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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노후타

[엔노후타] 지옥에도 별이 뜬다 지옥에도 별이 뜬다엔노시타 치카라 X 후타쿠치 켄지w.비누꽃 별이 보고 싶은 날에는 늘 손끝에 불꽃을 띄웠다. 차분한 갈색 머리에 검은 가죽으로 만든 가벼운 평상복을 입은 소년은 길을 걷다 말고 머리 위를 올려다보았다. 밤공기는 싸늘하리만큼 차가웠고, 언제나처럼 제국의 수도부터 변방까지는 밤하늘에 별이라곤 없었다. 잠시 멈춰 선 소년의 손가락 끝에 문득 불꽃이 피어올랐다. 작은 불씨는 그의 의도대로 하늘로 치솟다가 곧 수십 갈래로 부서져 흩어졌다. 꼭 그렇게 사라지고 싶은 것이 소년의 바람이었다. 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후타쿠치 켄지가 명령을 받은 것은 사흘 전. 제국군 총사령관의 공식 집무실이 아닌, 자신이 머물고 있는 황궁의 가장 은밀하고 가장 어두운 방에서였다. 제국군의 상징인 은으로 된 손잡.. 더보기
[카마후타/엔노후타] 각자의 겨울 각자의 겨울카마사키 야스시 X 후타쿠치 켄지 X 엔노시타 치카라 w. 비누꽃 1. 별로 춥지도 않은데 자꾸만 따뜻하게 입었냐고 물어보는 게 귀찮았다. 후타쿠치는 현관 앞까지 나와 이런저런 걱정을 늘어놓는 엄마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최대한 빠르게 집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겨울이었다. 사실 후타쿠치가 원래 날씨에 좀 무딘 편이긴 했다. 아직도 가을이겠거니 하고 대충 교복 재킷 바람으로 집을 나섰지만 어느새 싸늘해진 바람은 매섭게 그의 뺨을 할퀴고 얇은 교복 셔츠 사이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게 낯설어 아, 하고 멍하니 입을 벌린 순간 차가운 공기가 입 안으로 한가득 들어왔다가 흰 입김이 되어 빠져나가 버린다. 겨울 냄새에 코가 시렸다. 학교에 도착했을 즈음엔 이미 시리고 건조한 겨울 공기를 자꾸만 들이.. 더보기