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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쩜디

[미생][원인터X장그래] 미생 오메가버스 13


미생 오메가버스 13


원인터내셔널X장그래


오메가버스 설정 마음대로 주의




어정쩡한 수위 있음





w.길티 플레져














"영이씨, 저는요. 진짜 영이씨 앞이니까 말하는거예요. 저 제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맥주 세 잔을 비운 그래는 울컥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억누르려 애쓰며 하소연했다. 앞에 앉은 영이는 그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땅콩이 담긴 그릇을 그 앞으로 밀어주었다.


"이게, 이게 잘 살고 있는건지... 제가 바라는 대로 잘 되어가고 있는건지... 확신이 없어요. 그냥 자신을 소모하는 것 같기만 하고..."


무언가 그래를 설득하려 입을 열던 영이는 곧 말을 감췄다. 괜히 힘빼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마음 정리를 끝낸 상태였다. 어느 정도는 자신의 자유를 양보해야 지금 가진 것들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로 저를 원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그냥 한순간일 뿐이고... 이제는 저도 헷갈려요. 제 주제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건지... 그냥 예뻐하는 대로 예쁨받으며 살아갈 궁리를 하면 되는건지..."


이러려고 열심히 살아왔던 게 아닌데... 혼잣말하듯 한탄하는 그래의 앞에 새 맥주잔이 놓였다.


"영이씨...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영이는 두 손으로 테이블 위에 올려진 그래의 손을 붙잡았다. 놀라서 커진 그래의 눈을 마주하며 말을 꺼냈다.


"...그래씨는 지금 잘 하고 있어요."

"...정말로요?"

"제가 보기에는 그래요. 너무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지 말아요."

"아..."

"그래도 너무 힘들면..."


영이의 손이 그래의 손을 꼭 누르며 쓸었다. 그래는 멍하니 영이를 바라보았다.


"언제든지 나한테 기대요."

"영이씨..."

"저는 그래씨를 원해요. 진심으로요. 저에게는 그래씨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거든요."


영이의 손등 위로 그래의 눈물이 떨어졌다.


"그러니까 장그래씨, 하는 데까지 해봐요. 자신의 힘으로 살아남는 거, 그게 그래씨가 정말 이루고 싶은 거 아닌가요?"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저 잘해볼게요."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일어난 그래가 밝게 웃었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영이는 진한 장미향이 섞인 한숨을 쉬었다. 아, 정말 다루기 힘들다. 우리는 결국 너에게 다 같은 말을 하고있는데, 바보같은 사람아. 

그래가 나오기 전 영이는 자리를 정리하고 그래의 재킷을 챙겨들었다. 차키를 확인하며 그녀는 또 한숨을 쉬었다. 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오메가를 이리저리 꾀어내는 것 같은 나도 마음이 썩 좋진 않다고. 










"너 영업3팀 장그래지?"


옥상에서 잠시 바람을 쐬고 비상구 계단으로 나온 그래는 앞을 막고 선 남자에게 허리를 꾸벅 숙였다. 석율만큼은 아니지만 꽤 화려한 옷차림에, 귀염상이지만 어딘가 남자다운 턱과 눈빛을 한 남자였다.


"나 누군지 알아?"

"섬유팀... 성준식 대리님 아니십니까."


성대리는 눈웃음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이 그래의 어깨를 감쌌다가 떨어져 나갔다.


"너 얘기 많이 들었어. 이렇게 보는 건 처음이네. 회사 일은 할만하고?"


네... 그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짓는 어색한 웃음이었지만 성대리는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에게서는 외모와 달리 시원시원한 머스크 향이 풍겼다. 알파인가? 파악이 힘들어 그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는 사이 그래를 탐색하는 듯한 눈길로 훑어보던 성대리가 여전히 계단을 막고 선 채로 입을 열었다.


"언제 술 한잔 하자."

"네?"

"나 사실 여기서 너 기다리고 있었어. 난 너 마음에 든다. 내 스타일이야."

"대리님..."

"편하게 생각해, 편하게. 어? 시작은 친구처럼. 알지?"


