다루고 매일 같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키스도 섹스도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둘은 분명히 깊은 사이였다. 반면 야쿠와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몸을 부딪히는 사이가 되었다. 화장실에서, 부실에서, 어디에서든 사람들이 안 보고 있으면 쿠로오는 장난치듯이 야쿠의 엉덩이를 쥐었다 놓거나 허리를 감싸곤 했다. 그럼에도 바라보는 눈빛이 다정해서, 빈 부실이나 집에서 가끔씩 아니 자주 몸을 섞을 때마다 야쿠는 점점 더 이런 비틀린 관계를 사랑하게 되었다. 매달리게 되었다. 다정한 듯 하다가도 거칠게 머리채를 잡거나 갈수록 버거운 행위를 요구해도 더 참고 더 익숙해지게 되었다. 밤에 문득 잠에서 깨 울다가도 다음 날 손이라도 잡아 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야쿠는 쿠로오가 원하는 대로 길들여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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