모, 모르는데요... 라고 말하면 실례일 것 같아 그래는 콧구멍만 늘였다 줄였다를 반복하며 할 말을 찾고 있었다. 귀여워, 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린 성대리는 손을 뻗어 그래가 쥐고 있던 핸드폰을 빼냈다. 잠금도 되어있지 않은 핸드폰을 켜고 번호를 입력하는 손놀림에는 거침이 없었다.


"내가 연락할테니까. 받고."


자신의 핸드폰에 그래의 번호가 뜨는 것을 확인하자 성대리는 핸드폰을 돌려주며 눈을 찡긋했다. 이 향이 페로몬 같기도 하고... 그래는 대놓고 들어오는 대시에 정신이 없어 멍하니 핸드폰만 받아들었다. 멀뚱히 비상구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위쪽에서 구두 소리가 울렸다.


"성대리님, 여기 계셨네요. 제가 한참 찾았지 말입니다."


연한 핑크색 와이셔츠를 입은 석율이 계단을 내려와 그래 뒤에 섰다. 평소 상사들에게 깍듯한 석율이었지만 항상 짓고 있던 눈웃음 대신 어딘가 싸늘한 표정이었다. 성대리의 눈동자가 앞에 선 두 사람을 빠르게 훑었다. 그의 입에 비웃는 듯한 웃음이 걸렸다.


"아, 우리 개벽이 왔어?"


한층 더 굳은 석율의 표정을 등 뒤에 두어 보지 못했던 그래는 그저 두 사람이 같은 팀이라 허물없이 친하구나, 하고 생각하고 마냥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장그래, 우리 석율이 별명이 개벽인건 알지?"

"아... 처음 듣습니다."

"그래, 처음 들을 수밖에 없지. 석율이 너 이 새끼, 내가 잘 하고 다니라고 말해주는 거야. 어? 임마, 이렇게 장그래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성대리는 신난 표정으로 넥타이를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우리끼리니까 대놓고 말하는건데, 개벽이가 뭐냐면. 개처럼 아무 벽에나-"

"대리님!"


석율이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듯 부르자 그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화를 참는 듯 살짝 붉어진 얼굴을 한 채로 석율은 기계같은 웃음을 지었다.


"비싼 향수 뿌리셨네요."


성대리는 눈에 띄게 당황한 얼굴로 한 발짝 물러섰다. 석율은 그래를 등 뒤로 잡아당기고 그에게 한걸음 더 다가섰다.


"팀장님이 찾으시던데...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아, 야. 빨리 말해야지 석율아. 넌 애가 왜 그렇게 느릿느릿하냐."


석율에게 면박을 준 성대리는 당황한 기색을 다 지우지 못한 채로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그가 복도로 나가는 문을 여는 것을 확인한 석율이 짜증이 역력한 얼굴로 그래에게로 돌아섰다.


"넌 여기서 성대리님이랑 뭐 하고 있는데."

"그냥... 지나가다가 만났어요."

"성대리님이 너 꼬시지?"

"아 헐... 네."

"네라고 대답하는 너도 진짜 웃긴다."


석율은 표정을 풀고 웃었다. 그를 보며 웃을 정도의 기분은 아니었던 그래는 그에게서 홱 돌아섰다. 그 팔목을 순식간에 붙든 석율이 속삭였다.


"조심해, 그래야."

"뭘..."


석율은 그래에게로 숙였던 허리를 쭉 펴고 수트 재킷 자락을 펴내렸다. 평소의 밝은 목소리로 돌아온 그는 그래의 볼을 부여잡고 웃었다.


"바보같은 게 장그래씨의 제일 큰 매력이야."


팔목을 붙잡은 그대로 몸을 밀어붙여와 벽에 머리를 살짝 부딪힌 그래의 입에서 터진 신음이 석율의 입으로 삼켜지고, 혀가 대신 밀려나왔다. 어떻게든 밀어내려 애쓰는 그래의 몸을 꽉 누르며, 회사 비상구에서 나누기에는 너무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잠시 숨을 고르던 석율이, 입술을 그대로 붙인 채로 속삭였다.


"니가 바보같은 얼굴을 할 때마다, 이러지 않고는 못 참겠어..."

"비켜요, 비켜-"


그 말도 석율의 입안으로 삼켜지고, 그래는 머리가 핑핑 돌 정도로 강한 꽃 냄새 때문에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무릎이 탁 꺾이고, 벽을 타고 주르르 주저앉는 그에게 석율이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몇 분이 더 지난 후에야 입술이 떨어지고, 다리 사이로 얼굴을 숨기다시피 한 그래의 앞에 쪼그려 앉은 석율은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언제까지 생각할거야. 나 너무 오래 기다리는것 같아."


나른한 목소리가 그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다른 놈들이 다 너만 쳐다보잖아, 그래야. 나 요즘 불안하다..."


한숨쉬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그래가 고개를 들었다. 석율의 눈이 살짝 휘어졌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도, 널 내걸로 붙잡아두고 싶어서 못참겠어."

"......"

"그래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석율씨한테 갈게요."

"어?"


그의 다정함에 속기엔 이르다. 그래는 쿵쾅거리는 마음을 애써 내리눌렀다.


"석율씨가 다른 알파랑 결혼 안 하고 저만 본다고 약속하면요."

"장그래,"

"그 전엔 어림도 없어요. 내가 만나고 싶은대로 다 만날거예요."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래는 손등으로 입술을 한 번 닦았다. 그를 올려다보는 석율의 표정은 보고싶지 않았다. 






망설임없이 문을 열고 복도로 달려나간 그래는 점심시간임을 확인하고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이미 강한 페로몬에 노출되었던 탓에 얼굴이 후끈후끈하고 몸이 달아올라 빨리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다. 문이 막 닫히려던 엘리베이터를 생각 없이 잡은 그래는 미리 타 있던 강대리와 그대로 마주쳤다.


"어, 어..."

"뭐합니까. 안 타고."


그래가 엉거주춤 올라탄 채로 문이 닫혔다. 그래는 고개를 푹 숙인채 뒤로 물러나 섰다. 앞만 바라보고 선 강대리가 무거운 입을 뗐다.


"어디 갑니까 장그래씨. 그런 얼굴로요."

"저, 점심먹으러 갑니다, 대리님."

"그런 냄새를 풍기면서요?"


아, 그래는 작은 신음을 내고 곧바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고개만 살짝 돌려 그래가 하는 양을 지켜본 강대리는 피식 웃음지었다. 흐트러진 머리칼과 붉어진 뺨에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


"그런다고 안 막아집니다."

"......"

"두번째예요, 장그래씨."

"네?"


입을 가린 손에 막혀 잔뜩 눌린 목소리로 그래가 묻자 강대리는 이번에는 몸을 아예 그를 향해 돌렸다. 그래를 바라보는 눈빛은 평온했다.


"제가 장그래씨와 자고싶다고 느낀 게 오늘이 두번째라는 이야깁니다."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이 천천히 떨어졌다.


"제가 장그래씨가 바라는 걸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대답을 들은 강대리는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렸다. 뒤에 남은 그래는 한숨을 쉬었다. 숨에 섞인 풀 냄새가 강대리의 뒤에 따라붙었다.















"회사에서도 그럴 만큼 한석율씨랑 잘 맞습니까?"


말투는 딱딱했지만 표정은 부드러웠다. 호텔 객실의 침대에 걸터앉은 그 앞에 그래가 서 있었다. 강대리의 손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래의 허리와 팔을 가볍게 주무르고 있었다. 그래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슬쩍 웃으며 그래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아까 비상구에서 봤어요. 정확히 말하면 뛰어나가는 성대리와 마주쳤을 때부터 아래층에 있었네요. 회사에서는 좀 조심해야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한석율씨와 공공연한 사이여도요."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해하진 않아도 됩니다. 보아하니 한석율씨와 문제가 있나 보네요."

"그런...사이가 아닙니다."

"어떤 사이요."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구요."


하하, 강대리가 소리내 웃은 것은 처음이었다.



"당연히 아닌거 압니다."


그래는 눈을 꾹 감았다. 팔을 주무르던 손이 내려와 손을 만졌다. 다시 눈을 뜨자 마주친 강대리의 눈빛은 여전히 평온했지만 그 뒤에 알파의 욕망이 비쳤다.


"이제 다른 사람 얘기는 그만할게요. 장그래씨는 오늘 어떻게 저를 만족시킬 겁니까?"


그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석율을 애써 지워버렸다. 그리고 손을 뻗어 강대리의 넥타이를 천천히 풀었다. 두 개의 넥타이가 바닥에 소리없이 떨어지고, 그래는 마치 처음처럼 떨리는 몸을 애써 감추며 강대리의 무릎에 앉았다. 그는 그래가 관계를 가졌던 어떤 알파들보다 그를 긴장시켰다. 강대리의 목에 팔을 두르고 얼굴을 가까이 하자 그의 손이 그래의 입술을 막았다.


"장그래씨."

"네?"

"우린 여기에 로맨틱한 분위기로 온 게 아닙니다."


팔을 어정쩡하게 늘어뜨린 그래의 셔츠 단추가 하나하나 풀어지는 동안 건조한 목소리가 방에 조용히 울렸다.


"다른 알파들과는 어떻게 관계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와 있을 때에는 우리 둘의 관계를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확실히 알려주죠."


하얀 셔츠가 넥타이와 마찬가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만히 앉아있는 그래의 드러난 가슴을 쓸던 강대리는 어느 순간 그래를 확 밀어버렸다. 악,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지른 그래가 푹신한 카펫이 깔린 바닥으로 소리 없이 나뒹굴었다.


"제가 처음 장그래씨와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딱 지금이네요. 박과장님 앞에서 무릎 꿇고 울고 있었을 때."


망설임 없이 자신의 벨트를 풀어 내려놓은 그는 정장 바지의 버클을 내리고 그래의 머리칼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안, 해봤어요? 왜, 이렇게, 못해요."


그래는 입안에 가득찬 강대리의 것이 일정한 리듬으로 목구멍을 깊이 찔러올 때마다 숨이 막혀 욱욱거렸다. 여전히 잡혀 있는 뒷머리칼이 빠질 듯 아팠다. 그래의 입 안에 몸속의 것들을 내보내고 몸을 뺀 강대리는 그래의 턱을 움켜잡아 들었다.


"전부 다 삼켜요."


그래가 눈물을 흘리며 도리질을 치자 입에 든 것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강대리는 그래의 뺨을 매섭게 올려쳤다.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진 그래는 숨을 거세게 몰아쉬며 입에 든 것들을 뱉어냈다.


"말을 안듣네."


중얼거린 강대리는 다시 그래의 뒷목을 잡아당겼다. 눈물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 자신의 것을 몇 번 문질러 다시 일어서게 만든 그는 망설임 없이 그래의 겨드랑이 밑을 잡아들어 침대에 엎어뜨렸다. 얼굴이 파묻힌 베개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낌 소리는 그에게 들리지 않았다. 망설임 없는 손길로 바지가 내려갔다.









"장그래씨, 일어나 봐요."


침대에 엎어진 채로 숨을 헐떡이는 그래의 어깨를 강대리가 잡아 돌렸다. 말이 아닌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대한 예쁜 얼굴로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눈물을 흘려대는 얼굴을 바라보던 강대리의 눈빛이 짙어졌다. 


"왜 알파들이 장그래씨를 보고 정신 못 차리는지 알았어요. 물론 나도 포함해서."

"......"


대답이 없는 그래를 잡아 일으킨 그는 다시 한 번 세차게 얼굴을 때렸다. 시트에 처박힌 채로 그래는 몸을 떨었다.


"왜... 왜 그러세요..."

"제가 지금 장그래씨 강간합니까? 왜 반응이 그래요.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죠."


강대리는 그래를 바로 잡아 눕히고 양 무릎 뒤를 잡아들었다. 무릎이 귀에 닿을 정도로 젖혀지자 버거운 체위에 그래가 신음했다. 강대리는 웃었다.


"왜 그런지 알겠다니까. 닳고 닳은 주제에 순진하게 굴잖아요."










강대리가 끼고 있던 반지에 긁혀 상처가 난 얼굴이 쓰라렸다. 몇 번이나 삽입이 이뤄지는 동안 울 때마다 맞아서 마지막에는 저절로 웃었다. 몸의 아픔보다 마음이 아파서 울고 웃었다. 그래는 막으려 해도 눈물이 줄줄 나는 얼굴을 감추려 베개에 파묻었다. 강대리는 티슈를 뽑아 흐르는 것들의 뒤처리를 대강 해준 뒤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그래에게는 시트를 덮을 힘도 없었고, 손목이 넥타이로 아직도 꽉 묶여 있는 채여서 그럴 수도 없었다. 피와 정액이 묻은 티슈 뭉치가 보기 싫어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

  

물소리가 그치고 하반신에만 타올을 두른 강대리가 그래의 옆에 걸터앉았다. 힘없이 누워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는 살짝 웃었다. 수트를 다 입는 동안에도 그래는 그렇게 누워 있었다. 어쩐지 그가 그러길 원하는 것 같았고, 괜히 움직였다가 또 맞을까봐 겁이 나기도 했다. 재킷의 버튼까지 잠근 그는 들어올 때와 같은 모습으로 시트의 더러운 부분을 들추고 올라앉았다. 베개에 묻힌 그래의 얼굴을 들어 입술을 쓸었다.


"확실히 입술이 예뻐요."

"......"

"그래서 한석율씨도 그렇게 키스했나."

"......"

"난, 오메가는 좀... 더럽던데."


내 입술까지 부비기에는. 그 말에 그래의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덜덜 떨리는 손이 옷을 줍지도 못하자 강대리가 한숨을 쉬며 그래를 바로 눕혔다. 아까와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손목의 넥타이를 풀러내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그냥 몇 번 보지 않아도 질리겠거니 했는데. 마음이 좀 바뀌었어요."

"......"

"대답 안해요?"

"네, 네. 대리님."


갈라지는 목소리가 꺼져들듯 작게 입 밖으로 나왔지만 강대리는 만족한 듯했다.


"2년동안 잘해봅시다. 계약 연장은 걱정하지 말아요."

"아..."

"더 좋아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천과장님하고도 했죠? 아마 제 쪽이 더 확실할텐데."

"...감사합니다."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나, 한석율씨, 천과장님. 그리고 또 누구랑 이렇게 뒹굴었어요?"

"저는..."


강대리는 그래를 일으켜 앉혔다. 


"장그래씨가 입사동기처럼 어울린다는 세 사람이 전부 알파잖아요?"


강제로 일으켜 앉혀지자 너무 아프고 힘든 탓에 그래는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우리 팀 장백기씨하고도 잤습니까?"

"아, 아니요. 아니요. 아닙니다."

"잤네요."

"흐으, 아니에요."


자꾸만 누우려는 몸을 일으켜 세운 강대리는 화장실로 부축하려는 듯 그래를 잡아들었다. 


"회사가 알파 천지인데. 가만히 놔뒀을 리 없죠. 제일 먼저 한 건 오차장님?"

"아니, 아니에요! 강대리님, 오차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그 말을 듣고 강대리는 휘청거리는 그래의 몸을 바닥으로 거세게 밀쳤다. 맨몸으로 장식장에 부딪혀 뒹군 그래는 아픔으로 몸을 떨었다.


"그럼 난 그런 놈인가 보네요."

"아흑..."

"왜 계속 울어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으며 강대리는 그래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래는 턱이 잡힌 채로 강대리와 눈을 마주했다.


"지금 장그래씨 혼자 일어나 걷지도 못하죠. 내가 이대로 그냥 두고 갈까요?"

"...네, 네. 저... 저 혼자도 괜찮아요... 그냥 두고 가세요..."


흐느낌처럼 흘러나오는 말을 들으며 강대리는 고개를 기울였다.


"내가 바라는 대답은 그게 아닙니다."

"...데려다 주세요, 화장실로... 저 씻고 싶어요, 대리님."


그래요. 대답한 그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그래를 안아들었다. 그의 팔 안에서 그래는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